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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배우 장희진에게 종영한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으로 남았다. 10년 동안 꾸준히 연기를 해왔지만 이번 작품만큼 대중들에게 장희진의 연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장희진은 '세결여'에서 사랑에 미쳐버린 톱스타 다미 역을 맡아 안방극장에 '장희진'이란 배우의 이름 세글자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다미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나와있지 않았어요. 연예인이고 김준구를 좋아한다는 것 말고는. KBS 2TV 드라마 '내 딸 서영이'나 '빅'에서 맡았던 캐릭터의 연장선상이라고 해서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 김수현 작가님 작품이라서 했어요."
장희진은 김수현 작가가 드라마가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등장인물들에게 정말 많은 애정을 쏟아 붓는다고 말했다. 배우의 장단점을 분석해 캐릭터에 녹아내는 일은 웬만한 관심으로는 하기 힘든 일인 데도 끊임없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작가라고. 덕분에 장희진은 다미 역을 하면서 김수현 작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연기적인 조언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제가 연기적인 부분에서 부족해서 많이 혼났어요. 김수현 작가님께서 굉장히 정확하시거든요. 초반에 제가 다미라는 캐릭터의 중심을 못 잡고 갈팡질팡할 때 김해숙 선생님을 소개해주시면서 캐릭터를 같이 만들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그렇게 장희진은 배우 김해숙과 함께 천천히 다미 캐릭터를 잡아갔다. 처음에는 김수현 작가에게 '(역할을) 겨우 따먹는다'는 소리를 들으며 힘들게 연기를 했지만 결국 '조금씩 다미화 되는 것 같다'는 말도 들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큰 칭찬을 받아냈다.
"사실 다미라는 인물을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저하고는 다른 방식의 사랑을 하는 인물이라 '왜 이렇게까지 하지' 고민도 했어요. 그런데 5개월간 다미로 살아보니까 다미한테는 정말 사랑이었던거죠. 사실 목숨을 내놔도 아깝지 않은 사랑을 해보고 죽는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다미는 그런 사랑을 만난거고, 어느 부분에서는 다미한테 존경스러운 점도 있는 것 같아요."
다미는 내연관계인 김준구(하석진)가 이미 오은수(이지아)와 부부가 됐고 2세까지 가졌음에도 그에 대한 마음을 놓치 못하는 여자였다. 준구가 매몰차게 다미를 밀어내도 다미는 끝까지 준구의 사랑을 갈구하며 그의 옆에 남기를 원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정말 많았는데 가장 가슴 아팠던 신은 다미가 준구한테 '나 한 번만 안아주고 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 장면이 저한테는 정말 많이 슬펐어요. 다미는 정말 그때 준구를 놔주려고 했던 거니까. 그 신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러나 실제 장희진의 연애스타일은 다미와는 다른 구석이 많다. 능동적으로 사랑을 쟁취하려하는 다미와 달리 장희진의 사랑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편이다. 연애를 많이 해본 것은 아니지만 다미처럼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한 남자를 사랑했던 경험은 없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어요. 은수의 입장에서 놓고 생각하게 됐는데 '세상에 완벽한 사랑은 없기 때문에 어떤 남자든 단점은 있으니까 잘 보고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 사람의 단점을 포용할 수 있는지, 그런 부분들을 현명하게 고민해보고 결혼해야될 것 같아요."
장희진은 논란이 됐던 '세결여'의 결말에 대해서도 "굉장히 만족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회에서 은수는 준구와 이혼하고 혼자 사는 삶을 택했으며 준구는 다미와 함께 새 살림을 차리고 행복하게 끝이 났다.
"5개월 동안 다미로 살아서 다미가 얼마나 고생한지 알거든요. 그래서 전 마지막회 대본을 받고 정말 좋았어요. 사실 준구랑 은수랑 이혼하면서 제 역할이 중간에 붕 뜰까봐 걱정했는데 작가님이 마지막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 같아서 되게 감사했어요."
장희진은 '세결여'를 "내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이라고 꼽을 정도로 굉장한 애착을 드러냈다.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연기적인 버릇이나 고집 등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임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작품으로 남았다.
"다미한테 애정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제가 연기를 어떻게 했고 시청자들이 저를 어떻게 보고를 떠나서 '세결여'는 제 연기적인 마인드에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이거든요. 작품에 임하는 자세나 시각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고 어떻게 보면 다미를 시작으로 제 연기적인 것들이 많이 변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존에 트렌디한 스타일들을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었는데 과감하게 버렸거든요. 이번 작품은 안 했으면 진짜 후회했을 거예요."
[배우 장희진.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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