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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오랜만에 오래 뛰니 감이 떨어졌다.”
전태풍이 KT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전태풍은 25일 LG와의 크리스마스 원정경기서 37분 5초동안 15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기록은 평범했다. 전창진 감독은 냉정한 잣대를 들이댔다. “오랜만에 오래 뛰다보니 감이 떨어졌다”라고 했다. 경기 전엔 “전태풍의 수비력은 나쁘지 않다”라고 했으나 경기 후엔 “KT 조직적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라고 했다.
현 상황에서 KT의 조직적 농구와 자유분방한 농구를 추구하는 전태풍은 융화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전 감독은 “공격에선 자유분방함을 추구하고 싶다”라고 했다. 전태풍 특유의 공격 스타일에 KT 선수들이 맞춰가야 한다는 의미. 한편으로 수비에선 전태풍이 KT에 적응해야 할 부분이 분명하다. 결국 시간이 걸릴 문제다. 단순히 1~2경기로 전태풍과 KT의 궁합을 점칠 순 없다.
▲ ‘감 떨어졌다’ 의 두 가지 의미
전 감독은 왜 전태풍에게 감이 떨어졌다고 했을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일단 전태풍은 올 시즌 오리온스에서 길게 활용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전태풍의 게임체력이 예년에 비해 떨어졌다. 하지만, KT에서 전태풍은 20분 정도로 활용될 선수가 아니다. 전 감독은 전태풍이 KT 농구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37분이나 기용했다. 전태풍은 “오랜만에 오래 뛰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라고 했다.
37분이란 시간을 뛰면서 체력관리, 힘의 분배가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태풍은 전반전서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잦았다. 하지만, 게임체력이 올라오기 시작한 후반 들어서 정확한 3점포와 날카로운 돌파를 연이어 성공했다. 때문에 이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다만, 전태풍의 나이가 34세라는 건 간과할 수 없다. 전태풍은 확실히 KCC시절의 체력을 갖고 있진 않다. KT도 전태풍의 체력부담을 덜어줄 또 다른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전태풍의 감이 떨어졌다는 또 다른 의미는 역시 수비다. 전태풍은 “내 수비력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치업 상대가 득점을 많이 한적은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농구 전문가들은 전태풍의 조직적 수비 가담에 문제를 제기한다. 외곽 수비로테이션과 스위치 디펜스 등에 취약점이 있다는 의미다. 평균신장이 높지 않은 KT에 조직적 수비는 필수요소. 전 감독은 전태풍의 해결사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싶지만, 전태풍이 KT의 조직적 수비에 녹아들지 못하면 결국 출전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다. 이는 오리온스에서도 직면했던 딜레마다.
▲ 전태풍 효과는 3~4쿼터로 충분했다
전태풍은 이날 후반전에만 13점을 몰아쳤다. 역시 명불허전의 클러치 능력과 좋은 패싱센스가 있었다. KT 국내선수 중에선 조성민을 제외하면 득점력이 탁월한 선수는 없다. 앤서니 리차드슨의 오리온스행으로 외국인선수도 사실상 타팀에 비하면 세컨드 옵션용 선수만 2명이 됐다. 이제 KT는 전태풍이 승부처에서 주도적으로 공격을 풀어가야 한다.
이날 LG는 스리가드 시스템을 가동한 KT에 대비해 지역방어를 섰다. 전태풍은 기본적으로 2대2 플레이에 능한 선수다. 2대2 공격의 효과는 지역방어보단 맨투맨일 때 극대화된다. 전태풍도 “조성민과 2대2를 많이 하지 못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경기 막판 전태풍은 결국 LG 지역방어를 깼다. 단순한 2대2가 아니라 빈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KT 선수들의 움직임을 기가 막힌 패싱센스로 공략한 것. 경기 후반 송영진, 아이라 클라크가 몇 차례 전태풍 패스의 효과를 봤다.
사실 이날 전태풍이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공격 파괴력은 충분했다. 수비 문제만 해결된다면, 출전 시간을 길게 확보할 수 있다. 당연히 조성민과의 2대2 공격 효과도 커질 전망이다. 어차피 상대가 40분 내내 지역방어를 설 수 있는 건 아니다. 또 전태풍에겐 정확한 3점포가 있다. 전태풍이 코트를 휘저으면 조성민에겐 확실히 도움이 된다. 전태풍이 펄펄 날았던 후반전서 상대적으로 조성민의 활약은 미미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폭발하면 KT 공격력은 리그 최상급으로 거듭난다.
▲ KT발 태풍의 결말은
전 감독은 “모비스, SK, LG는 멤버 수준이 다른 팀과 차이가 난다”라고 했다. KT가 당장 전태풍 효과를 보더라도 상위권 도약이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 틀린 말은 아니다. KT는 26일 현재 4위다. 3위 LG와는 3경기 격차가 있다. 당장 KT가 2위권으로 도약하긴 쉽지 않다. 더구나 골밑이 약한 KT는 경기력의 기복이 있다. 강점과 약점이 혼재한 전태풍도 KT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 감독은 승부수를 걸었다. 장기적으로는 다음 시즌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다가올 포스트시즌을 위해 전태풍 영입을 결정했다. KT가 당장 6강권 밖으로 밀려날 전력이 아니다. 한 농구관계자는 “전 감독은 전태풍이 KT에 잘 적응하면 포스트시즌서 선전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과연 앞으로 KT 농구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전태풍이 키 플레이어다.
[전태풍.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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