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10승 고지에 오르게 될까.
채병용(SK 와이번스)은 1군 무대 첫 시즌인 2002년 7승 9패 11세이브 2홀드를 기록했다. 올시즌에도 18일 현재 7승 9패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2002시즌 3.19라는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면 올시즌에는 6.36에 머무르고 있다. 2002년보다 2배 가까운 점수를 허용하고도 승리와 패배 숫자는 같은 것이다.
▲ 타고투저 시대 속 6점대 평균자책점 투수 3명
'역대급 타고투저 시대'라는 것은 이미 많은 야구팬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를 잘 알려주고 있는 기록 중 하나가 평균자책점 순위다.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한 명도 없다는 것도 이를 설명해주지만 순위를 거꾸로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18일까지 규정이닝(해당팀 경기수)을 채운 투수는 24명. 그 중 6점대 평균자책점 투수가 3명이나 된다. 노경은(두산 베어스)의 경우 시즌 평균자책점이 8.60에 이르면서도 규정이닝을 소화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수 앤드류 앨버스(한화 이글스·6.00)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이 채병용이다.
6점대 평균자책점이라면 투수로서 '낙제점'에 가까운 수치다. 그럼에도 이들이 규정이닝을 소화했다는 것은 각 팀들의 마운드 사정을 잘 알려준다.
채병용은 지난해 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12경기에 나서 승리없이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7.97에 머물렀다. 지난해까지 통산 평균자책점 3.57이었던 채병용에게는 자기 자신을 용납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절치부심한 채병용은 많은 준비를 하고 2014시즌을 맞이했다. 일단 채병용은 SK 선발진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가 됐다. 김광현과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가장 믿을만한 선발이다. 자타공인 SK 3선발.
하지만 평균자책점을 보면 지난해와 별반 달라진 점이 없다. 6.36으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99이닝동안 22홈런을 허용하며 피홈런 부문 1위에도 올라있다.
▲ 19경기에서 7승…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10승?
높은 평균자책점과 별개로 승수 자체만 본다면 전성기 시절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채병용은 2000년대 중후반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관계로 승수에서는 손해를 봤다. 타선 지원이 유독 따르지 않기도 했다. 때문에 채병용의 한 시즌 최다 승리는 2007년 거둔 11승이 전부다. 10승 이상 거둔 시즌도 2시즌(2007년, 2008년) 뿐이다.
이런 가운데 6점대 평균자책점을 거두고 있는 2014시즌, 다시 한 번 10승에 도전하고 있다. 채병용은 시즌 초반 5경기 연속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지만 이후 꾸준히 승수를 쌓고 있다.
9일 NC전에서 5이닝 9피안타 6실점하며 시즌 7승째를 거둔 채병용은 15일 삼성전에서 8승에 도전했다. 결과는 5⅓이닝 5피안타 5실점(4자책). 또 다시 홈런 두 방을 허용하며 많은 실점을 했지만 7-5에서 물러나 불펜이 동점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8승을 거둘 수 있었다.
SK가 30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채병용은 최소 6번 정도의 선발 기회를 더 얻을 것으로 보인다. 6점대 평균자책점이 이어질지는 불분명하지만 10승은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렇다면 역대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10승 투수가 된 경우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프로야구 한 시즌 최고 평균자책점이 7.06(1982년 삼미 김동철)인 가운데 6.15라는 평균자책점으로 10승 고지에 오른 기록이 있다.
주인공은 1999시즌 곽현희(당시 해태). 올시즌처럼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그 해 곽현희는 11승 11패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구원승이 2승이 있기는 했지만 선발승도 9승으로 적지 않았다.
이 밖에 김진웅(당시 삼성)은 1999시즌 평균자책점 5.40으로 11승 13패, 2000시즌 평균자책점 4.93으로 15승 7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채병용이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10승을 기록할 수 있을까. 평균자책점을 5점대로 내리며 10승을 거둘 수도, 6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한 자릿수 승리를 기록할 수도 있다. 경우의 수는 많지만 '6점대 평균자책점 10승'이 현실이 된다면 1999시즌 곽현희, 김진웅처럼 타고투저 시대 풍경을 그대로 알려주는 단면으로 남게될 듯 하다.
[SK 채병용.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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