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넥센 외국인타자 비니 로티노는 2003년 메이저리그 밀워크 브루어스를 시작으로 플로리다 말린스, 뉴욕 메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5년간 활약했다. 당시 코너 외야수, 1루수, 3루수는 물론이고 포수로도 뛰었다. 때문에 넥센에서 로티노의 포수 출전 여부에 대해 관심이 일었다. 실제로 로티노가 포수 마스크를 쓰면 넥센은 공격력 좋은 또 다른 타자를 지명타자 혹은 야수로 기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지난 6일 시무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로티노를 포수로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 로티노가 포수로 뛰지 않는 이유
염 감독은 “로티노는 정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포수로 나가진 않는다”라고 했다. 경기 중 1군 엔트리에 포함된 포수들을 모두 소모했을 때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면 로티노가 나갈 수 있다는 의미. 그러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사실상 로티노가 포수 마스크를 쓸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로티노는 주전 좌익수로 올 시즌을 출발한다.
염 감독이 로티노를 포수로 활용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포수는 투수는 물론이고 내야수들과도 계속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안 된다”라고 했다. 물론 미리 약속된 사인으로 소통을 할 순 있다. 그러나 긴박한 승부처에서 임기응변에 대처하는 힘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굳이 그런 모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로티노를 포수로 기용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투수 브랜든 나이트와 밴헤켄이 등판하면 로티노가 포수를 할 수 있을까. 염 감독은 역시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되면 본인이 헷갈려 한다”라고 했다. 로티노는 미국에선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지만, 염 감독은 로티노를 넥센에선 되도록 좌익수만 맡긴다는 구상이다. 그래야 안정적으로 국내야구에 적응할 수 있다.
또 하나. 염 감독은 “올 시즌 넥센의 키 포인트는 투수”라고 했다. 실제로 넥센의 2013년 평균자책점은 4.12로 리그 5위였다. 마운드가 그리 강하진 않았다. 염 감독은 “마운드가 좋으면 외국인타자를 포수로 쓰는 모험을 해도 된다. 투수들이 포수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수들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을 포수로 쓰긴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넥센은 투수가 불안하기 때문에 포수의 역할이 더욱 막중하다.
▲ 외국인 포수시대? 그 속의 씁쓸함
국내 한 배터리코치는 “외국인타자가 포수를 맡긴 쉽지 않다”라며 염 감독의 의견에 동조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국내야구에 외국인 포수 시대가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라고 했다. 외국인선수 수급이 확대되면서 앞으로 매년 타자가 최소 9~10명은 유입된다. 단순히 확률상으로 따져볼 때 외국인 주전포수 탄생 가능성은 매년 0.001%라도 안고 가는 것이다.
불안함을 안고도 이런 말이 나오는 건 그만큼 국내야구에 포수 기근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로티노의 포수 출전설이 불거진 넥센만 해도 허도환, 박동원이 있지만, 공격력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강팀과 약팀의 구분도 딱히 없는 듯하다. 사상 첫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차지한 삼성이 통합 4연패에 성공하려면 포수 보강이 시급하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은 진갑용의 기량 하락세와 함께 이지영의 성장이 더딘 게 고민이다.
LG 현재윤-윤요섭, KIA 김상훈-차일목은 리그 톱 클래스급 기량이 아닌데다 30대의 나이라는 게 걸린다. 먼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화는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엄태용-정범모 체제로 자리매김했지만, 여전히 취약했다. NC 김태군 역시 비슷한 상황. 강민호-장성우 체제의 롯데, 양의지의 두산, 조인성-정상호의 SK가 안정적이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박경완(SK 퓨처스팀 감독)의 현역시절, 전성기의 진갑용이 떨친 아우라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최근 대부분 팀은 젊은 포수들을 집중적으로 키운다. 그러나 많은 실전 기회를 주고 있음에도 기량 발전 속도가 더디다. 포수가 안정되지 못하면서 세련된 수비 조직력과 투수들과의 호흡에서도 미묘한 문제가 생겼다. 국내야구의 질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다. 외국인 포수가 거론되는 현실 자체가 포수 기근 시대를 맞이한 한국야구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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