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독수리 군단에 새롭게 합류한 나이저 모건, 한마디로 요약하면 열정이 넘치는 천방지축이다. 직접 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캐릭터가 또 없다.
한화 이글스는 12일 새 외국인 타자 모건과 총액 70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에 계약을 마쳤다. 이로써 한화는 재계약 협상이 결렬된 펠릭스 피에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게 됐다. 적어도 경력만 보면 모건은 피에보다 몇 수 위의 타자다.
먼저 메이저리그 경력부터 살펴보자. 화려하진 않아도 준수하다. 2007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첫발을 내디딘 모건은 빅리그 통산 598경기에서 타율 2할 8푼 2리 12홈런 136타점 120도루를 기록했다. 2009년 내셔널리그(NL) 타율 10위(0.307)에 같은 해 도루 2위(42개), 2010년 도루 3위(34개)를 기록했을 정도로 빠른 발의 소유자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퇴단한 뒤 올해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15경기 타율 3할 4푼 1리(41타수 14안타) 1홈런 6타점 3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도루 성공률은 70.1%(120/171).
그런데 악동 이미지가 강했다. 메이저리그 대표 악동으로 꼽혔다. 2010시즌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는 관중에게 공을 던져 7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고, 두산 베어스서 뛰었던 투수 크리스 볼스테드(당시 플로리다 말린스)의 위협구에 마운드로 달려나가 주먹을 휘둘러 추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밀워키에서 뛴 2011년 포스트시즌에는 "나는 크리스 카펜터(당시 세인트루이스)가 싫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서 뛰었다. 의외로 별다른 사고 없이 요코하마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 이슈'였다.
모건은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그라운드에서 '토니 플러시'라는 별명을 원했다. 'T-플러시'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도 그랬다. 안타를 치거나 타임을 요청할 때, 심지어 평범한 뜬공을 잡을 때도 두 손으로 알파벳 'T'자를 그려 보였다. 일반적으로 두 손을 쭉 펴고, 오른손 끝 마디를 왼 손바닥에 갖다 대는 자세다. 결정적인 홈런을 친 뒤에는 홈을 밟을 때까지 이른바 'T 포즈'를 풀지 않는다. 하이파이브를 할 때는 선수단은 물론 나카하타 키요시 감독과 코치진까지 'T 포즈'를 취했다.
기자는 지난해 7월 15일 요코하마스타디움서 요코하마-야쿠르트전을 직접 관전했다. 당시 모건은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세리머니뿐만 아니라 타격 준비자세도 무척 특이하다. 시범경기 당시 일종의 의식이라며 배트로 주심의 다리를 건드리던 피에도 상대가 안 된다. 먼저 머리 위로 배트를 한 차례 돌린다. 일명 '파리쫓기 스윙'이다. 타석에 들어서서는 배트 끝 부분으로 홈베이스를 수 차례 '통통' 두드린다. 그리고 상대를 위협하는 듯한 하프스윙을 한 차례 보여준 뒤 본격 타격에 임한다.
공교롭게도 이날 모건이 요코하마의 승리를 이끌었다. 2-3으로 뒤진 8회말 이시야마 다이치를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때렸다. 이날의 결승포였다. 그리고 두 손이 아닌 두 팔로 알파벳 'T'자를 만들어 보이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팬들도 함께 'T 포즈'를 따라했다. 베테랑 나카무라 노리히로의 통산 400홈런 시상식 날 만들어낸 승리라 의미가 컸다.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숙여 인사했다. 당시 경기장을 찾은 한 요코하마 팬은 "모건을 보러 야구장에 온다. 팬서비스도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금도 일본 야구 팬들은 모건을 그리워한다. 지난 4월 일본 동영상 사이트인 'GYAO'에 모건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오자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네티즌들은 "모건이 그립다", "당장 돌아와 달라", "요코하마가 아니더라도 어느 팀이든 일본에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모건 특유의 명랑함이 1년 만에 일본 팬들을 매료시킨 것.
비록 1년 만에 일본을 떠났고, 올해 빅리그에서 15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아직 기량이 녹슬지 않았다는 평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조브클리닉에서 진행한 메디컬 테스트에서도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바로 계약에 성공했다. 지난 6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에서 착실히 재활에 임한 결과다. 야구 잘하고, 화끈한 쇼맨십까지 보여준다면 한화 팬들에게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을 듯하다.
[밀워키 시절 나이저 모건(첫 번째 사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나이저 모건.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강산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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