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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과거의 장나라는 이제 없다. 2001년 시트콤 '뉴 논스톱'에서 구리구리 양동근을 쫓아다니던 순진한 대학생 장나라는 더 이상 없다. 1981년생. 시간은 장나라의 '동안 외모'를 앗아가진 못했으나 그의 '귀여운 소녀의 분위기'를 가져갔다. 대신 시간은 그의 눈에 깊이를 남겼다. 커다란 눈망울 속 깊은 바닥에서 끌어올린 눈물 한 방울이 그만 시청자들을 울린다. 원숙한 배우가 되어버린 동안 미녀 장나라다.
2011년 오랜만에 한국 팬들에게 선보인 드라마 '동안미녀'는 그동안 알고 있던 장나라 그 모습이었다. 기대했던 연기에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그러나 2012년 드라마 '학교 2013'에서 장나라는 느닷없이 우릴 배반한다.
학교 폭력과 입시 전쟁이란 학교드라마의 천편일률 공식에도 '학교 2013'이 무거운 주제를 담아낼 수 있던 까닭은 정인재 선생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하고 쓰러지는, 그래서 현실적이고 또 이상적인 정인재 선생이란 캐릭터가 장나라의 섬세한 연기력으로 묘사됐다.
동안으로만 여겨지던 장나라의 외모는 정인재 선생의 유약한 외면으로 사용됐고, 차디찬 교육 현실에 멈출 겨를 없던 정인재 선생의 눈물이었지만 결국 다시 일어나 아이들의 손을 부여잡고 진심을 부르짖는 목소리는 눈물의 깊이만큼이나 뜨겁고 확고했다. 이 강한 내면의 교사를 연기하는 이가 진짜 장나라란 말인가. 눈을 가늘게 뜬 채 배시시 웃던 귀여운 장나라는 사라진 후였다. 그의 연기력에 감탄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1년 후 장나라는 '운명처럼 널 사랑해'로 돌아온다. 뻔한 이야기였다. 원작이 있었다. 대부분의 전개는 원작의 인기 덕에 어림잡기 쉬웠다. 상대역 장혁은 2002년 장나라와 '명랑소녀 성공기'의 히트를 이끈 파트너였다. 재회였지만 재회가 곧 성공의 보장을 의미하진 않았다.
하지만 장나라는 또 해냈다. 식상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감각적 연출, 한국 정서에 맞게 변형된 극본, 장혁의 코믹 연기 그리고 장나라였다. 김미영씨는 평범한 여자였다. 존재감도 없고 착하기만 해 이용당하기 일쑤인 그런 여자였다. 무채색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건 뚜렷한 색깔을 특정해 드러내는 연기만큼이나 어려운 거였다. 그러나 장나라는 차분하게 평범한 김미영씨를 그려갔다. 튀려고 하지 않았다. 여배우들이 으레 갖는 예뻐 보이려는 마음도 없는 듯했다. 그저 김미영씨에 충실했다.
김미영씨가 평범하다고 연기가 단조로운 건 결코 아니었다. 까다로운 캐릭터였다. 크게 세 번의 변화를 겪었다. 아이를 잃고 무너지고, 프랑스에서 돌아와 평범하지 않은 김미영씨가 되고, 이건의 진실에 자신의 속마음을 깨달았다. 이건이 마치 만화 캐릭터처럼 변화폭이 크고 과장되게 그려진 반면 김미영씨는 감정의 미묘한 차이가 아주 민감하게 변화했다. 그걸 장나라는 완벽하게 연기했다.
미모가 여전한 장나라다. 나이가 믿기지 않는 건 물론이다. 그러나 이제 장나라의 연기만큼은 여전하지 않다. 나이가 믿겨진다. 30대 대표 여배우다운 무르익은 연기다. 장나라의 다음 드라마에 벌써부터 신뢰감이 생긴다.
[배우 장나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KBS 2TV-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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