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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오뚝이 펜서였다.
허준은 펜싱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혹자들은 ‘남자 남현희’라고 하는데, 스타일뿐 아니라 신체조건도 비슷하다. 남현희는 키가 157cm에 불과하다. 남들에 비해 면적이 좁지만, 그만큼 팔, 다리가 짧기 때문에 더 많이 움직여야 점수를 만들 수 있다. 허준 역시 169cm로 신장이 작다. 남들보다 한발 더 움직이지 않을 경우 이기기가 쉽지 않다.
허준은 준결승전까지 승승장구했다. 예선 4연승에 이어 8강전서는 손영기를 물리쳤다. 그러나 준결승전서 체력소모가 컸다. 오타 유키(일본)에게 15-14로 신승했다. 치열한 접전이었다. 반면 세계랭킹 1위 마지안페이는 결승전에 올라오기 전까지 적수가 없었다. 거의 매 경기 완승이었다. 애당초 허준이 너무나도 불리한 게임이었다.
허준은 예상대로 고전했다. 마지안페이에게 끌려다녔다. 마지안페이는 역습은 물론이고 적극적 공세로 허준을 공격했다. 매우 날카로운 찌르기로 허준을 몰아쳤다. 허준으로선 점점 상황이 나빠졌다. 체력 소모가 눈에 띄게 커졌다.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위기를 많이 맞이했다. 2라운드 중반엔 3점까지 뒤졌다.
하지만, 허준은 결승전서만 무려 4차례 동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3라운드 시작 전에는 결국 부상을 호소해 10분 치료 시간을 받기도 했다. 허준으로선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 그러나 이게 마지안페이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만큼 쉬면서 기력을 회복한 것. 결국 허준은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래도 허준의 투혼은 인상적이었다. 펜싱을 하기에 불리한 체격조건으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은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국제 종합대회 첫 은메달. 금메달을 땄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은메달이 허준에게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게 해줬다. 올해 나이 만 26세. 한국 펜싱에 스타가 탄생했다. 쓰러진 뒤 또 일어나고, 또 따라잡는 오뚝이 펜서 허준. 그가 펜싱 팬들에게 신선한 전율을 일으켰다.
[허준. 사진 = 고양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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