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전북 현대의 2014년판 닥공은 첫 술부터 배가 불렀다. 팀을 대표하는 이동국과 김남일 없이도 나카무라 ??스케가 버틴 일본의 요코하마를 3-0으로 대파하며 상쾌한 출발을 알렸다.
▲ 최강희표 4-2-3-1
전북의 시스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최강희 감독은 기존의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베스트11을 꾸렸다. 새롭게 영입한 카이오를 전방에 세웠고 이승기에게 섀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겼다. 좌우 측면에는 새 얼굴이 나란히 포진했다. 인천에서 온 한교원이 우측에 섰고 신인 이재성이 왼쪽에 나왔다. 중앙에선 정혁과 최보경이 발을 맞췄는데, 정혁이 공격과 수비를 모두 오가며 박스투박스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였다면 최보경은 포백 앞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했다. 또한 동시에 요코하마의 공격형 미드필더 나카무라를 자주 압박했다.
포백 수비와 골키퍼는 지난 시즌과 같았다. 왼쪽부터 박원재, 윌킨슨, 김기희, 이규로가 수비를 맡았고 최은성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수비적인 밸런스와 호흡은 매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전북의 철벽수비에 요코하마는 90분 동안 단 4개의 슈팅밖에 시도하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도 “공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상대에게 이렇다 할 슈팅 찬스를 내주지 않은 것이 더 기쁘다”며 닥공의 기본은 ‘수비’라고 강조했다.
▲ 더 빨라진 전북의 날개
최강희 감독은 새 시즌을 앞두고 측면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한교원, 김인성, 이승렬 등 발 빠른 측면 자원들을 대거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기존의 이승기, 레오나르도와 신인 이재성까지 더해, 전북의 날개는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빨라졌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날 가벼운 부상으로 뛰지 않은 새 용병 마르코스를 비롯해 4월에 전역하는 ‘미친왼발’ 이상협, 9월 제대하는 이승현과 김동찬이 가세할 경우 전북의 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빠르고 파워 넘치는 측면 라인을 갖추게 된다.
스피드를 업그레이드한 전북의 강점은 요코하마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요코하마는 전북의 빠른 측면 공격에 애를 먹었다. 특히 전북이 페널티킥을 만드는 장면에선 레오나르도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이같은 요코하마의 약점을 완벽하게 공략했다. 한교원, 이재성의 힘이 떨어질 때쯤, 레오나르도와 김인성을 투입하며 계속해서 요코하마의 측면을 공략했다. 이는 히구치 야스히로 요코하마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전북의 오른쪽 7번 한교원의 돌파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 ‘제2의 김상식’ 최보경
김남일이 없었지만, 그의 공백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울산에서 건너온 최보경은 지난 시즌 은퇴한 김상식을 떠올릴 정도의 활약으로 자신의 전북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보경은 포백 앞에서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함과 동시에 요코하마의 나카무라 ??스케를 견제했다. 정혁과의 역할 분담이 잘됐고 나카무라에 대한 압박도 영리했다. 이날 나카무라는 공격이 잘 풀리지 않자 자주 후방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최보경은 나카무라를 쫓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위험지역이 아닌 곳에선 나카무라를 자유롭게 풀어줬다. 그리고 나카무라가 전북 지역으로 올라오면 그때부터 강하게 그를 압박했다.
▲ ‘무실점’ 윌킨슨-김기희
지난 시즌 전북이 리그 우승과 멀어진 가장 큰 이유는 수비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38경기를 치르면서 49실점을 했는데, 이는 상위스플릿 전체 7팀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점 기록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요코하마전서 세 골보다 ‘무실점’을 더 반긴 것도 그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의 말처럼 한 경기로 모든 걸 이야기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이날만큼은 윌킨슨-김기희로 구성된 전북의 중앙 센터백은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윌킨슨은 상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높이의 우위를 보였고 김기희는 사전에 상대의 공간 침투를 적절히 차단했다. 지난 시즌 도중에 김기희가 합류하면서 호흡에 문제를 보였지만, 동계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끌어올리면서 수비에 한 층 안정감이 더해진 모습이다.
▲ 이동국·김남일도 없었다
전북의 요코하마전 3-0 승리보다 더 관심이 쏠린 건 이동국-김남일 없이 대승을 거뒀다는 점이었다. 이는 분명 큰 의미가 있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선 두터운 선수층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난 시즌 전북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건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더블 스쿼드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동국과 김남일의 가세는 전력의 상승 못 지 않게 경험적인 측면에서 주는 득이 많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은 부상 방지 차원에서 휴식을 줬고 김남일도 거의 회복된 상태다”며 내달 8일 부산과의 홈 개막전에 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전북 현대 모터스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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