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멀티플레이어 외국인타자가 등장했다.
국내 9개구단에 최소 1명 이상의 외국인타자를 보유해야 하는 규정이 생겼다. 구단들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고 마이너리그를 정복한 거포에게 눈길을 돌렸다. 국내에 토종거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 루크 스캇은 메이저리그 9시즌동안 889경기서 135홈런을 날렸다. 두산 호르헤 칸투는 메이저리그 8시즌동안 104홈런을 날렸고 지난해 멕시칸리그서 31홈런을 때렸다. 롯데 루이스 히메네스, KIA 브렛 필, NC 에릭 테임즈 등도 장타력을 갖췄다.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거포 선호현상과 함께 멀티플레이어 외국인타자가 속속 입단했다. 최근 삼성이 영입한 야마이코 나바로는 거포도 아니고 정교한 타자도 아니다. 그러나 내,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넥센 비니 로티노 역시 마찬가지다.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정교하다. 심지어 마이너리거 시절 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두산 칸투 역시 내야 멀티플레이어다.
▲ 외국인 거포들의 수비 딜레마
과거 외국인타자들의 경우 타격에선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수비에서 딜레마를 가져온 경우가 있었다. 공수를 갖춘 외국인타자는 메이저리그를 노크하는 법. 결과적으로 국내 선수와 외국인타자의 중첩된 포지션으로 수비력이 좋은 국내선수 1명이 벤치로 밀려나기도 했다. 더구나 확실한 지명타자가 있는 팀은 수비력이 좋지 않은 외국인타자를 쉽게 지명타자로 돌리기도 어려웠다.
과거엔 외국인타자의 불안한 수비력을 안고 주전 야수로 기용한 케이스가 많았다. 주 포지션의 수비는 나쁘지 않은데 팀 사정상 다른 포지션으로 기용돼 팀의 수비 조직력이 약화된 케이스도 있었다. 그런데 현대야구에선 수비력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경기 후반 박빙 승부에선 홈런 1방만큼이나 물셀 틈 없는 수비가 중요하다. 외국인타자가 수비가 좋지 않거나 팀 역학관계상 누군가 맞지 않은 포지션에 설 경우 그곳이 공격하는 팀에 타깃이 될 수 있다.
▲ 삼성과 넥센의 선택은
외국인타자가 다양한 위치에서 수비할 수 있다면, 감독 입장에선 공수 밸런스를 원활하게 맞출 수 있다. 외국인타자 입장에선 수비가 가장 안정적인 포지션을 고를 수 있다. 그리고 부상자가 발생한 포지션, 타격이 부진 국내선수의 포지션에 배치할 수도 있다. 타격감 좋은 국내 타자를 지명타자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삼성과 넥센은 이런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두 팀은 기본적으로 공격력이 좋은 팀이다. 그런데 넥센의 경우 지난해 97실책으로 최다실책 2위였다. 로티노의 포지션에 따라 팀 전체적인 수비력이 안정될 수 있다. 활용 가능한 선수의 기용 폭도 늘어나게 됐다. 로티노는 지난해 오릭스 시절 외야 수비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넥센은 외야 수비력이 좋고 내야 백업은 부족하다.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유연한 선수기용이 가능하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공수 조직력이 좋다. 딱히 수비에서 구멍인 포지션은 없다. 다만 배영섭의 군입대로 중견수가 필요한 상황. 일단 나바로가 중견수 수비 테스트를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견수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좌익수 혹은 내야에 배치할 수 있다. 경기 후반 박빙 승부에선 팀 수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옮겨질 수 있다. 나바로가 어느 포지션이든 수비력이 뛰어나다면, 삼성은 활용 가능한 옵션이 늘어난다.
▲ 국내타자들 긴장감 UP
한 야구관계자는 “외국인타자가 한 포지션만 맡을 경우 그 포지션의 국내타자만 긴장하면 끝이었다. 다른 포지션의 주전선수는 상대적으로 안심했다”라고 했다. 그런데 외국인타자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면 언제 어떤 포지션을 맡을지 모르기 때문에 국내 주전타자 모두가 긴장한다는 논리다. 과도한 긴장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적당한 긴장감. 건전한 경쟁의식은 개개인과 팀 전체의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관계자는 “확실히 30대가 되면서 주전을 확실히 꿰찬 베테랑들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게 된다. 외국인타자가 이 포지션, 저 포지션 소화를 하면 자연스럽게 국내선수들에게도 자극이 된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프로에 영원한 주전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게 멀티플레이어 외국인타자의 영입이라는 것이다. 비록 장타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경우 팀 전체적인 전투력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관건은 멀티플레이어 외국인타자들이 실제로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수비력을 보여 주느냐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