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속 독설, 이정도면 악플 수준 [허설희의 신호등]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최근 방송 속 독설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정도면 악플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질러 놓고 호응이 좋으면 의기양양, 문제가 되면 사과하는 모습이 이제 시청자들까지 지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 경우만 봐도 그렇다. 시원 시원한 독설과 다른 프로그램에선 쉽게 묻지 못하는 질문 등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인기를 얻은 '라스'라지만 이날 게스트들을 대한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라스'가 호평 받는 것은 게스트들을 떠받들지 않고 서로 물고 뜯는 과정에서 나오는 솔직함을 내세우기 때문이긴 하다. 하지만 이 날은 그 정도가 지나쳤다. 게스트들을 무시하고 무례한 태도를 일삼는 것은 물론 그 자리에는 없는, 출연자의 과거 여자친구를 계속해서 언급하고 출연자를 궁지에 모는 것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려는 것은 참으로 불편했다.

방송 직후 당연히 비난이 쏟아졌다. 이게 '라스'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일부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일각에선 '라스'이기 때문에 이같은 무례함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날선 시선이 이어졌다. 제 아무리 '라스'라지만 지킬건 지켰을 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웃음을 만들었을 때 '라스'만의 매력을 인정 받을 수 있다. 이에 제작진은 사과의 뜻을 밝혔고,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이 비단 '라스' 뿐일까. 최근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선 독설이 기본 옵션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프로그램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좀 더 솔직한 독설을 부가로 넣는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제 독설이 기본으로 깔려줘야 된다는 듯 거침없이 무례한 말들을 내뱉는다.

물론 시원시원한 멘트에 시청자들은 더 자유로움을 느끼고 웃음을 얻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말, 혹은 여론의 뜻을 대신해주는 말들이 어느 정도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고, 해소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제작진은 더욱 과감한 도전과 시선으로 시청자들을 찾아왔고, 다수의 예능인들 역시 이전보다는 확실히 더 거칠고 독한 언행과 행동으로 중무장 하게 됐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와버렸다는 것이 문제다. 독설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마음 한 쪽을 찝찝하게 만들어 버리는 지경에 왔다는 것이다.

사실 말이 좋아 독설이지, 인터넷 세상에선 악플이나 다름 없는 멘트들이 난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생활을 헤집는 것은 물론이고 내면, 외면 할 것 없이 모두 공격 대상이 된다. 이대로라면 독설이나 악플이나 그 차이는 별로 없어 보인다.

악플은 근절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로 삼으면서 방송 속 독설은 왜 시원하고 솔직한 의견으로 봐야 하는지, 이제는 그 정도가 이해 되지 않을 정도다.

익명의 악플러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악플러를 욕하기 전에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기 바란다.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독설을 할 때, 혹은 제작진이 과감한 연출을 시도할 때 그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달라야만 하는 지향점은 무엇인지 꼭 한 번 더 생각하길 바란다.

그들의 시원한 독설과 무차별 공격이 매력이라면 익명의 악플러와는 확실히 달라야 할 것 아닌가.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사진 = MBC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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