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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승환에게 득일까 실일까.
한신은 오승환을 애지중지한다. 오승환 역시 특유의 믿음직스러운 언행으로 한신 팬들을 사로잡았다. 한신은 점점 오승환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한신이 오승환의 데뷔전 일정을 잡는 것에 매우 신중했다. 일본 팬들 앞에 처음으로 오승환을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여전히 일본야구에선 비밀스러운 존재다.
일본 언론들은 18일 일제히 오승환이 2월 25일 LG와의 연습경기서 한신 데뷔전을 갖는다고 보도했다. 물론 공식 데뷔전은 아니다. 하지만, 오승환이 한신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는 첫번째 경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분히 한신의 의도가 엿보인다. 한신의 이번 스프링캠프 연습게임 일정을 보면 LG전 직전 일본 팀들과의 연습게임이 몇 차례 잡혀있다. 하지만, 한신의 선택은 LG전이었다. 오승환을 최대한 늦게 보여주고 싶은 심리가 숨어있다.
▲ 한신의 철저한 심리전, 오승환 감추기
일본에서 코치연수를 받은 적이 있는 한 지방구단 코치는 일전에 “일본 팀들은 심리전을 참 좋아한다. 단순한 사실 하나도 허투루 취급하지 않는다.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라고 했다. 한신은 오승환을 최대한 늦게 보여주려고 한다. 순수하게 마케팅 차원으로 볼 때, 한신은 오승환을 빨리 내세워서 상품화하는 게 옳다. 이미 한신은 스프링캠프지에 ‘오승환 덮밥’이란 신메뉴도 내세웠다.
그런데 한신은 경기력만 놓고 볼 때 오승환을 최대한 늦게 내세우는 게 낫다고 봤다. 일본야구에서 오승환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다. 각종 국제대회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직구의 힘에 슬라이더, 커브 등을 갖췄다는 것도 파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느낌은 잘 모른다. 100% 위력의 오승환을 제대로 상대해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승환의 돌직구는 단순히 몇번 본 것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당연히, 시즌 초반엔 일본타자들에게도 그 생소함이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
한신은 이를 파고 들었다. 오승환을 최대한 감춰서 시즌 초반부터 타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초조함을 심어주겠다는 것. 센트럴리그 라이벌 요미우리의 심리전에도 거뜬하게 넘어갔다. 요미우리는 오승환 해부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한신은 오승환을 시범경기서도 요미우리전서는 내세우지 않을 방침이다. 마침 두 팀은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도쿄돔에서 정규시즌 개막 3연전을 갖는다. 오승환은 요미우리전서 공식 데뷔전을 갖는 게 유력하다. 그때까지 요미우리를 비롯한 일본 모든 팀에 오승환을 최대한 감추는 게 한신의 최대목표다.
▲ 오승환 감추기, 오승환은 어떨까
전통적으로 오승환은 스프링캠프서 실전 등판이 빠르지 않았다. 2월 말 첫 실전 등판은 삼성 시절보단 약간 늦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컨디션에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이미 한신도 오승환의 이런 패턴을 파악한 뒤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오승환으로서도 구단이 자신을 최대한 감추는 게 나쁘지 않다. 한신이 오승환을 믿기 때문에 감추기와 심리전을 펼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오승환은 낯선 일본타자들이 아닌 한국타자들을 상대로 데뷔전을 갖게 됐다. 연습경기라고 하지만, 최대한 부담을 덜게 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낯선 곳, 낯선 유니폼, 낯선 동료들 사이에서 오히려 상대 팀이 가장 편안한 상대라는 아이러니함. 오승환을 심리적으로 더욱 편안하게 해주는 장치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비록 한신이 오승환을 최대한 감추겠지만, 오승환도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하려면 연습경기, 시범경기 실전등판이 필요하다. 마냥 감춘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일본 다른 구단들은 전력분석원을 붙여 오승환을 해부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승환이 다양한 공을 던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오승환이 연습경기에 등판한 뒤로는 어느 정도는 노출이 불가피하다. 정보전도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오승환으로선 일본 타자들을 적당히 상대해보고 정규시즌에 들어가야 한다. 어차피 정복해야 할 일본야구라면, LG타자들보단 요미우리, 주니치 타자들을 미리 느껴봐야 한다. 일단 상대에 오승환이 공개된 뒤엔, 일본 타자들을 상대로 충분하게 실전 감각을 쌓는 것도 필요하다. 오승환 역시 대체로 일본 타자들이 한국 타자들보다 정교한 타격을 한다는 것만 알고 있다. 오승환으로선 자신을 감추려고 하는 구단이 이해되면서도, 원활한 시즌 준비를 위해선 탄력적인 실전 등판 스케줄이 필요하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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