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최소 한 달은 걸린다고 봐야죠"
야구계에서는 마치 정설처럼 굳어진 것이 하나 있다. "3경기차를 줄이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린다"는 것이다. 감독이나 코치, 관계자들까지 그들의 말은 한결 같다. 하나의 데이터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치열한 레이스 속에서 경기차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데 LG는 1주일 만에 3경기차를 줄였다. LG는 전반기를 마치면서 4위 롯데와 5.5경기차로 뒤져 있었다. 하지만 1주일 사이에 2.5경기차로 따라 붙었다. 4강 경쟁권에 있는 KIA와의 주중 3연전, 그리고 롯데와의 주말 3연전 모두 2승 1패씩 위닝시리즈를 거뒀기에 가능했다.
LG가 이긴 경기를 다시 보니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빅 이닝'과 함께 한 것이다.
LG는 후반기 첫 경기였던 22일 KIA에 3-5로 패하고 출발했지만 23일 0-3으로 뒤지던 4회초 최경철의 좌월 만루홈런으로 경기를 뒤집고 브래드 스나이더와 이병규(7번)의 홈런 역시 함께 터지며 무려 9득점에 성공했다. 결국 LG는 11-8로 승리했으니 '빅 이닝'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24일에도 마찬가지. 2-2 동점이던 8회초 LG 타선이 폭발했다. 정성훈과 박용택의 연속 안타와 상대 수비의 실책이 겹쳐 1점을 도망간 LG는 이병규(7번)의 중월 3점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LG는 26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극적인 승부를 벌였다. 상대 선발투수 송승준의 역투에 가로 막혀 7회까지 0-2로 뒤지고 있던 LG였다. 그러나 8회말 거짓말 같은 역전극을 펼쳤다. 정의윤이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은 것이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진 것은 정성훈, 오지환, 박용택의 3연속 안타가 터지며 2-2 동점을 이루고 스나이더의 우익선상 2루타가 2타점짜리 적시타로 이어지며 역전에 성공했다. LG는 6-2로 역전승을 거뒀다.
위닝시리즈의 길목에서 만난 28일에도 LG는 빅 이닝을 맞았다. 0-3으로 뒤진 7회말 2사 2,3루 찬스에서 박용택이 2타점짜리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고 이병규(7번)의 볼넷으로 주자를 모은 뒤 정의윤의 좌월 3점포로 단박에 역전까지 이뤘다. 한 이닝에 5득점을 이룬 빅 이닝. LG는 5-3으로 승리하고 롯데와의 격차를 2.5경기차로 줄였다.
양상문 LG 감독이 "우리 팀은 요즘 경기 후반에 공격력이 좋다"라고 말할 만큼 LG의 뒷심, 그리고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집중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제 4강 경쟁팀들을 상대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준 LG는 선두 삼성, 그리고 천적 넥센과 마주한다. 게다가 지난 롯데전에서 한 차례 우천 노게임이 선언된 여파로 9연전 일정을 치러야 한다. '빅 이닝'과 함께 하며 역전 4강 가능성을 높인 LG의 진짜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LG가 상대할 두 팀 모두 타이트한 상황에서 좀처럼 빅 이닝을 내주지 않는 팀이다. 특히 막판에 리드를 당하면서 뒤집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꾸준히 위닝시리즈를 거두는 상승세, 그리고 점점 나아지는 경기력을 고려하면 재밌는 승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요즘 LG 선수들은 "우리 팀이 안정을 찾고 있다", "집중력이 좋아지고 있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분위기는 만들어졌으니 상위팀들과의 대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더욱 관심을 모은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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