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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차갑고 냉정했던 외계인이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27일 방송된 21회를 마지막으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 연출 장태유, 이하 '별그대')가 종영된 가운데 차갑기만 했던 외계인 도민준(김수현)이 운명적인 사랑 천송이(전지현)를 만나며 인간의 따뜻한 내면을 깨달았다.
천송이와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의 도민준은 차가운 외계인 그 자체였다. 매의 시력, 늑대의 청력, 놀라운 속도로 이동할 수 있고 순간순간 누군가의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을 보는 초능력을 지녔기에 그 어떤 이의 도움도 필요 없었다. 그저 지구를 벗어나 어서 빨리 자신의 별로 돌아가고 싶은, 400년간 지켜봐온 인간에게는 정이 떨어져 버린 그런 이방인이었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면서 살던 도민준이었다. 사랑엔 시니컬했고 인연을 쉽게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상황에 계속해서 놓이면서 차갑고 딱딱하기만 하던 도민준은 점차 변했다.
도민준이 변하고 인간에 대해 깨닫는 과정에는 '별그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차가운 외계인이 전한 세가지 키워드를 살펴봤다.
▲ 1. 믿지 않았던 사랑, 그 운명의 매력
도민준은 애초에 사랑을 믿지 않았다. 호기심, 질투, 성욕, 소유욕, 연민, 의리, 습관 또는 착각이라고 정의했고 자신은 절대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런 도민준에게 과거 허균(류승룡)은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날 것 같고, 그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민준은 천송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을 희생하고 인생 전체를 뒤집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도민준이 인간의 위대한 사랑을 깨닫고 이를 고백하는 모습은 26일 방송된 20회에 그려졌다. 도민준은 400년간 외계인 정체를 숨겨 오다 천송이를 위해 한순간에 이를 저버렸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초능력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유석(오상진)은 도민준에게 "도민준씨, 왜 그랬느냐, 허연우로, 한서준으로 그리고 도민준으로 살아오면서,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왜 한순간에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인지, 이유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그러자 도민준은 "두 분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지 않으냐,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생겼다"며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이다. 돌아보니 사람들은 자신만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도 하고, 다치기도, 손해 보기도 하면서 치열하게 살고 있더라.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생겼을 뿐이다"라고 말해 도민준이 진정한 사랑을 깨달았음을 알렸다.
▲ 2. 계속 함께 있고 싶은 가족과 친구, 그 따뜻함
사랑에 냉철한 도민준이었기에 인간 관계는 그에게 그다지 소중한 것이 아니었다. 곧 떠날 지구, 과거 살던 별에서의 삶이 있기 때문에 그는 그 어떤 사람들과도 정을 나누지 않았다. 장영목(김창완) 변호사를 제외하고 그가 의지하고 모든 것을 털어 놓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민준은 천송이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진짜 가족의 개념을 깨달았다. 함께 밥 먹고 자신을 걱정하고, 실제로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함께 할 때 얼마나 안정감을 주는지, 또 따뜻한 소속감을 주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도민준이 살던 별에는 가족, 친구, 부부 등의 개념이 없었다. 때문에 도민준은 가족의 필요성을 알지 못했고 친구, 부부 등의 관계가 맺어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도민준은 점차 달라졌다.
그는 천송이 가족과 식사를 마친 뒤 "가족이란 사람들과 밥을 먹어본게 처음이었다. 느낌이요? 천송이 곁에 이런 사람들이 있어준다면 안심이다 정도. 나도 계속 함께 하고싶다 뭐 그런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가족 뿐만이 아니었다. 도민준은 장영목 변호사와의 우정을 통해 사람의 따뜻한 내면을 느꼈다. 장영목 변호사는 젊은 시절 벼랑 끝에 내몰린 자신을 도와준 도민준 곁에서 늘 함께 했다. 항상 도민준을 걱정했고 친구를 넘어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그를 대했다.
도민준을 보내기에 앞서 장영목은 "선생님을 제 옆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 정말 꼭 자식 앞세우는 부모된 기분이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도민준이 유일하게 인연이라고 생각한 그였기에 두 사람의 우정은 특별했다.
도민준은 "장변호사님 아주 예전에 누가 그랬다. 작별 인사는 미리하는 거라고. 진짜 마지막이 오면 작별인사같은 건 할 수가 없다고. 감사하다. 잊지 않겠다"며 장영목 변호사와의 40년간 우정을 소중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 3. 순간이 중요한 인생, 외계인이 말한 사람의 인생
'별그대' 속 도민준이 사랑과 가족, 우정을 말하며 최종적으로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곧 우리네 인생이었다. 당장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느낄 새가 없는, 너무 익숙해서 소중함을 모르게 된 인생의 가치를 외계인 도민준이 대신 전달한 것이다.
도민준은 400년간 지구에 살았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가고 죽어가는 모습을 아주 많이 봐 왔다. 그래서 생각했다. 결국엔 저렇게 죽을 걸 왜 애를 쓸까. 순서만 다를 뿐 결국은 늙고 죽어갈 사람들인데. 왜 저렇게 아등바등 전쟁을 하듯 악착같이 살까. 그들의 삶은 한심하고 허무했다"고 입을 열었다.
실제로 도민준은 인간의 삶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매순간 악착같이 사는 인간의 삶은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사는 도민준에게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삶과 죽음의 개념이 달랐기에 이들을 이해하는데도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도민준은 죽음을 생각하면서 이들의 인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데 죽음을 생각하고 나서 깨달았다. 죽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며 "살아가는 그 순간이 중요한 거였다. 그래서 끝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행복할 수 있는 거고 살아갈 수 있는 거였다. 간단한 건데 깨닫는 데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차갑고 냉정하기만 했던 외계인의 깨달음은 곧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깨달음이 됐다. 그토록 오랜 시간 지구에서 머문 한 이방인의 깨달음은 곧 가슴 따뜻하고 뭉클한 메시지로 전해졌다.
한편 '별그대' 후속으로는 손현주, 박유천, 박하선 등이 출연하는 SBS '쓰리데이즈'가 오는 3월 5일 밤 10시 첫방송된다.
['별그대' 메시지 키워드3. 사진 = SBS '별그대' 방송 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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