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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일종의 흐름을 타 어느 순간 예전에 인기를 누렸던 것이 새롭게 다시 인기를 얻기도 한다지만 최근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실상 '베끼기'에 가까운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베낀' 프로그램이라는 단어로 단정 짓기엔 아쉬운 감이 있다. 분명 이들 중에서도 성공한 프로그램이 있고, 또 그로 인해 대한민국 예능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베끼기' 논란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대표적인 예가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다. 리얼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생소하던 시절, MBC '무한도전'은 핍박과 구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대한민국에 리얼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이와 함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탄생했다. 방송 전, "KBS표 '무한도전'이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으나 '1박2일'은 24시간 카메라가 멤버들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가감없는 리얼 여행기와 복불복이라는 독특한 게임 장르로 '1박2일'만의 리얼 여행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결국 '1박2일'은 시청률 40%를 기록하며 '국민 예능'으로 각광받았다.
'1박2일'에 힘입어 SBS에서도 여행을 소재로 한 '패밀리가 떴다'를 기획했다. '1박2일'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 멤버와 매주 새로운 게스트를 투입, 고정 멤버인 6명의 남자들로 이뤄진 '1박2일'과 '무한도전'에서 볼 수 없었던 러브라인과 매주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그 틈새를 공략했다. 결국 '패밀리가 떴다' 역시 여행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1박2일'과 공생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무한도전'으로 시작된 리얼 예능 프로그램이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리얼 여행 예능프로그램으로 발전한 것 처럼 최근에는 MBC '아빠 어디가'로 시작된 '아빠 예능'이 가족 예능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아빠 어디가'를 통해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종합편성채널 JTBC '유자식 상팔자' 등이 부모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SBS '자기야-백년손님'는 사위와 장모라는 더 넓은 개념의 가족으로 발전했다. 이는 아빠에서 부모, 가족이라는 넓은 의미로 계속해서 예능이 발전해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베끼기 논란은 대한민국 예능계에 명과 암을 동시에 갖고 있다. 새로운 장르의 예능프로그램이 성공을 하면 여러 방송사에서 이 프로그램의 아류작들이 앞다퉈 제작된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일었던 대중들은 이런 방송가의 약사 빠름에 곧 넌더리를 낸다. 그러나 분명 이런 흐름에 맞춰 방송사들은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보완에 보완을 거쳐 더욱 완벽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리얼 예능프로그램이 리얼 여행 예능 프로그램, 리얼 관찰 예능프로그램으로 발전한 데에 이 같은 '베끼기' 논란의 프로그램들이 그 밑거름이 된 것과 같은 이치다. '베끼기'가 논란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분명 새로운 길은 존재한다.
['무한도전'과 '1박2일'. 사진 = MBC, KBS 제공]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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