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건강해지고 멘탈적으로도 좋다"
캔의 배기성(41)은 누가 봐도 유쾌하다. 적절히 자신을 낮추며 웃음을 주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도 자존감은 놓치지 않는다. 데뷔 20년차, 가수 생활에 익숙해져 새로운 도전을 꺼릴 수도 있건만 다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새로운 면을 찾는 것을 즐긴다. 그런 열정과 유쾌함 속에 자신만의 단단함, 진중함을 지니고 있다.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난 배기성은 그 어떤 신인보다도 들뜬 모습이었다. 데뷔 20년만에 뮤지컬에 도전하며 떨리는 마음도 있지만 설레는 마음이 먼저다. 20년간 가수 생활을 해오며 나름의 철학도 생겼고 이겨내는 법을 알게된 덕분일까, 그는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배기성은 "나 같은 경우는 한치 앞을 모르는 삶이다. 그런 중에 뮤지컬을 하게 돼서 감사하다. 배기성이라는 캐릭터에 각인돼 있는 캐릭터를 공연을 통해 많이 풀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인 만큼 열심히 하고 싶다. 가수로 활동하며 다양한 장르를 해봤는데 연기 역시 이것 저것 다 해보고싶다"고 입을 열었다.
사실 배기성이라고 항상 밝지만은 않았다. 연예계 생활에 지쳐 쓰러져도 봤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다. 다시 일어나기까지 수만번 넘어졌다. 그렇다고 다시 단단해지게 되기까지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오로지 '버텼기' 때문에 다양한 감정의 굴곡을 나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경지까지 왔다.
"우울증은 만성이라 여전히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뮤지컬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안할 정도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스트레스는 늘상 있다. 배우든 가수든 누구나 갖고 있다. 사실 그 스트레스를 안은 채 절벽이 앞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발 내딛는게 연예인이다. 절벽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가야만 한다. 배우나 가수나 정답, 종점이 있는게 아니라 끝없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직업이다. 직장인들은 퇴직금이 있고 4대보험이라도 있는데 배우들은 없다. 항상 한치 앞의 길을 모르면서 그 길을 밟는다. 그러니 가면서 스트레스는 늘상 갖고 살아야 한다. 한발 딛었더니 절벽이 아닐 때 다행이라고 느끼는거고 그게 돈밭이면 대박나는거고 절벽이면 미끄러지는거고. 그렇다고 끝이 아니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
배기성은 어느새 그런 스트레스를 이해하게 됐다. 스트레스를 안고 가되 자신을 발전시키는데 활용하려 한다. 스트레스가 세고 힘들긴 하지만 그 스트레스를 버텨야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절벽의 끝자락에 서있다고 생각하고 길을 걷는다. 지금 내가 뮤지컬 '웨딩싱어'의 길을 가고 있는데 끝난 후의 길은 또 모르는 것이다. 수많은 배우들이 절벽의 길을 간다"며 "하지만 나 스스로 멘탈이 떨어지고 그만해야겠다 생각한다고 해서 그 누구도 어떤 얘기를 해주지 않는다. 나 스스로가 나에게 끝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배제하지 않으면, 버텨내지 않으면 못산다"고 고백했다.
"상위 1% 연예인이 아니면 그 외에는 다 절벽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 항상 밟고 또 밟고 또 찾아가고 그런게 연예인의 운명이다. 21살 때 대학가요제로 데뷔하면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후 나온 앨범이 모두 망했고 7년간 미사리에서 한달에 두번 쉬고 여섯군데에서 노래를 했다. 목이 터져라 노래했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아파도 어쨌든 노래를 해야만 했다. 캔도 순조롭지 않았다. 3집 때 '내 생애 봄날은'으로 터졌다."
매번 한치 앞을 모르는 절벽의 길을 걸어온 배기성. 그러던 중 캔으로 한방에 터지며 드디어 빛을 발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 때 한 순간의 선택이 다시 그를 절벽으로 내몰았다. 1년 반만 쉬어도 대중이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았다. 하지만 휴식을 마친 뒤 다시 나왔을 때 세상은 배기성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또 바닥을 쳤다는 생각에 그는 유작까지 만들었다. 모든 것을 끝내야겠다는 위험한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버텼다. 배기성은 "유작을 만들며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버티니까 다시 기회가 또 오더라. 김원준, 이세준, 최재훈과 2009년에 M4로 나왔는데 그게 터졌다. 사실 빚을 진 채 M4로 나온건데 부채를 모두 갚게 됐다"며 "그 때부터 상승이 됐다. 쭉 올라오고 있다. 지금까지 생각해 보면 그런 힘들고 어려운 과정들을 겪어 보면서 심장에 굳은살이 박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제 어지간 하면 흔들리지도 않는다. 사람은 그냥 쭉 가다 보면 또 떨어진다. 어차피 떨어진다. 인생이 그렇게 만들어논다. 그런 과정이 수순이다. 올라가고 떨어지고 다시 올라가고 떨어지는 과정에서 버티는 법을 알게 된다. 그러니 평소에 다시 올라갈 수 있게 잘 하고 있어야 한다."
떨어지기도 여러번, 올라오기도 수차례다. 그 과정에서 배기성에게 원동력이 된 것은 무엇일까. 그는 오로지 '버팀'이라고 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꿈을 사랑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단다. 그 결과, 자연스레 다시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 가수 활동 시절엔 스케줄이 많다보니 식사를 차안에서 하는 경우가 많고 무대에서 에너지를 다 쏟아 건강이 많이 안 좋았다. 하지만 뮤지컬을 시작하고는 허리 사이즈도 많이 줄었다. 관리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것을 하니 건강해지는 것 같다. 공연을 위해 술도 더 안 마시게 되니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멘탈적으로도 좋다. 결국 무대 위가 행복한 것 같다."
한편 배기성이 출연하는 뮤지컬 '웨딩싱어'는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 주연으로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둔 동명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엉뚱하면서도 위트 있는 스토리가 유쾌한 디스코 음악과 어우러지면서 즐거움을 선사하는 파티 같은 작품이다. 극중 배기성은 줄리아 설리번(방진의, 송상은)의 약혼남 글렌 역을 맡아 열연중이다.
뮤지컬 '웨딩싱어'는 2014년 2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웨딩싱어' 배기성. 사진 = 뮤지컬해븐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