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새 마무리 후보들의 경쟁력이 궁금하다.
괌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삼성의 가장 큰 과제는 ‘포스트 오승환 찾기’다. 그동안 삼성에서 너무나도 큰 역할을 했던 오승환이 빠져나갔다. 류중일 감독은 신중하게 새로운 마무리를 점 찍을 것이다. 후보들의 경쟁력을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오승환의 아우라를 메울 수 있는 방법 역시 고민해봐야 한다.
삼성의 새 마무리 후보는 크게 세 가지 대안이 있다. 우선 다년간의 필승조 셋업맨 경험을 갖고 있는 안지만이다. 그 다음엔 아직 경험은 적지만, 마운드에서 승부근성이 뛰어난 심창민이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최후의 시나리오로 차우찬이라는 대안도 있다. 공이 묵직한 김현우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부상을 털고 돌아올 베테랑 권오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들은 안지만 혹은 심창민의 가능성보단 확률이 떨어진다.
▲ 안지만
안지만은 2005년에 전임 선동열 감독에 의해 셋업맨으로 발탁됐다. 2006년과 2009년엔 어깨통증으로 주춤했으나 나머지 시즌엔 꾸준한 활약을 했다. 특히 류중일 감독 부임 이후엔 팀내 최고 셋업맨인 프라이머리 셋업맨 역할을 했다. 류 감독은 경기 종반 가장 큰 위기에 안지만을 호출했다. 안지만은 믿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류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만큼 안지만은 불펜투수로서 경험이 풍부하다. 묵직한 직구와 슬라이더로 국내 최고 셋업맨 입지를 다졌다.
안지만은 포스트 오승환 1순위다. 지난해 아시아시리즈서 류 감독은 안지만을 마무리로 썼다. 퉁이와의 예선 최종전 4-4 동점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그러나 캔버라와의 준결승전서 5-5 동점이던 10회에 결승포를 얻어맞기도 했다. 확실히 마무리는 셋업맨과는 압박감이 다르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자신이 무너져도 뒤가 있는 셋업맨과 뒤가 없는 마무리는 다르다. 이게 심리적으로 투구내용에 미묘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하나의 고민은 안지만이 현재 연봉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국내에서 훈련 중이라는 사실이다. 류중일 감독이 안지만을 언제 체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 심창민
심창민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0경기서 14홀드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삼성 필승조에 자리를 잡았다. 심창민의 최대강점은 150km대에 육박하는 강속구다. 사이드암으로서 빠른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있다. 변화구는 슬라이더가 있지만, 직구가 최고의 무기다. 류중일 감독은 “잘 커주면 제2의 권오준이 될 수도 있다”라고 기대했는데, 류 감독의 기대대로 잘 성장하고 있다.
젊은 투수들이 성공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승부처에서 자신의 공을 믿고 뿌리질 못한다는 점이다. 투수코치들은 이건 누가 가르쳐서 될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심창민은 강인한 멘탈을 갖췄다. 류 감독이 처음엔 부담 없는 상황에서 등판시켰다가 점점 긴박한 승부처에 내보냈는데도 잘 적응했다. 이런 점은 마무리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일전에 “지만이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데 창민이는 공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차이가 있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일단 우선순위는 심창민보다는 안지만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스프링캠프에서의 컨디션과 몸 상태를 감안해야 한다.
▲ 제3의 후보들
안지만과 심창민이 포스트 오승환으로 부적합하다면, 도대체 누구를 대안으로 내세울 수 있을까. 일단 류 감독은 차우찬을 잠재적인 마무리 후보군에 넣은 상태다. 차우찬은 2010년 중반부터 급성장했는데, 2012년에 다소 주춤했다. 그는 지난해 다시 10승을 찍으면서 부활에 성공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맹활약했다. 그러나 경기 종반 빡빡한 승부처에서의 경험이 적은 건 아킬레스건이다. 차우찬은 지난해 롱릴리프로 등판한 케이스가 많았다.
이밖에 당당한 체구로 묵직한 직구를 뿌리는 김현우도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말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1군에서 필승조로도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들을 마무리로 점 찍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배테랑 권오준의 경우 일단 1군에서 다시 통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보직은 그 다음 문제다. 류 감독의 마무리 우선순위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 오승환의 아우라를 메워라
삼성으로선 새로운 마무리를 찾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오승환의 아우라를 메우는 것이다. 오승환이 국내 최고 마무리로 군림한 건 강력한 돌직구의 위력이 컸다.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오승환 특유의 아우라도 한 몫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표정과 배짱은 적어도 한국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숱한 위기에서 삼성을 구해낸 그의 승부사 기질에 타자들이 타석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승환이 이탈한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구단 한 타격코치는 “오승환이 없다는 건 삼성에 뒤지고 있어도 9회에 승부를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오승환이 등판하면 “졌다”라고 좌절감을 느꼈던 타자들이 이젠 “한번 해볼 수 있다”라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오승환만의 아우라를 메울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그건 봉중근, 손승락에게도 없는 오승환만의 특장점이다.
삼성의 가장 큰 고민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 마무리로 보직 이동을 하면 그 빈자리는 또 다른 선수들이 채우면 된다. 이건 큰 문제가 아니다. 삼성의 투수진은 여전히 풍족하다. 하지만, 오승환 특유의 아우라를 채우는 건 포스트 오승환 찾기와 별개의 문제다. 다른 투수들이 좀 더 힘을 내주고, 야수들이 공수에서 좀더 힘을 보탤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이다. 이것은 삼성의 올 시즌 농사에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위에서부터 안지만, 심창민, 차우찬, 오승환과 안지만.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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