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김기태 감독은 LG 트윈스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지난 두 시즌 동안 선수들의 기강을 바로잡는 데 애를 썼다. 전에 없던 전지훈련 전 체력 테스트까지 신설하며 선수들의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막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LG는 체력 테스트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2년간 선수들이 감독의 뜻을 잘 알아줬다고 생각한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이제는 선수들이 스스로 긴장하면서 준비하고 있기에 자율적으로 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이어 "이제 똑같은 레퍼토리로는 안 된다. (감독도)부드러움과 엄한 면이 같이 있어야 한다. (열심히 하지 않는)1명 때문에 9명이 피해를 보는 것 보다는 9명의 힘을 믿고 가는 것이 조직으로서도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율의 장점을 살리겠다는 의도다.
김 감독이 체력 테스트를 폐지하기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율에 맡기더라도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선수들이 알고, 이 흐름을 쫓아오지 않는 선수는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태되면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LG는 이미 지난 시즌에 그러한 가능성을 봤다.
우선적으로 드러난 것은 체력 테스트 폐지밖에 없지만, 이 결정은 이번 시즌 LG의 팀 운영 노선을 미리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일 수 있다. 지난 2년이 팀 전체를 장악하는 김 감독과 조계현 수석코치의 강한 리더십 속에서 기틀을 잡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지난 시즌 주장 이병규(9번)을 필두로 선수들 자체적으로 만든 끈끈한 팀 분위기도 밑바탕을 이룬다. 자율야구의 기틀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LG의 마지막 우승은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1994년 LG는 신인 3인방(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을 필두로 간판타자인 '미스터 LG' 김상훈을 내주고 데려온 '해결사' 한대화가 1~4번을 형성하며 신바람 나는 타선을 만들었다. 선발 로테이션에는 이상훈, 김태원, 정삼흥 등이 있었고 뒷문은 김용수가 지켰다. 이광환 감독의 철저한 분업 시스템에 의한 자율야구는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다음 우승은 없었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룬 2002년 이후 김성근 감독을 내치고 이광환 감독을 복귀시켰지만 실패를 맛봤고, 해태 스타일의 근성을 입히기 위해 이순철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시도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우승청부사인 김재박 감독도 LG 전력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 없었고, 급기야 선수 육성을 위해 박종훈 감독도 써봤지만 조급증으로 2년 만에 쫓아냈다. 그리고 고심 끝에 꺼내든 카드가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전임 감독들이 해내지 못한 포스트시즌 진출을 두 시즌 만에 성공시켰다. 최종 목표인 우승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은 확연히 보여줬다. 이제 보여주지 않았던 면을 통해 김 감독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대업에 도전한다. 연초부터 자율로 돌아선 김 감독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김기태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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