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14년째 가뭄.
LA 다저스 류현진의 27일(한국시각) 신시내티전 7이닝 퍼펙트 투구. 류현진은 전날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던 조시 베켓에 이어 이틀 연속 노히트노런, 아니 퍼펙트게임까지 노렸으나 아쉬움을 삼켰다. 이날 미국 전역엔 단연 류현진의 완벽투가 화제가 됐다. 메이저리그서도 이틀 연속 노히트 혹은 퍼펙트 피칭은 희귀하다.
한국에선 이런 기록이 거론되는 게 생소하다. 한국에서 노히트노런이 마지막으로 나온 사례는 2000년 5월 18일 송진우(한화 투수코치). 당시 그가 광주 해태전서 기록한 노히트노런을 끝으로 한국에선 14년째 노히트노런이 나오지 않았다. 또한, 국내야구 역사상 퍼펙트 게임은 아직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 노히트노런? 완투완봉도 가뭄
올 시즌 국내야구서 완봉승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완투승만 두 차례(두산 니퍼트, 삼성 밴덴헐크) 나왔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완봉승과 완투마저 귀해지고 있다. 완투완봉의 벽을 넘지 못하면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면 안 되는 노히트노런, 단 1명의 주자도 출루시켜선 안 되는 퍼펙트게임에 도전할 수가 없다.
완투와 완봉이 줄어든 이유는 명확하다. 현대야구가 투수 보직 분업화로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가 확실히 나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로는 100% 설명되지 않는다. 국내야구는 지금 극도의 타고투저 시대다. 투수들이 타자의 파워와 정교함을 이겨내지 못한다. 당연히, 타자를 압도하는 선발투수가 있다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맡겨야 할 상황. 현장 지도자들도 선발투수들의 완투완봉을 절실히 바란다. 그래야 불펜 투수들의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 결과적으로 투수들의 역량이 예전만 못한데다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완투완봉이 귀해진 것 같다.
▲ 선발투수들의 책임감
KIA 선동열 감독은 27일 광주 두산전을 앞두고 “선발투수들이 요즘은 6~7이닝만 던지면 ‘내가 할 몫을 다 했다’는 생각을 갖는 것 같다”라고 했다. 사실 감독들은 선발투수가 잘 던지더라도 6~7회 이후엔 교체 타이밍을 생각하기 마련. 그런데 이때 승리요건을 갖췄을 경우 교체되길 원하는 투수가 적지 않다고 한다. 공을 많이 던지면 혹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투수가 좋은 밸런스만 갖고 있다면, 그리고 선발로테이션 간격만 철저하게 지킨다면 굳이 선발투수를 6~7이닝서 강판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물론 매 경기 완투완봉을 하라는 건 아니다. 컨디션이 좋고 투구 밸런스가 좋은 선발투수라면 때로는 팀 사정을 생각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끌고 가는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선 감독의 견해다.
일각에선, 6이닝 3자책점 이하의 퀄리티스타트에도 불만을 갖는 시선이 있다. 6이닝 3자책점을 평균자책점으로 환산하면 4.50. 4.50짜리 선발투수가 과연 제 몫을 했다고 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선 감독은 물론이고 투수 출신 지도자들도 선발투수가 단순히 승리요건, 퀄리티스타트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고 보는 이유다. 철저한 분업화 시대. 지도자들은 선발투수에게 좀 더 책임감을 갖길 바란다.
▲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
한편으로 선 감독은 투수들의 심정도 이해했다. 선 감독은 “스트라이크 존이 예년보다 좁다”라고 했다. 스트라이크존이 좁다보니 스트라이크가 될 공이 볼이 되는 경우가 생긴다. 당연히 투수로선 경기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없다. 선 감독은 “스트라이크 존을 좀 넓혀야 한다. 투수들이 살아남기가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선 감독은 “미국과 일본을 경럼한 홀튼에게 물어보니 미국이 스트라이크 존이 가장 넓고, 그 다음이 일본, 한국이 가장 좁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타자들이 타순에 관계없이 적극적인 타격을 한다. 스트라이크 1개를 기다리고 치는 법이 없다”라고 했다. 그것도 스트라이크 비슷한 공만 철저하게 타격하는 게 국내야구. 투수 입장에선 그만큼 피안타의 확률이 높아진다. 완투 완봉 확률이 떨어지는 요소. 투수로선 이런 성향을 역이용해 맞춰 잡는 피칭을 할 수밖에 없다.
▲ 컨디션 안 좋아야 대기록 성사?
선 감독은 이색적인 주장을 했다. 선 감독은 “등판 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오히려 결과가 좋았다”라고 했다. 선 감독은 1989년 7월 6일 삼성전서 노히트노런을 했다. 선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오히려 그날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라고 했다. 반대로 선 감독은 “등판 전 컨디션이 좋으면 막상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라고 했다.
등판 전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마운드에서 조심스럽게 피칭하기 때문이라는 게 선 감독의 생각. 선 감독은 “방심하지 않고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공을 던지니 오히려 결과가 좋았다”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이닝을 소화하면서 점점 컨디션이 좋아지고 자신감마저 생기면서 대기록이 나왔다는 게 선 감독의 회상. 반대로 선 감독은 “등판 전 컨디션이 좋았을 땐 마운드에서 힘으로만 던지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결과가 나빴다”라고 했다.
선 감독은 “완투완봉도 앞으로 나오기 힘들다”라고 단언했다. 국내야구 환경의 변화와 의식 문제가 혼재한 상황. 이런 흐름을 뒤엎을 수 있는 초강력 투수가 출현하지 않는 한 국내야구서 노히트노런 혹은 퍼펙트게임을 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잠실구장과 목동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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