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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박희순. 그는 어떤 작품에서든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뛰어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 중 한명이다. 평범한 역할보다는 캐릭터가 확실한 모습으로 신스틸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영화 '용의자'에서는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을 쫓는 미친 사냥개 민세훈 대령 역을 맡이 열연을 펼쳤다. '용의자' 속 박희순은 '열연'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민세훈 대령 역을 맡은 박희순을 만났다.
▲ 지동철에 대한 민세훈의 감정은 증오와 연민
민세훈 대령은 방첨 분야 최고의 베테랑이자 현 공군 특수부대 CCT 훈련 교관이다. 과거 지동철과의 사건으로 인해 훈련 교관으로 강등됐다. 이로 인해 지동철 잡기에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인다.
"가장 관건이었다. 지동철을 미친 듯이 쫓는 입장이 자연스러워야했다. 민 대령이 지동철에게 갖는 적개심이나 증오가 극대치에 달해 있는데, 그 속에는 어떤 아픔이 내제돼 있어야 타당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부분부터 시작했다. 이는 군인정신, 목숨보다 더 크게 생각하는 자존심의 문제였을 것이다."
민 대령이 지동철에게 느끼는 감정은 증오와 분노뿐만이 아니다. 지동철을 쫓으면서 연민과 비슷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북쪽 요원과 남쪽 요원이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동철은 북에서 버림받아 남으로 올 수밖에 없었고, 민 대령은 국가에 충성을 다 했는데, 배신을 당했다. 물론 국가가 아닌, 개인에게 배신을 당했지만, 결국은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자신의 처지와 지동철의 처지가 거울을 보 듯 닮아 있다는 점에서 연민과 동정을 느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박희순은 '세븐데이즈'에 이어 원신연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했다. 영화가 정말 아니다 싶지만 않으면 90% 출연하기로 이미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고.
"출연 가능성은 90%였다. 원신연 감독이 각색 작업을 하는 것과 어떤 종류의 영화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곧바로 제의가 온 것은 아니다. 하하. 원 감독이 신중한 사람이라서 모든 변수가 정리된 후 연락이 왔다. 그렇게 또 호흡을 맞추게 됐다."
두 번째 호흡이라 궁금했다. '세븐데이즈'때와 '용의자'때는 현장이 어떻게 달랐을까. 박희순은 간단하게 정리했다. 전엔 '방목'이었다면 이번엔 '관리'였다고 말이다.
"'세븐데이즈'때는 방목 스타일이었다. 애드리브나 설정 등을 많이 존중하고 수용했다. 하지만 '용의자'는 여러 가지 생각을, 또 설정을 미리 합을 다 맞췄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중심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자유보다는 지동철을 몰아세우는 거친 면이 있길 바라더라. 신마다 날 관리했다. 한마디로 '세븐데이즈'가 방목이었다면, '용의자'는 관리였다."
▲ 매순간 자존심을 걸고 연기한다
'용의자'에 함께 출연한 공유의 증언(?)에 따르면 박희순은 자신의 촬영이 없는 날에도 촬영장을 자주 찾았다. 응원을 빙자해 찾은 현장에서 공유를 놀리기 일쑤였다고. 박희순은 이에 대해 "놀렸다기 보다는 힘든 현장이니까, 서로 긴장을 풀기 위해 장난을 친 것뿐이다"고 해명했다.
이번 작품은 철저하게 남성 중심이다. 홍일점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열혈 PD 최경희 역을 맡은 유다인이 유일했다. 거친 액션과 진한 수컷들의 냄새. 어쩌면 삭막할 수 있는 현장이었지만, 화기애애했다고 했다.
"전혀 삭막하지 않았다. (남자 배우들이) 다들 아줌마다. 차라리 홍일점인 유다인이 조용했다. 아침부터 조성하, 공유 모두 모여 수다 떨기 바빴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실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오전에는 힘이 넘쳐서 즐겁다가, 오후에는 힘이 빠져 재밌는 이야기에 대한 감이 떨어질 정도였다. 하하."
화기애애했지만, 거칠고 위험천만한 액션이 오가는 현장이었기에 힘들만했다. 하지만 의외로 액션보다는 캐릭터를 잡고 있는 것이 힘들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9개월이 넘도록 촬영을 했다. 하지만 9개월 내내 촬영을 한 것이 아니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민 대령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유지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유지해야한다는 것이 액션보다 힘들었던 것 같다."
박희순의 연기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어느 곳에서나 자신의 역할을 200% 해내며 영화의 신스틸러로 활약을 펼친다. 그의 연기철학은 다름 아닌 '자존심'이었다.
"많은 배역을 맡아봤다. 건달도 맡아봤고, 탐험가도 맡아봤다. 공통된 점은 자존심을 걸고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탐험가도, 건달도 자존심에 의해 죽고 살기를 반복한다. 이번 민 대령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박희순은 '용의자'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영화를 기다리듯, '용의자'도 거기에 맞춰 액션이 할리우드에만 있는 것이라 아니라 좁은 골목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할리우드에서 '본' 시리즈 전후로 나눠지듯이 한국 액션도 '용의자' 전후로 나눠지길 바란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배우 박희순, '용의자' 스틸컷.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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