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사랑' 양익준, "아프다 하면 그냥 안아주면 된다"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실제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 속 장재범 같기도 하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순수하면서도 의식적이다. 더할 것과 덜어야 할 것을 알고 가식이란 없다. 영화감독 겸 배우 양익준(38)은 참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다.

지난 2009년 영화 '똥파리' 감독 및 배우로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주목 받은 양익준은 이후 배우로서도 강렬한 연기를 펼치며 대중의 뇌리 속에 콕 박혔다. 최근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분노로 가득차 폭력성이 짙지만 내면의 아픔과 트라우마로 인해 참 안쓰럽기도 한 장재범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겼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완벽한 외모를 가진 로맨틱한 추리소설작가 장재열(조인성)과 겉으로는 시크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인간적인 정신과 의사 지해수(공효진)이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펼쳐지는 로맨틱 드라마. '마음의 병을 짊어지고 살지만 정작 자신은 자각하지 못하고 사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담았다.

극중 의붓 아버지 살인 사건에서 범인 누명을 써 수감 되고 어머니와 동생 장재열을 원망하며 더 포악해져버린 장재범 역을 맡은 양익준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작품 하나 끝나면 시원섭섭하다. 사실 아무리 힘든 작업이라도 끝나는 즈음 되면 아쉽다. 하지만 시작하면 끝나야 한다. 잘 끝나야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입을 열었다.

▲ "노희경 작가님, 김규태 연출님이니까"

양익준은 '괜찮아, 사랑이야' 속 인물인 동시에 객관적인 시청자다. 평소 TV를 잘 안 보는 타입이지만 '괜찮아, 사랑이야'는 진짜 시청자 입장에서 재밌게 봤다. 보고 싶은 것, 재밌는 것, 공감 가는 것만 보는 그에게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말 원하는 작품이었다. 자신의 시간을 쏟아도 아깝지 않은 그런 작품이었다.

양익준은 "노희경 작가님, 김규태 연출님이니까 그 정도의 표현이 되는 거다. 표현 수위도 그렇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표현 수위나 한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작가님과 연출님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기억에 남는다. '이러니까 노희경, 김규태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강 연출진과의 첫만남에 대해 묻자 "수줍었다. 주변에서 이야기를 너무 하는 유명하신 분들이니까 이미 알았다. 만나서 그냥 자연스럽게 첫만남을 공유하고 즐기면 되는데 주변에서 너무 얘기를 많이 해서 이미지가 구축돼 버리니까 수줍더라"며 "수줍게 '안녕하세요' 그랬다. 기본적으로 정신이 힘들기 때문에 사람 만나는게 어려워 가급적이면 내가 좋아하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사람들 안에서 친구들하고 커피 마시고 산책 하면서 수다 떠는거 좋아하는데 첫만남은 수줍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첫만남이 이뤄지고, 촬영이 시작되고 장재범이 돼갔다. 자연스러운 상태로 시작해 작품을 통한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는 하지 않았다. 감옥에서 스트레스 받고 야윈 장재범을 표현해볼까 하는 생각에 살을 뺄 생각도 했지만 꼭 살이 빠지라는 법도 없고 자연스러움이 먼저란 생각에 살 빼기를 포기했다.

그는 "약간 그렇게 가는게 편하다. 인간도 짐승이니까. 근데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간 사회 시스템에 적응 되다 보니 본능 더듬이를 다 잃어 버렸다"며 "감각적인 더듬이가 나와 있는데 다 안 보이게 숨겨 놨다. 지금은 그 더듬이를 발견하면서 살려고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제일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시스템은 필요하겠지만 범위를 넘어간 인위적인 것에는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삶 자체가 30대 즈음 되니까 다 수용하는게 아니라 잘 정리 하고 잘 끝내고 잘 거절하는게 필요하더라. 어떤 선택 지점이 없으면 못 살겠더라. 나이가 먹어가면서 다시 자연스럽게 흘러 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과도한 인간 편의 속에서 몸뚱아리가 있는 이상 사랑하고 대화하려 한다."

▲ "아프다고 하면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면 된다"

버릴 건 버릴 줄 아는 나이가 됐기 때문일까. '괜찮아, 사랑이야'가 전하는 메시지는 양익준에게 더 깊게 다가왔다. 실제로도 공황장애를 겪고 있기에 더 가까이서 장재범을, 또 다른 인물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5년 전부터 그는 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수위에서 간당간당 버티고 있음을.

