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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가수이자 배우 혹은 배우이자 가수 미스터팡. 그에게는 직업이 두개다. 가수이면서 배우이고, 배우이면서 가수이다. 물론, 그가 먼저 시작한 일은 가수다. 음악을 통해 연예계에 뛰어들었고, 그 후 우연히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그렇게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아직 그의 이름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러나 '트로트엑스'라는 프로그램을 언급하면 자연스레 그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미스터팡(38·본명 방준호)은 지난 6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Mnet '트로트엑스'에 참가해 최종 8인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트로트엑스'를 즐겨 본 시청자들이라면 결코 그를 잊을 수 없다. 개성 넘치는 외모는 물론, 경쟁자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은 뛰어난 가창력, 그리고 화려한 입담까지 온 몸 곳곳에 연예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그를 잊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덕분에 그는 '트로트계의 싸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그간의 공백을 깨고 화려한 비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미스터팡은 역시나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고 있어 멀리서도 확실히 자신을 어필하고 있었다. 그는 "'트로트엑스'는 미스터팡을 위한 방송이 아니었나 싶었다. 결선 파이널 무대가 아쉬움이 남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스터팡이라는 가수 겸 연기자가, 이런 트로트가수가 있었구나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계기였다"며 자신감 넘치는 출연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그토록 자신만만하던 그에게도 남모를 아픔은 있었다. 수많은 연예인들의 고민처럼 그 역시 언제까지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미스터팡이 처음부터 가수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유도 선수로 활동했고, 실력도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런 미스터팡을 보며 올림픽 금메달을 따 동네에 현수막을 걸기를 바랐다. 그러다 우연히 아는 선배가 기타 치는 모습을 보고 처음 음악이라는 걸 접했다.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동안 듣던 라디오 음악이 아닌 진짜 라이브 음악의 매력에 매료된 그는 조금씩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스스로도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끼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멤버를 모집하고 록 밴드를 구성했죠. 물론, 아버지 몰래요. 음악하면서 족발집 배달도 하고, 차 막히는 도로에서 오징어도 팔아봤어요. 간간히 돈을 모아서 기타를 마련하면 아버지께서 부수곤 하셨죠. 그렇게 부서진 기타만 10대가 넘을 거예요. 군대 다녀와서도 음악이 너무 하고 싶었죠. 그러다 음악도 하고 돈도 벌자는 생각에 미사리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일주일만 하면 잘리기 일쑤였죠. 그래서 그때 캐릭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성이 있어야 했죠."
그렇게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그는 2006년 잠시 건강이 좋지 않았다. 노래하다 이유없이 쓰러지기도 했지만, 병원에서는 정확한 진단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신병이라고까지 했다.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어 더욱 그랬다. 악기 없이는 노래도 부르지 않던 미스터팡은 언제부턴가 기타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조차 쑥스러워하던 그가 어느 순간 무대에서 관객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미용실로 가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이름도 방준호라는 본명에서 미스터팡으로 바꿨다. 다시 시작이었다.
"그 후에 업소들에서 조금씩 연락이 오더라고요. 제가 미사리에서 한창 활동할 때 친해진 여자 가수가 춘자였죠. 또 그룹 밴드로 활동하던 친구들이 울랄라세션이었고요. 거의 미사리 3대 천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런데, 그렇게 언더 쪽에서는 나름 인기를 누리고 있었는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언제까지 업소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고요. 저도 제 이름을 내건 정규 앨범을 내고 싶었어요. 2007년도에 KBS 목포가요제에 나가서 대상을 탔는데, 그때 저를 영입하려던 소속사 관계자 분들이 제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연락을 안 하시더군요."
결국 그는 또 다시 업소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나이가 차면서 점점 줄어갔다. 그러다 2009년에 그에게 러브콜이 왔다. 그의 독특한 캐릭터를 이용해 트로트 음반을 내보자는 제안이었다. 그리고 2010년 4월 싱글음반 '누나 한잔해'를 발표했다. 반응도 괜찮았다. 그렇게 조금씩 승승장구하던 미스터팡은 그러나 2011년부터 트로트 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다시 어려움을 맞아야 했다. 방송도 줄었고, 기존에 하던 일도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그때는 음악을 계속해야되나 다른 일을 해야하나 고민을 엄청 했어요. 그래선 안되지만 막연하게 죽음이라는 것까지 생각했었죠. 그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렇게 뜻하지 않게 2년이란 공백을 맞게 된 거죠. 또 이혼을 경험하면서 아이들 키우는데도 어려움을 겪었어요. 어머니께서도 하던 일을 그만두셔서 심적인 부담감이 컸었죠. 솔직히 돌이켜보면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해요. 그것 때문에 딜레마를 겪기도 했었고. 그러다 2013년에 정규 음반을 내게됐어요. '뜨거운 사랑'이라는 앨범이었는데, 그걸 내고 활동하려는 찰나에 '트로트엑스'에 지원하게 된 거죠."
그리고 지금 그는 '트로트엑스' 덕분에 다시금 활동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가 방송에 나올 때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그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덩달아 그의 노래도 각종 음원 차트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국 '트로트엑스'에 한창 출연 중이던 그때 고속도로 트로트 음반 유통을 담당하는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소위 말해 대박이 터진 것. 그 후 어딜가도 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방송이 끝날 즈음 광고 출연 제의도 들어왔다.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꿈같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렇게 가수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미스터팡이었지만, 그에게는 가수와 함께 배우라는 직업 역시 당당히 프로필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그에게 "가수와 배우 타이틀 중 어느 것이 우선순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때그때 순간마다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가요계에서는 미스터팡, 연기 분야에서는 방준호라는 이름으로 개성 넘치는 가수 겸 배우고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미 지난해 배우 임창정 주연의 영화 '창수'에서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연기 합격점을 받은 그는 올해에도 영화 출연을 계획하고 있다.
'멀티테이너'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가수와 배우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요즘, 미스터팡은 분명 자신이 언제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의 존재가 다시금 조명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무엇보다 자신의 일을 즐길 줄 아는 긍정적인 마음 덕분이 아니었을까. 그런 미스터팡이 어떤 가수로, 또 어떤 배우로 대중의 마음에 자리를 잡을 지 벌써부터 그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가수 겸 배우 미스터팡. 사진 = 케이스토리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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