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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꼭 선발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하겠다."
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이태양은 올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바꿨다. 지난해까지 달던 55번을 뒤집은 22번이다.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윤규진이 기존 번호를 찾아가면서 새 등번호를 고민했고, 정민철 투수코치와 상의 끝에 22번을 택했다. 포수 한승택이 FA 이용규 영입에 따른 보상선수로 KIA로 이적하면서 22번은 공석이 됐다.
이태양은 "22번을 달까 고민 중이었는데 정 코치님도 마침 그 번호(22번)를 추천하셨다"고 말했다. 22번은 55번을 180도 뒤집은 숫자라는 점이 재미있다. 지금까지는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이를 뒤집겠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그만큼 절실하게 올 시즌을 치르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이태양이다. 1990년생 말띠인 그가 갑오년 새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5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이태양은 팀 선배 정민혁과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최근 보수공사가 한창인 대전구장에서 모든 훈련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이태양을 비롯한 한화 선수들은 꾸준히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2년 연속 최하위의 아픔을 겪은 만큼 올해는 반드시 일어서겠다는 의지 하나로 뛰고 또 뛴다. 이태양도 그중 한 명이다. "지난해 못 한 것을 만회해야 한다"는 각오로 훈련에 여념이 없다.
이태양은 지난 시즌 팀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김 감독은 190cm 89kg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그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이태양도 김 감독을 스스럼없이 대했다. 자신보다 무려 49살이나 많은 김 감독에게 직접 스승의 날 안부전화를 하는 등 배짱이 넘쳤다. 그는 어린 선수들의 패기 넘치는 모습을 좋아하는 김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넘치는 배짱을 마운드에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1군 31경기(5 선발)에 나섰지만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6.23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12년 단 한 경기에만 나섰던 그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절치부심하며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김 감독이 이태양의 훈련을 직접 체크하기도 한단다. "열심히 잘해보려는 모습이 눈에 보이니 그런 것이다"는 구단 관계자의 설명.
이태양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다"며 "꾸준히 내 것을 해야 한다. 스프링캠프부터 전력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당장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보다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리겠다는 뜻. 그는 "정해진 보직이 없기 때문에 캠프 때부터 눈도장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외국인투수 2명과 송창현, 유창식이 강력한 선발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5선발은 오리무중이다. 이태양도 잠재적인 후보다. 스프링캠프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
역시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이태양은 "자신 있을 때는 어떤 타자가 들어와도 못 치더라.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맞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지난해 8월 29일 부산 롯데전서 6이닝 2피안타 4볼넷 1실점의 깔끔투를 선보이며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이후 7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7.36으로 좋지 못했다. 그는 "자신감 있게 던지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목표는 당연히 선발 진입. 지난해에도 "풀타임 선발이 목표다"고 강조하던 이태양의 선발 욕심은 여전했다. 그는 "캠프 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 꼭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 선발투수로 성공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선발로 나선 5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7.71로 좋지 않았지만 이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선발로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화는 지난 시즌 팀 평균자책점 5.31로 이 부문 리그 최하위(9위)에 머물렀다. 무려 12명이 선발로 나설 정도로 확실한 선발 요원이 없었다. 올 시즌에도 타선이 보강됐지만 마운드에는 의문부호가 붙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태양에게 거는 기대가 더 크다. 올해는 자신의 이름처럼 멋지게 떠오를 것인가.
[한화 이글스 이태양이 연습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55번을 달고 뛰던 이태양. 사진 = 강산 기자,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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