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바로를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삼성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는 확실히 독특한 캐릭터다. 덥수룩한 수염에 홈 경기서는 어머니와 함께 지낸다. 그리고 다른 팀 외국인타자처럼 홈런을 뻥뻥 치는 거포가 아니다. 주로 안타와 2루타를 뽑아내는 중거리타자. 발도 빠르고 찬스에서 좋은 해결능력을 지녔다. 1루와 외야가 아닌 2루를 맡고 있다는 점도 남다르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이후 1루수가 아닌 내야수 외국인타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나바로는 지난 10~11일 두산과의 원정경기서 연이어 결장했다. 왼쪽 손목과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경미한 통증이 있었다. 돌아온 나바로는 13일 대구 한화전서 4타수 2안타를 날려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14일 현재 타율 0.299 5홈런 20타점 21득점 6도루.
▲ 브리또가 떠오른다
나바로를 보고 틸슨 브리또가 떠오른다는 사람이 많다. 나바로와 마찬가지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브리또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삼성, SK, 한화서 635경기에 나섰다. 통산 타율 0.292 112홈런 391타점. 브리또는 유격수 요원이었지만, 2루와 3루 역시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국내 외국인타자 중 유격수로 장수한 외국인타자는 브리또가 유일했다. 무엇보다도 삼성에서 뛴 2002년에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는 게 눈에 띈다.
삼성도 타 구단과 마찬가지로 브리또를 제외하곤 1루수 혹은 외야수 외의 다른 포지션을 맡은 외국인타자를 보유했던 적은 거의 없다. 또한, 나바로는 브리또보다 더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왔다. 삼성에선 2루수로 고정됐지만, 사실 주 포지션은 유격수다. 메이저리그서 유격수 22경기, 3루수 22경기, 2루수 12경기, 좌익수 11경기, 우익수 2경기에 나섰다. 마이너리그서는 449경기서 유격수로 출전했다.
브리또의 통산 타율은 2할대 후반. 찬스에서의 결정력은 더 좋았다. 2002년 삼성에서 기록한 90타점은 그의 한국 커리어 최고 기록. 브리또는 2003년까지 삼성에서 2년간 2번 혹은 5~6번에 배치돼 당시 이승엽, 마해영, 양준혁, 김한수 등과 함께 최강 핵 타선을 구축했다. 브리또는 국내타자들을 뒷받침하면서 은근한 화력을 뽐냈다.
나바로 역시 마찬가지.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의 존재로 올 시즌 단 한번도 3~5번 클린업트리오에 배치된 적은 없다. 하지만, 시즌 초반 2번과 7번에서 제 몫을 했다. 정형식의 부진으로 톱타자로 배치된 이후에도 좋은 활약을 한다. 볼을 잘 골라내며 출루에 중점을 둔 스타일이 아니라 배팅 욕심이 큰 편이다. 그래도 일발장타와 찬스에서의 높은 결정력으로 까다로운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 정석적인 수비는 아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브리또가 삼성에서 뛴 시절, 수비, 작전 코치를 역임했다. 류 감독의 평가는 냉정했다. “수비가 정석적인 편은 아니었다”라고 했다. 강한 어깨가 돋보였으나 실책도 적지 않았다. 브리또의 2002년 실책은 22개. 류 감독은 “SK 시절보다 수비 움직임은 좋지 않았다. 순발력이 떨어졌다”라고 했다. 류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내야수비는 수비수가 타구가 오는 지점에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과거 박진만(SK)이 현대와 삼성 시절 발이 그리 빠르지 않음에도 타구 예측이 매우 뛰어났다. 국민유격수로 불린 이유였다.
류 감독은 “브리또는 타구를 기다렸다가 잡지 못했다. 타구와 동시에 움직였다”라고 회상했다. 실제로 브리또는 2003년엔 시즌 막판 오른쪽 무릎을 다쳐 수비 범위가 다소 줄어들었다. 당시 타율도 0.255에 불과했다. 2002년에 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브리또는 결국 2003시즌을 끝으로 삼성을 떠났다. 이후 친정 SK와 한화를 거친 브리또는 대만에서 2008년까지 뛰었다.
류 감독은 나바로 역시 정석적인 수비를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류 감독은 “자세가 조금 높다. 사이드 스텝도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나바로는 주루를 할 때 약간 다리를 저는 경우가 있다. 류 감독은 “무릎이 썩 좋지는 않은 편”이라고 걱정했다. 이 역시 브리또와 닮은 부분. 사이드 스텝이 기민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라고 보면 된다. 왼쪽 손목과 오른쪽 새끼손가락 역시 시즌 내내 관리해야 한다. 또한, 나바로는 공을 잡은 뒤 약간 멈칫 하다 1루에 송구하는 버릇이 있다. 류 감독은 “어깨가 강하니까 자신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을 잡은 뒤 곧바로 송구하는 게 정석”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며 나바로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보류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나바로는 타고난 볼 핸들링과 감각, 좋은 예측수비로 합격점을 받았다. 어이없는 실책을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부분. 무엇보다 타격에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출루율 높은 톱타자는 아니지만,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 건 류 감독의 지론과도 맞닿아있다. 득점권 타율 0.450으로 리그 5위인 게 단연 인상적이다. 몇 가지 불안요소만 해결되면 브리또 그 이상의 효자 용병 내야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나바로(위, 아래), 브리또(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삼성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