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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 템포 쉬어가도 된다.
LA 다저스 류현진의 지난 일정을 살펴보자. 지난달 23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시드니 개막전에 등판했다.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오른발 엄지발톱을 다쳤다. 그런데도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와의 본토 개막전 선발 등판을 강행했다. 류현진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7이닝 무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했다.
닷새가 흘렀다. 류현진은 나흘 쉬고 등판했다. 5일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개막전. 최악의 투구를 했다. 2이닝 48구 8피안타 3볼넷 8실점(6자책). 수비수들이 류현진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잇따라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류현진 역시 좋지 않은 투구를 한 것도 사실이다. 1회엔 직구와 체인지업 조합을 고수하다 난타를 당했다. 2회엔 커브를 섞었으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추가 2실점했다.
돌아보면 류현진은 LA 다저스의 초반 6경기 중 3경기서 선발 등판했다. 물론 호주 개막전 이후 휴식기가 있었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한 뒤 호주를 다녀오는 건 매우 피곤한 일정이었다. 더구나 류현진은 시드니에서 발톱 부상까지 입고 돌아왔다. 그럼에도 팀을 위해 단 나흘 쉬고 본토 개막전에 정상적으로 출격했다. 그리고 이날 홈 개막전까지 나섰다.
LA 다저스의 좋지 않은 팀 사정이 겹친 탓이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등 근육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역시 호주 개막전서 당한 부상이었다. 15일짜리 부상자명단이지만, LA 언론들은 커쇼의 메이저리그 복귀가 4월엔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잭 그레인키 역시 시범경기서 부상을 입은 이후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린 관계로 무리한 등판이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보다 훈련을 일찍 시작한 류현진이 사실상 에이스 중책을 맡았다. 아직 시즌 초반이니 피로가 누적돼 이날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 들었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스케줄은 확실히 빡빡했다. 더구나 호주를 다녀왔고 발톱 부상도 있었다. 류현진은 이날 2이닝 48구를 기록하면서 체력 부담을 덜었다.
조시 베켓이 마이너리그서 메이저리그 복귀를 타진하고 있다. LA 언론들은 곧 베켓이 커쇼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발진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LA 다저스로선 반가운 원군이다. 류현진에게도 당연히 호재다. 넘어진 김에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 돈 매팅리 감독도 아직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경우와 상황에 따라서는 류현진이 휴식일을 추가로 받을 수도 있다.
시즌은 길다. 162경기 대장정이다. 별의 별 일이 다 벌어진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면서 재정비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잠시 뒤를 돌아보고 숨을 고를 필요도 있다. 본래 야구는 앞날을 준비하는 것만큼 복기가 중요하다. 이날 시즌 첫 패전에도 류현진의 성적은 1승1패 평균자책점 3.86이다. 결코 나쁘지 않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지금은 한 템포 쉬어갈 타이밍이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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