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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FA 대박을 터뜨린 '추추 트레인' 추신수(31·텍사스 레인저스)가 금의환향했다.
올 시즌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며 내셔널리그 1번타자 역사상 최초로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을 동시에 달성한 추신수는 FA를 선언하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총액 1억 3000만 달러에 이르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추신수는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으며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고국 팬들과 마주했다.
다음은 추신수와의 일문일답.
- 텍사스와의 계약 당시 순간은 어땠나.
"계약이 되고 나서 애리조나 시각으로 새벽 1시 30분이었다. 아내와 자고 있었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약 소식을 듣고 13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머릿 속에 떠올렸는데 모든 게 순식간에 지나간 듯 했다. 13년이 5분처럼 지나갔다.
사실 이 정도까지 목표로 온 게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만 생각했다. 그 이상을 얻어서 믿어지지 않는다. 긴 시간 동안 가족이 힘들었다. 이야기하면서 눈시울도 젖었다. 이제 또 다른 야구 인생이 시작되는 거라 생각한다"
- 올 시즌 성적에 얼만큼 만족하나.
100% 만족은 못한다. 3할도 치고 싶었는데 못쳐서 아쉬웠다. 포스트시즌에 처음으로 나가서 홈런도 치고 졌지만 상대로 하여금 기억에 남는 경기를 했다. 300출루를 생각 조차 못하고 있었다. 팀 동료였던 조이 보토가 나에게 와서 한 달을 남기고 이야기를 했다. '두 선수가 300출루를 한 게 메이저리그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라고. 처음엔 듣고도 한 귀로 흘려 보냈는데 시간이 다가오면서 나도 그 기록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
- 올해 볼넷은 늘고 삼진은 줄었다. 특별히 출루율이 좋아진 이유는.
"올해 바뀐 게 있었다. 2스트라이크 전과 후의 타격 자세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2스트라이크가 되든 그렇지 않든 항상 같은 자세로 타격을 했었는데 올해는 1번타자를 맡았고 예전에 시애틀 소속일 때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의무적으로 2스트라이크 이후의 자세를 취했는데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배트를 짧게 잡고 최대한 움직임을 줄였다. 타자 입장에선 공을 1,2개 더 많이 본다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올해는 2스트라이크 이후 성적이 나도 놀랄 정도로 좋았다"
- 처음으로 FA 권리를 행사했다.
"FA라는 것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선수가 반 이상이라고 들었다. 원하는 곳에서 뛰고 싶었다. 가장 우선시한 것은 '이기는 팀'에 가는 것이었지만 첫 순서만큼 중요한 것은 가족이 얼마나 그 지역에서 편하게 사느냐였다. 사실 여러 팀이 있었는데 내가 내년부터 우승에 도전할 수 있고 가족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텍사스가 잘 맞았다. 가장 적극적으로 제의를 했던 팀도 텍사스였다. 표현은 안했지만 마음 속에는 텍사스가 있었다"
- 텍사스와 계약하기까지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월드시리즈가 끝나는 순간부터 FA 기간이 시작됐는데 에이전트에게 듣기로는 10팀 정도가 관심을 표현했었다. 관심이야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얼마나 조건이 맞느냐를 따져야 하는데 좁히다보니까 3팀 정도로 좁혀졌다. 알다시피 양키스도 있었다.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시는데 양키스라고 해서 꼭 뛰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예스(Yes)도 노(No)도 하지 않았다. 계약 제시 조건이 좋든 안 좋든 그 자리에서 확답을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양키스를 거부했다는 말이 나와 너무 황당했었다. 그 이후에 텍사스에 구체적으로 나섰다"
- 텍사스의 다니엘스 단장은 장기계약을 선호하진 않는 편이다. 그리고 계약 기간에 따른 부담은 없는지.
"처음에 다니엘스 단장이 7년이라는 기간에 대해서는 힘들다고 이야기를 했다. 벨트레와 계약을 할 때도 금액보다는 기간 때문에 힘들었다고 얘기를 했었다. 나도 사람이라 부담은 있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같이 가야할 고민이고 내 스스로를 잘 다스려야 할 것이다. 내가 하는대로 하면 괜찮을 것 같다. 너무 잘 하려고 하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 내년에는 코너 외야수로 돌아올 것으로 보이는데.
"올 시즌 전에 중견수로 이동하면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내 자신에게 큰 부담이었다. 스트레스가 많았다. 어떻게든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중견수들 만큼은 하지 못했지만 처음 한 것으로 치고는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중견수도 했는데 뭘 못하겠냐'는 생각이다. 수비 위치에 대해서는 하나도 걱정하지 않고 있다"
- 왼손투수에 대한 약점이 언급된다.
"아마 내 인생에 있어서 힘든 시기를 꼽으라면 왼손투수로부터 몸에 맞은 것이었다. 여기까지 잘 왔는데 반쪽짜리 선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기술로도 해결이 안 되는 정신적인 문제였다. 정신과 의사도 만나봤고 잘 치는 왼손타자들에게도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었다. 내가 타석에서 내 것을 가져가야 하는데 이미 겁을 먹고 있었다. 왼손투수가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나에게 공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때도 가족을 생각했다. 내가 겁을 먹고 물러서면 우리 가족은 바깥에 나간다고 생각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은 못 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 맞은 타구가 많았는데 야수 정면으로 갔을 뿐이었다. 기록 상으로는 좋은 타구였다는 것이 나오지 않는다"
- 아내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픈 것은 아이가 3명인데 낳을 때는 옆에 있었지만 태어나면 경기를 하러 갔다.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 한번도 산후조리를 해주지 못했다. 지금도 너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
(②편에서 계속)
[추신수 선수가 3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진행된 '미국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선수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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