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가족. 야구선수들에게도 정말 중요하다.
KIA 선동열 감독은 지난 11월 30일 한일 레전드 슈퍼게임 당시 “(오)승환이가 결혼을 하고 일본에 갔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웃었다. 싱글보다 결혼한 유부남들이 해외에서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오승환은 아직 싱글이다. 최근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오승환의 전담통역 이우일 씨가 오승환과 거의 함께 지낼 것이라고 했다. 이 씨의 집이 오승환의 숙소와 가깝다고 한다. 오승환이 미혼이라 옆에서 챙겨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해외파 야구선수들의 공통점. 든든한 가족이 있다는 점이다. 박찬호는 결혼 이후 메이저리그서 승리를 따낼 때마다 “아내를 위해 공을 던졌다”라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 요리연구가로 유명한 박리혜 씨는 박찬호의 식단을 확실하게 조절해줬다. 과거 이승엽이 그 험한 요미우리에서 5년을 버틴 것도 아내 이송정 씨가 곁에서 충실히 내조를 해줬기 때문이었다. 지난 2년간 오릭스에서 맹활약한 이대호 역시 아내 신혜정 씨가 물심양면으로 내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혼자보다는 둘, 외롭지 않아서 좋다
선동열 감독은 “나도 외국에서 생활을 해봐서 잘 안다. 생각보다 외롭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라고 했다. 아내가 곁에서 함께 생활하면 서로 말도 통하고 의지할 수 있다. 실제로 박찬호는 결혼 후 아내, 자식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LA에서 지냈다. 추신수도 아내 하원미 씨, 아이들이 든든한 지원군이다. 추신수는 최근 텍사스 입단식에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박찬호와 추신수는 영어를 매우 잘한다. 하지만, 세밀한 뉘앙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빚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생활 습관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야구 외적인 스트레스가 생긴다. 문화가 다른 스트레스와 외로움.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잠시나마 털어낼 수 있다. 류현진의 경우 아직 영어가 능숙하진 않은데, 시즌 중 부모가 LA를 찾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식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했다. 평소에 혼자 사는 남자는 어머니가 챙겨주는 집 밥의 소중함을 잘 안다.
▲ 가장이라는 책임감
결혼한 해외파들은 가장이다. 처, 자식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때로는 큰 부담이 돼 어깨를 짓누르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미혼인 야구선수가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고 할 때, 가족은 가장을 벌떡 일으켜 세우는 약이 된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거 시절 승리소감으로 아내를 위해 공을 던졌다는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 텍사스와 계약한 추신수 역시 팀 선택 기준 중에 가족이 있었다.
추신수는 실제로 애리조나 집에서 가까운 연고지, 한인식당이 많은 연고지, 한국 직항 비행기가 있는 연고지의 팀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한다. 텍사스의 연고지 알링턴은 애리조나와 그리 멀지 않다. 알링턴 근처 댈러스엔 한국 직항 비행기가 있다. 또한, 추신수는 과거 국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마이너리거 시절 동료들과 좁은 집에서 함께 지낼 때 묵묵히 견뎌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자신을 묵묵히 믿어주고 기다려준 아내와 가족. 추신수의 책임감을 불러일으켰다.
▲ 아내들의 헌신
선 감독이 오승환의 결혼을 언급한 건 성공한 해외파 야구선수들에겐 헌신적인 아내가 있다는 사실과 맥이 닿는다. 추신수의 아내는 추신수의 마이너리거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며 남편에게 힘을 줬다. 박찬호의 아내 역시 박찬호가 좋아하는 음식과 소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만들어 먹였다. 아이들도 척척 알아서 키웠다고 한다. 이승엽도 국내 컴백 후 일본에서 8년을 보내는 동안 아내가 불평 한 마디 없이 묵묵히 내조만 했다고 회상했다.
가장이 되면 이것저것 책임질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다. 예를 들어 육아 문제만 해도 아내와 분담해야 하는데, 해외파 야구선수의 경우 아내들이 육아를 확실하게 책임졌다. 기본적인 식사부터 청소, 빨래 등 집안일에 대한 부담감도 벗어날 수 있다. 아내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준 것이다. 해외파 야구선수들의 성공엔 가족의 존재감, 특히 아내의 헌신을 빼놓을 수 없다.
[류현진의 부모(위), 추신수의 가족(가운데), 이승엽과 아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메이저리그 동영상 캡쳐.]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