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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억3000만달러(약1379억원).
추신수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텍사스에서 돈벼락을 맞는다. 하루 하루가 생존 경쟁인 마이너리거들에겐 우상이 됐다. 그런 추신수에게도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시절이 있었다. 2000년 8월 시애틀과 135만달러(당시 약15억원)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19세 소년 추신수는 2005년 4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기 전까지, 아니 2006년 7월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 되기 전까지 온갖 고초를 겪었다. 심지어 클리블랜드 시절에도 팔꿈치 수술과 재활, 쉽게 해결되지 않은 병역 문제로 적지 않은 마음 고생을 했다.
추신수는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마이너리그 상위레벨로 올라가면서 빵과 잼의 종류가 늘어나서 기뻤다”라고 했다. 또한, 월급이 적어서 몇몇 마이너리거들과 함께 숙소를 얻어 생활했는데, 묵묵히 동거한 아내에게 미안했다는 일화도 뒤늦게 털어놨다. 돌이켜보면, 그런 인고의 세월이 있었기에 오늘날 추신수가 있다. 그 고생이 없었다면, 클리블랜드 이적 직후 친정팀 시애틀에 울분의 홈런포를 날릴 수 있었을까. 신시내티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톱타자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 추신수, 이젠 슈퍼스타다
추신수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시기는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2008년이었다. 5월 말에 팀에 합류한 추신수는 그해 타율 0.309 14홈런 66타점을 기록했다. 주전 우익수를 꿰찬 상황. 2009년엔 타율 0.300 20홈런 21도루로 수준급 외야수로 인정 받았다. 그해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국내 팬들에게 인사를 했고, 2010년에도 타율 0.300 22홈런 22도루를 기록했다. 그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불꽃타를 휘두르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병역을 마침내 해결한 것.
이때까지 추신수를 ‘슈퍼스타’로 분류한 사람은 드물었다. 클리블랜드의 간판타자로 섰으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외야수라고 보기엔 확실한 임팩트가 부족했다. 더구나 2011년엔 음주운전 사건과 엄지손가락 부상 및 수술이 이어지며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2012년 타율 0.283 16홈런 21도루로 재도약에 성공하더니 FA를 앞둔 올해 신시내티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추신수는 올해 타율 0.285 출루율 0.423 장타율 0.462 21홈런 20도루 112볼넷 54타점 107득점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득점 2위, 출루율 2위, 볼넷 2위를 기록했다. 득점과 출루율은 메이저리그 전체 4위였다. 또한, 2010시즌 이후 3년만에 20홈런-20도루에 성공했고, 메이저리그 사상 12번째로 20홈런-20도루-100득점-100볼넷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톱타자로는 사상 처음이었다. 이것으로 추신수는 완벽한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의 계약 액수가 말해준다.
▲ 신중한 추신수, 예사롭지 않은 텍사스행
추신수의 텍사스 대박계약 자체는 썩 놀라운 건 아니다. 이미 미국 언론에서 수 차례 추신수가 FA 야수 최대어라고 소개를 했고, 텍사스가 추신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접촉을 한 건 오래 전부터였다. 추신수의 올 시즌 놀라운 성적과 함께 보라스의 놀라운 협상력을 감안하면 대박 계약은 예정된 것이었다.
오히려 놀라운 건 추신수의 신중한 성격이다. 최근 미국 언론의 보도를 통해 추신수와 뉴욕 양키스의 7년 1억4000만달러 계약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모든 메이저리거가 한번쯤 입고 싶어하는 핀스트라이트 유니폼을 거부한 소식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추신수가 단순히 돈을 쫓는 게 아니라는 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일단 텍사스에 둥지를 틀면 주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추신수의 향후 7년간 실수령액은 양키스 계약규모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추신수는 돈도 돈이지만, 우승할 전력이 되는 팀, 한인과 한식당이 많이 있는 연고지, 자택 애리조나에서 가까운 홈 구장, 심지어 국내 직항편 항공기가 있는 연고지를 선호했다고 한다. 주전들의 노쇠화가 뚜렷한 양키스보다 마운드가 탄탄한 텍사스의 우승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또한, 연고지 알링턴 인근의 댈러스엔 인천공항 직항편이 있다. 자택 애리조나에서도 멀지 않다. 이곳엔 한인들도 적지 않다. 더구나 제트 기류가 형성되는 홈구장 알링턴볼파크는 타자친화적 구장이다. 추신수에게 텍사스야말로 최적의 팀이다.
▲ 메이저리거 인생 2막 시작
추신수의 빅리거 인생 1막이 신시내티 시절까지였다면, 2014년 텍사스 시절부터는 빅리거 인생 2막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추신수의 7년 1억3000만달러는 2002년 텍사스와 5년 6500만달러 계약을 맺은 박찬호 FA계약의 2배다. 추신수는 역대 한국인 스포츠선수 중 최다규모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27위 계약이자 외야수 역대 6위 계약이다. 프로는 곧 돈이다. 메이저리거 역시 돈이다. 추신수는 돈으로 자신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됐음을 입증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추신수는 향후 7년간 슈퍼스타 대접을 받는 만큼 구단과 팬들에게 보답도 확실하게 해야 한다. 박찬호의 5년 6500만달러짜리 계약은 아직도 메이저리그 역대 최악의 계약에 오르내린다. 박찬호의 계약 액수가 과분했던 게 아니라, 박찬호가 텍사스 시절 에이스 노릇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박찬호는 팬들과 텍사스 언론으로부터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추신수 역시 마찬가지다.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하지 못할 경우 비난은 피할 수 없다. 미국 언론은 고액 연봉자들에게 유독 극성맞다. 잘하면 영웅, 못하면 선수로 취급하지도 않는다.
추신수는 이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외야수가 됐다. 슈퍼스타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그는 텍사스와의 FA 계약 과정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팬들은 추신수가 후회하지 않은 선택을 한 만큼, 향후 7년간 후회하지 않는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추신수의 메이저리거 인생 2막이 화려하게 열렸다.
[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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