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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리얼 육아 예능 '오마베', 뭔가 다른 가족 관찰 예능 될 수 있을까.
SBS '요절복통 육아소동기-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마베) 뚜껑이 열렀다. 지난 13일 첫방송을 시작한 '오마베'는 방송 후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성공적인 서막을 열었다. 배우 임현식, 전 샤크라 멤버 이은, 그룹 엠블랙 미르 가족이 출연해 리얼 육아 속에서 대중이 궁금해했던 스타들의 일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전파를 탄 '오마베'는 아이들이 아빠, 엄마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보내며 겪는 일상들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들을 관찰카메라로 담고자 했다. 당시 호평을 얻으며 정규 편성을 확정 지은 '오마베'는 개성 강한 가족을 전면에 내세운 본격 패밀리 리얼리티 쇼를 그리며 국내 최초로 가족 전체를 주인공으로 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첫방송을 마친 뒤 20일 두번째 방송을 앞둔 현재, 기대와 함께 우려가 뒤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파일럿을 통해 어느 정도 예행연습을 마치고 단점을 보완한 뒤 첫 항해를 시작했지만 시청자들의 기대와 다소 부합되지 않는 요소도 어느 정도 보였기 때문. 아직 1회만을 공개했기에 프로그램 자체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때문에 '오마베'가 뭔가 다른 가족 관찰 예능이 되기 위해 추구하고, 혹은 버려야할 요소들을 살펴봤다.
▲ 청신호, 육아에 초점? 가족 전체가 주인공
최근 예능계에선 일명 육아 예능이 대세다. 스타들의 아이들이 출연해 부모 끼를 그대로 물려 받은 개성 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수많은 스타들이 존재하는 만큼 수많은 스타의 가족이 존재하고 이제 그들마저 TV 예능에 진출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현재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아이들은 이제 웬만한 예능인들을 능가할 정도의 입담을 지니고 있다. 시즌1을 마친 MBC '일밤-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자녀의 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아빠와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고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엄마 없이 아빠와 24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좀 더 친근한 관계로 발전하는 아빠와 아이에 주목했다.
비슷한 듯 다른 육아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오마베' 역시 이들 사이에서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조부모와의 리얼 육아 예능이라는 전제가 붙었지만 어찌 됐든 스타의 가족, 연령대가 어린 아이들이 출연하는 만큼 여타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성에 관심이 모아진 것.
이에 '오마베'는 가족 전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기존의 프로그램들이 하나의 관계에 주목했다면 '오마베'는 가족 전체를 관찰하는 예능인 것이다. 아이가 중심이 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도, 스타가 주인공이지도, 또 다른 제3자가 주인공이지도 않다. 핏줄이든 아니든 출연하는 모두가 주인공이고 그들의 어울림 속에서 또 다른 재미가 탄생되고 있는 것이다.
첫방송에서 돋보였던 것도 이 점이다. 임현식은 손자 임주환 군을 데리고 자신의 동료 배우 이계인 집으로 향했다. 평소 할아버지 말을 잘 듣지 않는 장난꾸러기 임주환 군은 할아버지와 단 둘만의 시간이 아닌 또 다른 인물과의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임주환 군은 닭장을 처음 경험하고 무서운 할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도를 높일 수 있었다.
미르 가족 역시 독특했다. 탤런트 고은아와 미르의 조카 하진을 중심으로 미르의 가족은 특이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줬다. 시골에 사는 할머니, 하진이의 부모 외에 군식구가 존재했던 것. 무려 10명이 함께 살며 아이는 1명, 보모는 9명이라는 특이한 가족 구성을 보여주며 신선한 재미를 줬다. 재벌가의 며느리로 알려진 샤크라 전 멤버 이은 역시 세 딸의 엄마가 된 전 걸그룹 멤버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며 색다른 재미를 줬다.
▲ 적신호, 염불보다 잿밥? 초반부터 집중된 재벌가 시월드
하지만 첫방송부터 다소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점도 있었다. 재벌가 며느리 이은의 일상에 너무 과도하게 무게를 둔 것. 방송 전 예고편에서부터 마치 시어머니에게 혼나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은의 모습을 공개해 그의 육아보다 시월드에 더 관심이 쏠리게 됐다.
방송 후 이은은 시어머니에게 혼나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었다. 새해를 맞아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는 시아버지에게 감동해 흘린 눈물이었다. 이 때 시어머니 역시 우는 며느리를 보며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예고편에서는 마치 혹독한 시월드를 선사하는 것처럼 보였던 시어머니는 오히려 며느리를 챙기며 눈물 짓는 따뜻한 시어머니였다. 시청자들은 악마의 편집에 뿔이 날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집중된 이은의 집도 일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부도 리조트 안에 타운하우스를 짓고 사는 이은의 집은 보통 스타들의 집과는 확실히 다르긴 했다. 하지만 리조트 전체가 마치 이은의 집처럼 보여졌고 해당 리조트가 SBS '야왕'에 등장했던 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육아 예능이라기보다 마치 스타의 집공개 예능이 돼버린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방송 후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이은 집부터 시작해 이은 집안, 이은의 남편, 이은 시부모의 재력 등 '오마베' 프로그램 자체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들이 올랐다. '오마베' 프로그램의 성격을 알려야할 첫방송에서 오직 이은의 개인사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물론 첫방송 후 쏟아지는 관심은 나쁘지 않다. 제작진이 이를 노렸든, 노리지 않았든 관심 자체가 부정적이지는 않다. 이은이 오랜만에 컴백한 만큼 그 관심도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다른 방향으로 쏟아져버린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날지, 이후에도 계속해서 다른 방향의 관심으로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확실히 이은의 첫 단추는 육아가 아닌 이은의 시월드에 대한 관심으로 채워졌다.
20일 방송되는 2회에서 '오마베'는 이제 프로그램의 특성을 더욱 살리는 에피소드를 공개할 것이다. 재벌가 며느리로 편하게 살 것만 같은 이은은 세 달의 아토피로 인해 겪는 육아 고충을 드러내고 임현식은 손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미르 역시 군식구들과 지내며 다른 집과는 조금은 다른 육아를 선보일 것이다.
가족 전체를 관찰하는 예능 '오마베'. 뭔가 다른 리얼 육아 예능이 되기 위해선 방송 전 제작진이 공표했던 기획 의도 그 자체를 살릴 필요가 있다. 화제성 있는 요소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아니라 제작진이 기존에 그리려 했던, 다른 육아 프로그램들과는 엄연히 다른 프로그램의 특성을 시청자들에게 전하길 기대해 본다.
['오마베' 첫회. 사진 = SBS '오마베' 방송 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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