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라이온즈는 국내 야구판에선 퍼스트 무버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27가지 법칙’이란 책에선 ‘패스트팔로워가 아닌 퍼스트 무버가 되라’는 말이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이 문구가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삼성 그룹은 패스트팔로워로서 탁월한 시스템을 자랑했다. 이제 퍼스트 무버로서 본격적인 변신을 꾀한다”라고 평가했다.
삼성이 퍼스트 무버를 부르짖는 건 매우 당연하다. 빠른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가 돼야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 최근 재계에선 퍼스트 무버에서 나아가 한 차원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스마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심은 창조성이다. 창조적인 마인드와 도전정신 없인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미다. 야구단도 마찬가지다.
▲ 너도나도 FA 바라볼 때 3군으로 눈 돌렸다
삼성 라이온즈는 8일 “기존 3군 체제에 대한 반성, 발전적 변화,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해 BB 아크(Baseball Building Ark)’를 설립한다”라고 발표했다. 기존 3군 및 잔류군의 느슨한 관리에서 탈피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착실히 선수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다시 말해서 ‘BB 아크’는 2군이 아닌 3군부터 유망주 육성을 좀 더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하겠다는 의미다.
국내야구에서 3군이란 말이 나온 것도 몇 년 되지 않았다. 기존 2군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부분 팀이 천문학적인 금액이 산정된 FA 시장서 값비싼 스타 영입에 열을 올릴 때, 삼성은 3군 시스템 강화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류중일 감독 부임 후 일찌감치 코치 수를 늘려 유망주들의 1대1 맞춤형 육성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삼성은 9개구단 중 가장 많은 코치를 보유 중이다. 그게 명문구단, 탄탄한 전력의 기초라 믿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팀은 3군을 운영한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운영되진 못한다. 코치 수도 부족하고, 퓨처스리그서 뛸 선수도 많지 않다. 그저 전담 코치 1~2명이 부상자 혹은 유망주를 관리하는 곳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선수단의 뿌리는 강하지 않다. 대부분 기량이 정체돼 1~2년 사이에 방출되고 만다. 이는 한국야구 전체적인 문제다.
최근 외부 FA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너도나도 FA 팔로워 역할을 자처한다. 값비싼 스타 영입으로 단기간에 성적을 내자는 생각이다. 하지만, 삼성은 퍼스트 무버의 길을 걷는다. 3군 개념 도입을 가장 먼저 한 팀답게, 3군의 체계적인 시스템 도입에도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 알고 보면 FA 제도 도입 이후 비싼 FA 영입에 가장 먼저 열을 올린 팀도 삼성이었다.
▲ 리딩 구단이 걸어야 할 길
삼성은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3연패를 차지했다. 이 자체로 퍼스트 무버의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더 멀리 바라봤다. 리딩구단으로서 한국야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트렌드를 선도할 필요가 있었다. 삼성이 8일 발표한 ‘BB아크’의 운영 계획은 꽤 구체적이다. 이철성 코치를 원장으로 하고, 투수를 시작으로 포수, 야수로 그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신축구장이 완공되는 2016년에 경산볼파크의 역사관이 신축구장으로 들어오고, 그 자리에 BB아크를 위한 시스템이 들어선다.
알고 보면 2군 시스템 강화도 삼성이 선도했다. 삼성은 2군 전용훈련장 경산볼파크를 1996년에 준공했다. 삼성을 시작으로 너도나도 2군 전용훈련장 구축에 나섰다. 일부 구단은 최근에서야 2군 전용훈련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삼성이 21세기 최다 6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건 이유가 있다. 삼성은 야구판에서만큼은 확실하게 ‘퍼스트 무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통합 3연패에 성공한 뒤 “삼성이 2010년대를 지배하겠다는 말을 조금씩 지켜나가고 있다”라고 했다. 쉬운 길은 아니다. 화무십일홍이라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기 쉽지 않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야구판 ‘퍼스트 무버’는 명문구단을 지향하고 싶은 팀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야구판 퍼스트 무버를 자처한 삼성의 미래는 확실히 밝다. 다만, 9개구단 중 가장 낙후된 대구를 홈 구장을 사용하는 실정은 옥에 티다. 그리고 진정한 퍼스트 무버, 나아가 ‘스마트 무버’가 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국내야구의 3군 시스템 강화 움직임을 야구 인프라와 시스템의 탄탄함을 자랑하는 일본과 미국야구에 비교하기엔 낯 부끄러운 게 사실이다.
야구판 퍼스트 무버 삼성 라이온즈. 사상 최초로 통합 3연패를 달성한 리딩구단답다. 이제 삼성엔 미국, 일본야구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리딩구단 수식어를 놓치기 싫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또 지금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 이는 삼성의 올 시즌 통합 4연패 도전보다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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