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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박지은 작가와 장태유 감독의 조합, 그들의 복합장르가 제대로 통했다.
27일 방송된 21회를 마지막으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 연출 장태유, 이하 '별그대')가 종영된 가운데 박지은 작가와 장태유 감독 콤비가 시도한 복합 장르가 호평을 얻고 있다.
'별그대'는 1609년(광해 1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비행물체 출몰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가의 엉뚱한 상상이 더해진 로맨스 드라마.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 도민준(김수현)과 톱스타 천송이(전지현)의 기적같은 로맨스 그렸다.
방송 전부터 외계인으로 분하는 김수현과 만인의 연인 천송이로 분하는 전지현의 조합은 뜨거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영화 '도둑들'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 비주얼 커플의 만남이 로맨스를 넘어 판타지, 추리 스릴러 등의 복합 장르로 그려진 만큼 매회가 신선했고 인상 깊었다.
이 중심에는 박지은 작가와 장태유 감독의 젊은 감각과 남다른 센스가 있었다. 박지은 작가는 오래전부터 흥미를 느껴온 소재를 공부하고 발전시킨 뒤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었다. 단편적인 이야기 구조를 넘어 한 번 더 비트는, 다양한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요소를 맛깔나게 버무렸다.
장태유 감독 역시 SBS '쩐의 전쟁', '바람의 화원', '뿌리깊은 나무' 등을 통해 선보인 감각적인 연출을 '별그대'를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단순히 비춰지는 것이 아닌 복선이 있고 의도가 있는 센스 있는 연출과 영상 효과로 시청자들의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 것이다.
두 사람의 센스가 만나니 복합 장르는 더욱 빛을 발했다. 로맨스, 판타지, 사극, 추리극 등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모든 요소가 '별그대'에 담긴 것.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이토록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배우들의 공도 컸지만 튼튼한 뿌리를 만들어 놓은 박지은 작가, 장태유 감독의 역할이 컸다.
앞서 MBC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대중의 뜨거운 인기를 얻은 박지은 작가인 만큼 그녀는 대중을 주무르는 법을 꿰뚫고 있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지존이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트렌드를 알고 대세를 아는 박지은 작가의 젊은 감각이 유행에 민감한 여심을 확실하게 잡았다.
도민준, 천송이의 사랑도 시청자들 가슴을 뛰게 했지만 이휘경(박해진)과 유세미(유인나)의 짝사랑 역시 시청자들을 울렸다. 오로지 사랑 뿐인 이휘경, 유세미의 가슴 절절한 사랑이 마냥 행복한 사랑만이 아닌 사랑의 다양한 유형을 표현해냈다.
'신의 한수'라 평가되는 에필로그 역시 로맨스를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였다. 박지은 작가의 아이디어로 진행된 에필로그는 그녀의 탁월한 글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했다. 이야기의 한 부분만을 보는 것이 아닌 전체를 보는, 흘러가는대로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이 아닌 당위성이 있고 그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만큼 초능력도 '별그대'를 보는데 흥미를 더했다. 다양한 초능력이 등장한 가운데 장태유 감독의 남다른 의도가 '별그대' 속 초능력을 이야기에 중요한 요소로 만들었다.
장태유 감독은 지난 1월 방송된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민준이 여러 가지 초능력 중에서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제일 먼저 쓴 이유는 그가 과도한 근육, 즉 완력을 쓰는 이런 히어로가 아니라 뭔가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그런 히어로의 느낌을 주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때문에 어떤 액션이 특별하지 않아도 되는 초능력인 시간 멈춤 능력을 제일 먼저 활용했고, 이후 간간이 힘쓰는 능력도 선보였다"며 "사실 이는 과학적이거나 사실적인 측면보다는 우리 드라마가 판타지이다 보니까 마치 '해리포터'처럼 약간 동화처럼 보여주자는 의도였다. 그래서 고속촬영과 CG에다 CF기법, 매트릭스 촬영기법 등을 활용, 한신 한신을 공들여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장태유 감독의 연출 하나 하나에 깊은 의도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외계인이니 초능력을 쓴다는 단순한 흐름을 넘어서 그 안에 서정성을 넣고 로맨스를 첨가했다. 때문에 외계인 도민준과 그를 사랑하는 천송이의 사랑은 더욱 절절했고 시청자 마음에 와닿았다.
역사도 빼놓을 수 없다. 400년 전 지구에 온 외계인이기 때문에 400년 전 조선의 모습이 그려졌다. 과거 강원감사, 집주름, 기생, 허준, 허균 등이 든든한 카메오 군단을 만나 그려지면서 역사 속 인물들, 또 그 안에 녹아든 외계인의 조합이 색다른 재미를 줬다.
'별그대'는 달달하다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스릴러의 진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극중 이휘경의 소시오패스 형 이재경(신성록)의 악행은 도민준과 천송이를 점점 조여오는 쫄깃한 긴장감을 줬다. 권력과 경제력을 모두 갖춘 소시오패스의 악랄함, 그 뒤에 숨겨진 진실 등이 매회 시청자들까지도 숨죽이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신선한 소재, 다양한 이야기에 대한 수요는 끊임 없다. 이에 발맞춰 박지은 작가, 장태유 감독은 특유의 재능과 센스를 발휘, 복합 장르의 지존이 무엇인지 제대로 입증했다.
한편 '별그대' 후속으로는 손현주, 박유천, 박하선, 소이현 등이 출연하는 SBS '쓰리데이즈'가 오는 3월 5일 밤 10시 첫방송된다.
[종영된 '별그대'. 사진 = SBS '별그대' 방송 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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