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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손날두(Sonaldo)가 헐크(Hulk)를 제압했다.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 손흥민(22·레버쿠젠)은 헐크보다 더 영리하게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었다.
손흥민은 5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에서 열린 상트 페테르부르크와의 2014-1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C조 4차전서 혼자 2골을 터트리며 레버쿠젠의 2-1 짜릿한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팀 동료 카림 벨라라비는 자신의 SNS에 "손흥민은 손날두(Sonaldo:손흥민과 호날두의 합성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두 팀의 포메이션은 같았다. 4-2-3-1과 4-2-3-1이 충돌했는데, 제니트와 레버쿠젠의 공격 전술은 완전히 달랐다.
제니트는 '원톱'에 케르자코프를 두고 그 밑에 포르투갈 출신의 다재다능한 다니를 세웠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헐크를, 왼쪽에는 샤토프를 배치했다.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활동폭이 넓은 케르자코프가 좌우로 넓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유인해 헐크, 샤토프가 밖에서 안으로 파고들 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특히 헐크는 우측에서 중앙으로 무섭게 돌진해 대포알 슈팅을 날렸다. 반면 레버쿠젠은 '원톱'에 장신의 키슬링을 두고 공격 2선에 손흥민, 벨라라비, 브란트를 포진시켰다. 선수를 둔 숫자, 위치는 같지만 움직임은 달랐다. 키슬링의 높이를 활용한 후방 롱패스의 빈도가 높았고 2선의 3명은 모두 제니트 수비 중앙을 노렸다. 또 자주 위치를 바꿨다.
180도 다른 제니트와 레버쿠젠은 공격 전개는 이날 경기의 승패를 가른 가장 큰 전술적인 요인이 됐다. 로저 슈미트 감독은 제니트의 ① 높은 수비라인과 ② 발이 느린 센터백을 공략했다. 손흥민, 벨라라비의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경기 내내 그 부분을 노렸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과거 전방 압박을 위해 수비라인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이 대표적이다. 레버쿠젠은 제니트의 골킥을 끊어냈고 볼이 하프라인을 넘자 손흥민이 상대 수비 뒤로 뛰기 시작했다. 볼은 정확한 타이밍에 연결됐으며 손흥민은 침착한 마무리로 제니트 골망을 흔들었다. 수비라인을 높게 올린 제니트 센터백들이 손흥민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비록 골이 되진 않았지만 전반 18분 장면도 비슷했다. 레버쿠젠이 볼을 가로챘고 손흥민이 상대 미드필더와 4백 수비 사이에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벨라라비에게 절묘한 패스를 찔러줬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니트의 수비라인은 높았고, 그로인해 상대 수비수들은 뒷걸음질 할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이 뛸 공간이 많았던 이유다. 그밖에도 전반 34분 손흥민이 질주해 시도한 왼발 중거리슛도 비슷한 예다.
비야스 보아스 감독은 경기 후 이렇게 말했다. "두 번째 실점은 레버쿠젠의 역습에 당했다"며 손흥민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전술적인 패배를 인정한 발언을 했다.
이처럼 손흥민이 제니트 중앙에서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동안 헐크는 측면만을 고집했다. 손흥민은 4개의 슈팅 중 3개의 유효슈팅과 2개의 득점을 기록했지만 헐크는 단 2개의 슈팅 밖에 시도하지 못했으며 그마저도 레버쿠젠 수비에 차단됐다. 손날두가 헐크보다 강렬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후스코어드닷컴 캡처]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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