양익준은 "영화 '똥파리' 이후 삶 자체가 너무 거미줄 같았다. 사실 거미줄은 규칙이라도 있지 나는 규칙 없는 거미줄에 매달려 살았던 거다. 일도 너무 많아졌고, 제작까지 하니 감당할게 많았고.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다"며 "정신적으로 너무 지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약속을 했다. 어느 정도 일하고 나면 꼭 그 만큼을 쉬자는 거다"고 말했다.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을 알아 본다. 보면 정신이 아픈, 위험한 수위에서 간당간당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직장인 중에도 많을 거다. 다 술로 달래고 하는데 그건 불 난데 기름 붓는 거다. 거기서 하소연 하고 술 마신다고 해결 되지 않는다. 쉬어야 한다. 그러려면 직장에서도 인정 받는 사람이 돼야 하고 내가 진짜 일로 하는 사람이 아닌 꼭 필요한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 '괜찮아, 사랑이야'가 필요했다. 촬영 하면서도 시청자 입장에서 '아이고, 좀 안쓰러운 사람이 참 많구나' 하며 공감했다. 그는 "요즘 시절 자체가 힘든데 사람들이 지금 그걸 다 감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이런 작품도 나오는 것"이라며 "정신과 가면 '정신병 걸렸냐?' 이러는데 요즘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줄어 들었다. 이제 알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해는 못 해줄 수도 있다. 아프다고 하면 그냥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면 된다. 그게 제일 좋은 치료다"고 설명했다.

연기에 있어서도 '괜찮아, 사랑이야'는 양익준의 시간을 건강히 쓸 수 있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싶은대로 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가운데 자신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하는 양익준이다. 그만큼 연기가 재미있다.

"연기 할 때 감성, 연기 할 때 환희가 있다. 그 마법은 설명할 수가 없다. 이번에 '괜찮아, 사랑이야'도 정말 재미있었다. 일단 작품이 재미있고 특히 공효진 감정이 너무 좋다. 와~ 이 사람은 진짜! 공효진을 보면 항상 감정이 벌렁벌렁 한다. 작품 보면서 '저건 진짜 본인이 노력도 했을테고 축복도 받은 감성이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좋았다."

▲ "30분이라도 자기 시간 내서 찬찬히 느끼길"

양익준은 앞서 '괜찮아, 사랑이야' 촬영이 한두달쯤 흘렀을 때 어떤 작품이냐는 질문에 "포장은 달달하고 내용은 독한 위스키 들어간 초코렛 같다"고 답했다. 아름답고 멋있는 화면 속에서 로맨틱하고 달콤한 사랑이 그려지는데 독한 위스키가 들어있는 느낌, 자신이 쓰고도 '그 느낌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그는 "포장은 밝다. 밝은 사람이 왜 밝은지 아나. 반대로 약하고 답답한 내면, 바보같은 불쌍함, 슬프고 아련한 것들을 가리고 싶은 거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이런 식으로 비유된다"며 "드라마 안에서도 다 아픈데 겉으론 아닌척 한다. 그걸 안 보여준다. 다 비밀로 한다. 그걸 깼을 때 사실 상처가 치료 된다"고 밝혔다.

"결국은 하나 하나 열어 가면서 답을 찾아 간다. 소화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찾아가는 것이다. 등장하는 환자들이 결국 다 자기가 얘기할 수 있는 대상에게 얘기하지 않나. 굉장한 아픔, 비밀을 여는 과정이 있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아픔을 겪은 거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을 쓰다듬어주고 안아줘야 한다. 지금 시대를 봐도 다 기본적인 정신증을 갖고 있고 과열돼 있다."

이어 양익준은 자신의 삶 속에서도 아픈 부분, 주위 사람들이 쓰다듬어줘야 할 부분에 대해 운을 뗐다. 그는 "얼굴이 알려지다 보니 내 시간을 갖고 있을 때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요구하는 분들이 있다. 그건 내게 장재열을 찌른 주사기나 포크와 같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그럴 것"이라며 "팬의 입장이라면 자기 시간을 갖는 중엔 그 시간을 기다려 주고 보호해주면 좋겠다. 그 시간 자체가 얼마나 귀중하겠나. 갑자기 와서 툭 끊는 건 너무 슬픈 순간이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양익준은 "'괜찮아, 사랑이야'의 역할은 정신적으로 과열되고 아픈 분들이 자신을 체크할 수 있게끔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본인이 자기 증상을 느낄 것"이라며 "근데 그걸 느끼는 인간의 본능적인 더듬이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못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 부분들은 자신을 체크해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아픔이나 과다한 신경성이나 사람과의 관계에 힘든 것들이 있는지 살짝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이 기사를 보신 순간부터 하루에 30분이라도 자기 시간을 내서 찬찬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드라마가 그런 역할이지 않을까. 좋은 드라마다"고 덧붙였다.

[영화감독 겸 배우 양익준.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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