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본 아베 신조 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 현장 가보니
"지금 아베 총리가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야스쿠니 신사 본당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6일 오전 11시 30분, 도쿄 쿠단시타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고급 세단을 타고 등장했다.
야스쿠니 신사 본당에 들어가는 입구 부근에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소식을 듣고 달려온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있었다.
아베 신조 총리가 현장에 도착하자, 일본 민영 방송사 리포터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방송용 카메라는 야스쿠니 신사에 들어가는 아베 신조 총리의 동선에 맞춰 움직였고, 리포터는 현장을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스틸촬영을 하는 카메라맨들은 플래시를 터트리며 아베 총리의 모습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신문기자, 통신사 기자들이 열심히 노트북으로 현장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십수대의 헬리콥터가 야스쿠니 상공을 돌고 있었고, 수십명의 기자의 눈과 카메라가 아베 총리 한 사람을 향해 있었다.
방송사가 헬기를 동원해가면서까지 생중계에 나서는, 1초, 1분 단위로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 이번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일본에서도 얼마나 큰 놀라움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본당에 들어가 참배한 뒤 기자회견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이날 참배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위해 소중한 목숨을 희생한 영령에 대해, 존경과 숭배의 뜻을 나타내고 손을 모아 참배했다.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전쟁의 참혹한 재화(災禍)에 의해 사람들이 괴로워하지 않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결의와 더불어 부전(不戦)의 맹세를 했다"고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 중국을 의식한 듯 "전부터 한국, 중국분들의 기분에 상처줄 생각은 없다. 어머니를, 그리고 사랑하는 부인과 자식을 남기고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영령의 명복을 빌고 합장하는 것은, 세계 리더들의 공통된 자세 아닌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점에 대해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일본은 전후에 평화국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이 기본자세는 일관되게 지켜왔다. 앞으로도 겸허하게, 예의 바르고 성실하게 설명해나갈 것이며, 대화를 요청하겠다. 꼭 이 같은 마음을 중국, 한국의 리더에 직접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약 25분동안 참배와 기자회견을 한 아베 총리는 본당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야스쿠니 참배객들이 환호하며 "아베 상, 요쿠얏타(잘했어!)", "아베, 간바레(힘내라)" 등을 연호했고, 아베 총리 손을 들어 화답하는 여유를 보여줬다.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현직 일본총리가 참배하는 것은 2006년 8월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참배한 이래 7년 4개월만이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또한 제1차 아베 내각(2006-2007)을 포함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26일 제2차 내각 발족 이래 총리로서 참배할 의향을 밝혔으나, 외교문제화되는 것을 피하고자 참배를 자제해왔다. 그러나 정권 발족 1년째인 이달 26일, 결국 참배에 나섰다.
◆ 갑작스러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깜짝 놀랄 일이었다.
그동안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여러차례 의욕을 나타냈던 아베 총리였지만, 한일, 중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그동안 관계 개선을 위해 주변국을 자제하는 행위를 극도로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원활한 한일 관계를 바라는 미국의 입김도 작용했다.
측근이 여러 차례 "총리가 곧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것"이라고 세간에 밝혔지만, 결국 참배에 나서지 않았던 아베 총리였다. 야스쿠니 신사의 가을 맞이 큰 행사인 '추계 예대제' 때도 "총리가 참배할 것"이라고 아베 총리 측근이 일본 언론에 밝혔지만, 결국 아베 총리는 참배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특별보좌관은 후지TV 보도 프로그램에 나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시기에 대해 "취임 1년이 지나기 전에 그 자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미리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외교문제화되는 것을 피하고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자제해온 아베 총리가 설마 한일, 중일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이 시점에 참배를 하리라고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예고된 일임에도 놀라움이 컸던 것.
특히 박근혜 정부가 대일 강경자세를 보이는 와중에 이번 야스쿠니 참배는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뿌리는, 악화된 한일관계에 방점을 찍는 행위와 다름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아베 총리일 것이다.
도대체 왜 이 시점에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한 것일까.
이에 현장에 있던 일본 기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아베 총리가 예전에, (제1차 아베내각 당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못한 데 대해 '통한의 극치'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꼭 제2차 내각에서 꼭 자신의 뜻을 이루려할 것이라고 내심 생각은 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라디오 방송국 '문화방송' 야마모토 카오리 기자는, 아베 총리가 재임기간 내로 야스쿠니 신사에 반드시 참배할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일본 언론계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아베 총리는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현직총리로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못한 점을 '통한의 극치'라고까지 표현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런 그이기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시간 문제였다고 본 것.
다만, 아베 총리가 이 시점에 야스쿠니 참배에 나선 데 대해 야마모토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네요"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시간문제였다면, 왜 지금일까.
"중·참 양원에서 과반수를 얻어 국정운영이 스무즈하게 움직이게 된 게 배경 아닐까요. 이제 장기집권이 시야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니 본래 하고자했던 일을 했던 것이죠."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를 밑바탕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던 아베 자민당 정권은 지난해 12월의 중의원 선거와 올 여름의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 중참 양원에서 과반수가 넘는 거대 여당을 구축했다. 3년 이상의 장기집권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런 상황을 야마모토 기자는 언급한 것이다.
더구나 현재 한일, 중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개선의 여지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특정비밀보호법안 성립에 이르기까지의 진통으로 고공행진하던 내각 지지율이 40%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어차피 관계 개선도 어려운 판국에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다한들 관계가 경색되기는 마찬가지라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산케이 신문의 취재에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일관계가) 최악, 바닥이라 더 이상 나빠질 염려가 없다"고 발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국민 50% 이상이 야스쿠니 참배에 찬성하고, 혐한, 혐중 분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국내정치적 부담이 적다는 점도 크다. 고이즈미 총리 또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상관없이 높은 지지율을 구가했다.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도 계속 개선의 여지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앞으로도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못을 박는 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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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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