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숫자 불신의 시대다.
야구판에서 발표하는 숫자를 믿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구단들은 비 시즌에 특정 선수와 몇 년, 얼마에 계약했다고 밝히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FA, 외국인선수에 해외파 출신 국내선수들의 계약까지. 왜 구단들은 팬들에게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는 걸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두산과 이혜천의 이면계약이 사실로 드러났다. 두산은 2010년 야쿠르트에서 퇴단한 이혜천과 1년 계약금 6억원, 연봉 3억5000만원, 옵션 1억5000만원 등 총액 11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4년 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혜천은 두산에서 제 몫을 하지 못했고 올 시즌을 끝으로 2차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이적했다. 이면계약 상으로는 4년을 채우지 못한 것. 이에 내년 연봉과 계약금 보전 문제를 놓고 이혜천과 두산이 갈등을 빚었다. 두산과 이혜천은 30일 오후 해결을 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면계약 자체는 인정했다는 게 씁쓸한 대목이다.
▲ 숫자를 의심하게 되다
과거부터 프로야구의 좋은 점 한 가지. 연봉과 계약금 등을 투명하게 밝힌 것이었다. 내용 자체를 비밀로 하다 최근에서야 연봉과 계약금 등을 조금씩 공개하기 시작한 프로축구와는 달리 야구계의 숫자는 믿을만하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야구 팬들이 야구계가 발표하는 숫자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구단들과 선수들이 일종의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선수 계약총액 상한선인 30만달러가 사문화 된지는 오래다. 국내에서 최근 몇 년간 성공한 외국인투수 중에서 30만달러짜리 선수는 없다고 보면 된다. 국내야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그 정도 몸값엔 좋은 외국인투수를 데려올 수 없다. 이 규정은 거의 10년째 그대로다. 결국 구단들은 외국인선수 1명에게 막대한 몸값을 지불하는 동시에 메이저리그 구단에 이적료까지 지불하면서도 실제 발표는 30만달러로 한다. FA 외엔 불가능한 다년계약도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최근 몇 년간 대형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발표액수보다 실제 더 많은 금액을 받았다는 루머가 파다하다. 구단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더 줘야 경쟁 구단들을 제칠 수 있다. 때문에 대형 FA들의 몸값이 영입전을 거치면서 쭉쭉 올라간다. 하지만, 구단과 FA선수 모두 여론이 의식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서 발표한다고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유턴한 선수들의 다년계약을 꼽을 수 있다. 국내야구 규약상 FA 계약 외엔 단년계약만 허용된다. 해외에서 뛴 선수들은 그 자체로 FA 권리를 누린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다시 국내에서 4년간 뛰어야 FA가 된다. 그러나 몇몇 국내 유턴파들이 다년 계약을 맺었음에도 단년계약으로 발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미 해외에서 뛰면서 몸값이 높아진 선수들을 단년계약으로 붙잡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오래 보유할 수 있어서 좋다. 결국 2009년과 2010년 야쿠르트에서 뛴 뒤 두산으로 돌아온 이혜천 사례가 수면 위에 드러났다.
▲ 야구판 질서가 흔들린다
이면계약이 루머로 돌고, 또 일부 사실로 드러난 것에 대해 야구인들은 크게 걱정한다. 현실에 맞지 않은 규정이라고 해도 규정은 규정이다.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결국 야구계의 질서가 흐려진다. 야구계에서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고 꼼수가 또 다른 꼼수를 낳을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야구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구단들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돈 한푼 못 버는 국내 구단들은 예산을 전액 모기업으로부터 지원받는다. 당연히, 큰 돈을 쓰려면 모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계약 규모를 조금이라도 낮춰서 발표할 경우 거액을 받고 뛰는 선수들이 부진했을 때 구단으로선 조금이나마 비난을 면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야구판의 투명하지 못한 숫자를 방치한다면 결국 프로야구 자체에 대한 팬들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미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국내야구가 이런 식으로 가다간 자칫하다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파다하다. 구단들은 팬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KBO도 이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A든, 외국인선수든, 유턴파든 이면계약 사실 자체를 증명하는 게 쉽지 않으니 처벌도 사실상 쉽지 않다. KBO에는 사법권이 없다. 결국 KBO는 최근 외국인선수의 몸값 상한선 폐지와 함께 국내로 유턴하는 해외파 출신 선수들의 다년계약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은 과감하게 손을 보는 게 맞다. 계약 규정 위반에 대한 확실한 처벌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 그게 흔들리는 야구판의 질서를 다잡는 방법이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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