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경기 흐름을 바꾼 것은 바로 '합의판정'이었다.
1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와 SK의 시즌 14차전. SK는 3회말 선발투수 트래비스 밴와트가 하위타선에 거푸 출루를 허용하고 최정의 악송구까지 겹치면서 3점을 내줘 1-3으로 뒤지고 있었다.
그리고 맞이한 4회초 공격. 2아웃에서 1루주자로 나가 있던 나주환이 스타트를 끊었다. 2루로 도루를 시도한 것이다. 박종철 2루심은 태그 아웃을 선언했다. 그러자 벤치에 있던 이만수 SK 감독이 심판진에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비디오 리플레이로 확인한 심판진은 아웃이 아닌 세이프로 판정을 번복, 끝난 줄 알았던 SK의 4회초 공격은 재개됐다.
2사 2루서 다시 타석을 차지한 임훈은 류제국의 3구째 공에 자신이 몸에 맞았음을 느꼈다. 이기중 주심이 볼을 선언하자 이만수 감독이 다시 벤치에서 나와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이번에도 이만수 감독의 주장이 맞았다. 판정은 번복됐고 임훈은 몸에 맞는 볼로 1루에 출루했다.
합의판정이 미친 영향은 컸다. 나주환의 도루 시도가 아웃으로 판정될 때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아했던 류제국은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이 허탈한 모양이었다. SK는 어렵게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정상호의 타구는 좌익수 앞으로 떨어지면서 1타점 적시타가 됐고 대타로 나선 한동민이 우전 적시타를 쳐 주자 2명이 득점, SK가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흐름을 가져온 SK는 5회초 공격에서 4점을 추가하고 승기를 잡았다. 결국 이날 경기는 SK가 8-5로 승리, 순위는 8위에서 변동이 없었지만 4위 롯데를 3경기차로 따라붙으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희망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를 통해 합의판정제가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거듭된 합의판정 속에 아쉬운 장면도 포착됐다. SK가 한 이닝에 두 차례 합의판정을 신청해 모두 번복을 이끌었지만 4회초 마지막 아웃을 당하는 장면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동화가 투수 땅볼을 쳤고 1루로 뛰었지만 아웃 판정을 받았다. TV 중계 리플레이로 봤을 때 조동화는 아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은 더이상 합의판정을 신청할 수 없었다. 한국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의 챌린지 제도처럼 1경기에 합의판정을 요청할 수 있는 기회가 최대 2회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만수 감독은 본능적으로 몸을 그라운드 쪽으로 움직였지만 규칙을 상기한 뒤 벤치에서 쓴 웃음을 지어야 했다.
물론 감독에게 합의판정을 요청할 기회가 무제한으로 주어지면 남발의 소지가 있고 경기 시간이 지나치게 소요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한 경기, 아니 한 이닝에서 오심이 세 차례나 나온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합의판정을 각 팀당 한 경기에 최대 2회로 제한한 만큼 이미 소모한 두 차례의 기회가 모자라 보이면 그것 또한 곤란한 일이다.
[SK 나주환이 13일 LG-SK전 4회초 2사 1루에 2루로 도루하다 아웃이 됐다. 그러나 SK가 합의 판정을 요구 했고 결국 세이프로 판정 났다.(첫 번째 사진) SK 임훈이 4회초 2사 2루에 볼이 몸에 스쳤으나 심판이 이를 잡아주지 않자 SK 이만수 감독이 합의 판정을 요구했고 결국 몸에 맞는 볼로 판정 났다.(두 번째 사진)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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