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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힙합그룹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진, DJ투컷)의 음악이 특유의 감성을 띄는 건 사운드와 찰진 랩핑에서도 기인하지만 분명 그 핵심엔 '가사'가 있다.
에픽하이의 가사는 대부분 타블로가 직접 쓴다. 타블로는 작업을 위해 특별히, 따로 시간을 내서 가사를 쓴다기 보단 삶 속에서 문득 얻어지는 영감을 글로 쓰는 편이라고. 최근 진행된 8집 '신발장' 발매 관련 인터뷰에서 '가사가 천재적이다'는 칭찬을 건네자 타블로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조금 뒤에 타블로가 말했다.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이렇게 감탄사를 들으려고 쓴다기 보다 글은 어렸을 때부터 쭉 썼다. 글 쓰는 게 즐거웠고, 글 쓰는 시간이 행복했다. 단 한번도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금도 항상 글을 쓴다. 삶 속에서 드는 모든 생각이 가사로 표현되는 것 같다"
이에 옆에서 듣고 있던 미쓰라가 한 마디 거들었다. "항상 보면 뭔가를 쓰고 있다. 많이 하고, 자주 하다 보니 잘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글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게 일상이 된 친구다"
물론, 많이 해서 잘 하게 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타블로의 가사는 시선과 관점이 가히 천재적이다. 누구나 느끼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감정들과 편린들을 '독특하게' 그리고 '비범하게' 표현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가진 것 같다.
비단, 랩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라임을 제외하고서도 이번 앨범에선 감탄을 자아내는 대목이 여럿 있다. 간단히 서술하면, 타이틀곡 '스포일러'에선 이별의 징후들을 '스포일러', '복선', '클리셰'에 빗대 표현하며 영화의 속 장치의 틀에 대입했다. ('버릇처럼 사랑한다고 말 할 때도 늘 딴 생각. 대사와는 다른 표정. 어긋난 자막'/'어쩌면 너와 난 첫 프레임부터 결말이 예정된 미친 샤레이드. 어쩌면 너와 난 첫 씬부터 마지막을 향해 행진')
또, '또 싸워'에선 치열하게 싸우는 연인의 감정을 스케치처럼 그려냈다. 이해와 오해를 반복하는걸 표현해 '2+2+1=5'라는 수식이 들어 있는 가사나, 싸움을 음악적인 개념으로 풀어낸 것도 꽤 멋지다.('니 잘못 빼고는 범죄. 더한 나의 죄로 지키는 외로운 결백. 하지 말라면 더해. 이해를 두 번 해도 일만나면 오해'/'계속되는 불협화음. 어긋나는 순간 넌 악보를 찢고 지나간 얘기로 싸울 땐 내 실수들에만 다는 도돌이표')
'아모르 패티'에선 특유의 염세적이면서도 비판적인 날이 살아 있는 가사가 돋보인다. ('멀쩡한 날개 꺾고 왜 땅을 기게 하는가? 혀를 차고 손가락질을 하는가? 죄 없는 자는 돌 던져도 된다는 말인가? 돌 던지는 건 죄가 아닌가?')
인터뷰 당시 타블로는 가사를 제외한 에픽하이의 음악에 대해선 이렇게 자평했다. "특별한 기교나 사운드가 없다. 화려한 그런 게 안 나오는 이유가 절제가 있고 연륜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실 여백의 미를 잘 모른다. 다만 기술적인 능력이 없고, 기교를 잘 모른다. 혼잣말을 하듯 노래를 하는 것도 다 노래를 잘 못해서다. 그런 결함들이 다 합쳐지다 보니까 음악이 미니멀하게 나오는 것뿐이다"
[힙합그룹 에픽하이(위) 타블로.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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