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일단 경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207cm. 두산 좌완투수 장민익은 프로야구 최장신 투수. 하지만, 그 이상의 인상 혹은 또렷한 기억은 없다. 2010년 입단 이후 5년간 별로 보여준 게 없다. 팬들은 과거 메이저리그서 맹활약한 장신 왼손투수 랜디 존슨(208cm)처럼 맹활약해주길 바랐으나, 우여곡절을 겪었다. 투구 매커니즘과 파워 등에서 세밀한 문제점들이 있었다. 장신의 이점을 살리기 어려웠다.
장민익은 2011시즌 후 곧바로 공익근무요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해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다. 군 복무와 재활을 동시에 마치고 올 시즌 돌아왔다. 구단의 전략적 조치.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장민익은 “공익근무 할 때도 계속 저녁엔 이천(2군 홈구장)에서 몸을 만들어왔다”라고 했다. 건강한 몸으로 돌아왔지만, 올 시즌 성적은 8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3.38. 재활이 끝난 이후 여름부터 퓨처스에서 주로 뛰었다. 11경기서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9.00.
▲30kg 증가, 슬라이더도 장착
장민익이 그동안 큰 키 이점을 살리지 못한 건 원활한 하체 중심이동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파워가 부족했다. 입단 당시 90kg대 몸무게에 불과했다. 2m 넘는 신장인 걸 감안하면 마른 몸매. 그러나 장민익은 공익근무요원과 재활을 하면서 꾸준히 몸무게를 늘렸다. 장민익은 “재활 때문에 공을 만지지 못할 땐 정말 많이 뛰었다”라고 했다. 이어 “입단 이후 총 30kg이 쪘다”라고 했다. 퓨처스에서 공 끝에 힘이 붙었다. 구속도 140km대 중반에서 150km 초반까지 올라갔다.
단조로운 투구 매뉴얼도 보강했다. 그는 “권명철 코치님에게 슬라이더를 배웠다”라고 했다. 본래 슬라이더를 던질 줄 알고 있었는데, 권 코치의 그립이 조금 특이했다고 한다. 김태형 감독은 “민익이가 의외로 손재주가 있다. 포크볼도 곧잘 던졌다”라고 기억하면서도 “일단 앞으로 지켜볼 부분이 많은 투수”라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장민익은 “이제 더 이상 팔꿈치는 아프지 않다”라고 했다.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익혀 1군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편안한 릴리스포인트를 찾다
장민익은 “키가 크니까 굳이 팔을 최대한 높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라고 했다. 보통 지도자들은 투수들에게 최대한 릴리스포인트를 위에서 잡으라고 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꽂는 느낌이 들어야 타자 입장에서 각이 생겨 타격하기가 쉽지 않아지기 때문. 그러나 장민익은 그걸 강요 받은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한다.
랜디 존슨도 키는 208cm였지만, 릴리스 포인트는 귀 옆에 있었다. 팔을 최대한 높게 든 느낌은 없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키가 크기 때문에 남들보다 타점이 훨씬 높았다. 본인만의 적당한 릴리스포인트를 찾으면서 구위를 극대화했다. 장민익도 이게 필요하다. 더 이상 팔꿈치가 아프지 않고 몸무게를 불려 공에 힘을 붙인 상황. 장민익만의 편안한 릴리스포인트를 찾은 뒤 투구밸런스를 잡는 게 중요하다. 옆으로 휘는 구종인 슬라이더 역시 릴리스포인트가 약간 옆에서 시작하는 게 유리한 부분이 있다. 일단 올 시즌 퓨처스리그와 마무리캠프를 통해 감을 잡았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미야자키 캠프에서 가장 돋보인 투수 중 1명이 장민익이었다. 그러나 마무리캠프 혹은 스프링캠프서 두각을 드러냈음에도 정작 정규시즌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선수가 수 없이 많았다. 장민익도 냉정히 볼 때, 아직 그 틀을 깨지 못한 게 사실. 두산은 2015시즌 진야곱, 이현호 등 왼손투수가 많이 가세한다. 장민익은 “일단 왼손투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발보다 구원
그렇다면 두산은 장민익을 어떻게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 일단 장민익 스스로 1군서 통할 수 있는 기술적, 정신적 준비가 필요하다. 그 단계를 뛰어넘을 경우 불펜에서 활용될 공산이 크다. 아무래도 구종이 단조롭기 때문이다. 또 장원준 입단으로 선발진 경쟁률이 높아졌다. 만약 이현승의 선발 복귀가 이뤄질 경우, 그리고 노경은의 부활 여부 등 변수가 많다. 장민익에겐 호재가 아니다.
장민익도 “구종이 단조로워서 당장 선발은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마무리 예기를 꺼내자 “마무리 시켜주시면 감사하다”라고 웃었다. 두산은 이용찬의 군입대로 마무리를 비롯해 불펜 세팅을 다시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장민익이 1군에 정착하려면 불펜 한 자리를 노리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장민익은 “마무리캠프 때 투구수를 늘려봤는데, 쉽지 않았다. 2~3이닝 넘어가니 구속이 확 떨어졌다”라고 했다. 이어 “퓨처스에서 4연투도 해봤다. 연투는 자신 있다”라고 했다. 딱 구원 체질. 구위가 업그레이드 된 장민익이 장신 이점을 살릴 경우 1~2이닝을 잘 막아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을 다듬었지만, 직구와 슬라이더가 여전히 주무기. 잘 풀리면 마무리, 혹은 왼손 메인 셋업맨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을 듯하다.
2015시즌. 건강한 장민익이 제대로 된 부활 원년을 보낼 수 있을까. 많은 고비들이 있겠지만, 갖고 있는 하드웨어(신장, 업그레이드 된 파워)와 진화를 위한 성실한 자세를 보면 여전히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다.
[장민익.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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