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정상에 있으니 스트레스가 더욱 컸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국내야구서 실패를 모른다. 국제대회서는 몇 차례 시련을 겪었으나 국내에선 단 한 번도 1인자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류 감독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간 삼성에서만 작전, 수비코치를 역임했다. 이 기간 많은 감독을 모시면서 철저하게 감독 수업을 받았다. 그들의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취하면서 내공을 키웠다.
류 감독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약금 2억원, 연봉 3억원 등 총액 8억원을 받았다. 이 기간 삼성을 3년 연속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그 결과 집권 2기가 시작된 올해부터 2016년까지 계약금 6억원, 연봉 5억원 재계약을 맺었다. 총액 21억원 대형계약. 류 감독의 몸값은 정확히 2.75배 올랐다. 그만큼 류 감독의 상품가치가 높아졌다. 야구계에서 능력을 인정한다는 의미. 그만큼 류 감독의 책임감은 높아졌다. 자연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국제대회 왜 안 맡으려고 하는지 알겠더라
류 감독은 15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WBC와 아시안게임에 얽힌 뒷얘기들을 풀어놓았다. 류 감독은 “왜 다른 감독들이 국제대회를 맡지 않으려고 하는지 알겠더라”고 웃었다. 스트레스가 남달랐다. 2013년 WBC는 류 감독에게 실패로 점철된 대회. 류 감독은 “WBC 이후 곧바로 시범경기에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WBC 1라운드 탈락 이후 공항 입국장에 들어서는데 꼭 잘못한 사람이 강제로 소환되는 느낌이었다. 인터뷰 때 죽을 맛이었다”라고 털어놨다.
WBC 실패는 류 감독에게 보약이 됐다. 심기일전해 2013년 통합 3연패 대업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자격으로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류 감독은 “사실 내가 하겠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WBC 때와는 달리 사령탑 선임 논란이 없었던 건 류 감독의 오기와 도전정신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우승해야 본전인 아시안게임 감독은 결코 쉽지 않았다.
류 감독은 아시안게임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선수촌에서 밤에 자는 데 조계현 코치가 ‘감독님 주무시면서 끙끙 앓으시던데요’라고 하더라. 나는 자느라 몰랐는데 옆방에서 조 코치가 들을 정도면 앓긴 많이 앓았던 모양”이라고 했다. 웃으면서 말했지만, 아시안게임서 류 감독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 드러난 대목. 일종의 우승 스트레스.
▲정상 지켜야 하는 스트레스가 컸다
NC 김경문 감독은 “류 감독 얼굴이 상했다. 우승을 한번도 못하고 그만두는 감독이 많은 데 류 감독은 3번이나 우승하고 4번째 우승하려고 한다”라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막내구단을 맡고 있지만, 9개구단 감독들 중에선 한화 김응용 감독에 이어 감독 경력이 가장 많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지만,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감독으로서 우승 스트레스를 잘 안다.
류 감독은 정규시즌 4연패를 확정한 뒤 “감독으로 정상에 있어보니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컸다”라고 토로했다. 혹시 남들에게 오해를 살까봐 말을 아껴왔지만, 류 감독의 우승 스트레스는 극심했다. 지난 3년간 우승을 했으니 올해도 또 우승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이었다.
삼성은 8월 말부터 부진했다. 5연패를 2차례나 당했다. 류 감독은 그 사이 아시안게임이라는 대업도 치렀다. “10월이 길다”라는 류 감독의 말은 그만큼 극심한 승부의 세계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의미도 있었다. 또 류 감독은 “우천취소가 되면 그날 밤은 승부를 잊을 수 있어서 좋다”라고 한 적도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현대인은 많지 않다. 더구나 야구감독은 많은 사람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직업. 혹자는 “스트레스 받으라고 연봉을 많이 준다”라고 하지만, 야구 감독만의 고충과 스트레스는 분명히 있다. 류중일 감독의 경우 특유의 지론과 수완, 지도력과 관리능력을 인정 받아야 한다. 그럴수록 류 감독은 또 다른 스트레스와 마주하게 된다. 그는 지난 4년간 그걸 극복하고 싸우면서 통합 3연패를 일궈냈다. 또한, 정규시즌 4연패로 사상 첫 통합 4연패에 도전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류 감독이 통합 4연패를 일궈내려면 우승 스트레스와 싸우는 게 또 다른 과제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대구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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