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울산 김진성 기자] 이유있는 반전이다.
모비스의 시즌 초반 경쟁력은 예전보다 약하다. 악재가 많다. 천대현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이대성은 발목 부상으로 11월 중순 이후 복귀한다. 이지원은 공익근무요원으로, 홍수화는 개인사정으로 팀을 떠났다. 송창용도 12일 KGC전서 슈팅 이후 착지 과정에서 수비수의 발을 밟아 발목에 부상했다. 2~3경기 결장한다. 스페셜리스트들의 깊이가 떨어졌다.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의 컨디션도 썩 좋지 않다. 지난 4월 LG와의 챔피언결정 6차전서 발가락을 다쳐 수술과 재활을 소화한 함지훈은 비 시즌에 옳게 몸을 만들지 못했다. 유재학 감독은 “제대로 뛸 수 있는 몸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온 양동근은 체력적 부담이 심각한 수준. 설상가상 이대성의 공백으로 예년보다 더 많이 뛰어야 한다. 박종천도 허리가 썩 좋지 않다. 팀 내부적인 사정만 보면 중, 하위권으로 추락해야 정상. 하지만, 모비스는 LG와의 개막전 패배 이후 3연승으로 잘 나간다.
▲ 여전한 좋은 습관
유 감독은 냉정하다. “동근이 외에는 기술적으로 수비를 잘 하는 선수가 없다. 그냥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모비스 수비력은 인상적이었다. SK를 단 64점으로 묶었다. 미스매치를 유발하기 위한 SK 특유의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에 기본적인 2-3 지역방어로 맞섰다. 대성공이었다. 톱니바퀴 같은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3점포를 많이 허용했지만, 성공률은 높지 않았다. SK가 편안하게 쏜 외곽슛은 그리 많지 않았다.
SK가 후반전서 주희정을 투입한 이후 잠깐 대인방어를 쓰기도 했다. 이때 모비스 선수들의 대인마크는 철저하게 정석적이었다. 빈 틈을 주지 않았다. 경기 전 유 감독은 “수비 기본자세는 바스켓을 등지는 것”이라며 자세와 스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비스 선수들은 누가 투입되더라도 기본 자세와 스텝이 흔들리지 않았다. 모비스 특유의 사이드스텝 훈련과 허벅지 통증은 농구계에선 매우 유명한 얘기다.
▲ 승부사들의 강인함
공격에선 승부사들의 강인함이 엿보인다. 양동근은 시즌 초반 기록상 썩 뛰어난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체력 부담을 안고도 좀처럼 느슨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모비스에서 수년간 농구를 하면서 자신과 싸웠다. 그걸 이겨내면서 업그레이드 해온 대기만성형 스타. 체력 부담이 있다고 해서 핑계를 대지도 않는다. 모비스는 양동근 중심으로 팀이 잘 돌아가게 돼 있다.
노장 문태영 역시 여전히 효율적인 활약을 펼친다. 모비스 특유의 수비에선 2%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공격에선 철저한 중심축. 또한, 로드 벤슨이 빠지면서 아이라 클라크가 영입됐다. 골밑 수비 부담이 좀 더 늘어난 게 사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제 몫을 해낸다. 라틀리프는 지난 3년간 모비스에서 기량이 많이 발전했다. 완성형 센터가 됐다.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투박하다”라는 게 유 감독의 지적이지만, 승부처에서 최소한 제공권 장악은 확실하게 한다. 안정된 수비력에 승부사들이 제 몫을 해내면서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좀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 식스맨 업그레이드
식스맨도 업그레이드 됐다. 윌리엄존스컵서 맹활약한 송창용과 전준범은 시즌 초반 모비스 히트상품. 전준범은 SK전서 여전히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유 감독은 “처음에는 공격수와 부딪히기만 하면 곧바로 뚫렸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라며 수비력을 칭찬했다. 결정적 순간에 꽂는 외곽포는 보너스.
유재학 감독이 비 시즌 대표팀 지휘로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김재훈 코치와 조동현 코치가 많이 고생했다는 게 유 감독 설명. 2년 연속 비 시즌에 감독이 자리를 비웠지만, 모비스는 전혀 차질 없이 돌아갔다. 모비스의 숨은 저력. 객관적인 악재로 팀이 흔들릴 위기였다. 하지만, 송창용과 전준범에 최근 양동근 백업 김주성까지 좋은 모습. 박구영 천대현 역시 한 방을 갖춘 식스맨으로서의 가치가 여전하다.
▲ 만수의 장기적 플랜
여전히 모비스는 정상적 전력이 아니다. 4쿼터 중반 동점을 허용한 건 순간적인 집중력 난조와 실책이 겹친 탓이었다. 여기엔 주전들의 고령화, 부상자 속출로 인한 체력 안배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섞였다. 유 감독은 “경기를 잘 해놓고 스코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과제이긴 하지만, 모비스 전력으론 어쩔 수 없는 부분. 때문에 이런 약점이 도드라질 경우 언제든지 주춤하거나 흔들릴 위험성은 있다.
유 감독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 “제 궤도에 올라서려면 2~3라운드는 돼야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6강 플레이오프에만 안착하면 이후에는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을 내린 상태. 유 감독은 단기전 승부서 매우 강하다. 그는 “대성이가 복귀하고 지훈이의 몸 상태가 좋아지면 시즌 중반 이후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감독은 장기적 플랜도 갖고 있다. 기본적 뼈대는 여전히 “리빌딩”이라는 게 유 감독 설명. 그는 “현재 상황에서는 리빌딩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 팀에 리빌딩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했다. 꾸준히 성장 중인 식스맨들, 부상에서 회복될 선수들을 조합하면 리빌딩에 대한 계산이 나올 수 있다. 이미 유 감독은 모비스의 냉정한 현실을 파악했다.
단 4경기 치렀다. 팀 사정은 최악인데, 잘 나간다. 반전에는 이유가 있다.
[모비스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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