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김대현 "뭐라도 하자, 지금도 초심은 마찬가지"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김대현은 최근 극단 간다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간다 소속은 아니지만 작품과 배우들의 매력에 빠져 간다 10주년 퍼레이드에 어느 정도 자신만의 역할을 해냈다. 이 과정에서 김대현은 배우로서 성장했고, 더 성숙해졌다.

김대현이 출연중인 연극 '뜨거운 여름'은 창단 10주년을 맞은 극단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 마지막 작품. 공연을 앞두고 첫사랑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배우 재희가 연기를 하면서 과거 자신이 품었던 꿈과 열정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재희가 학창시절부터 꿈을 꾸게 해 준 첫사랑의 흔적과 열정의 고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재희의 친구인 대진, 진안 외 다역을 맡은 김대현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간다와 계속 작품을 하게 돼서 정말 좋다.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이하 '우노얘')를 하고 있을 때 간다 배우들이 대본이 좋다며 다들 하고 싶다고 했다. 나도 대본을 읽은 후였지만 내가 그 분들 앞에서 하고 싶단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었겠나"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제작PD님한테 한 번 '무슨 역할이어도 좋으니 시켜만 달라'고 했는데 그게 통했는지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에는 하고 싶다고 무조건 시켜만 달라고 했던 작품이었으니 마냥 좋았다"고 밝혔다.

▲ "그 자체로도 재미있다"

첫 시작은 마냥 좋았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은 연기만 잘 해서는 안되는 작품이었다. 다양한 역할을 맡는 것은 물론 때로는 소품이 되기도 하고 배경이 되기도 했다. 무용은 말할 것도 없다. '뜨거운 여름'을 본 관객들이라면 이들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어야 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김대현은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까 준비할 것도 많고, 그 중에서 기타연주를 해야 한다고 해서 평소에 잘 받지 않는 스트레스를 다 받으며 연습을 했다. 이 작품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처음이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평생 칠까 말까 했던 기타를 지금 내가 칠 수 있게 돼서 오히려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창작초연이다 보니 연습하면서 대사가 계속 바뀌고 뭔가 계속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게 어려웠다. 연습 내내 연출님이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게 맞게끔 각자의 방향을 찾아가게 해주고 부딪치게 했다"며 "다른 배우들에 비해 춤을 그렇게 많이 추진 않지만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고 신나게 뛰어다니고 그 자체로도 재미있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간다 배우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춤은 유연누나가 댄스캡틴처럼 다 알려주고, (차)용학이형은 핵심을 잘 찍어서 얘길 잘 해준다. 형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왜 진작에 그렇게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진)선규형은 '우노얘'를 함께 하면서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되었다. 용학이형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서슴없이 얘기해줬다면 선규형은 사람과의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서로 간의 감정 호흡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조언을 해 주시고 도와 주신다."

▲ "무대 위에서 배우들을 볼 수 있는 시선이 넓어졌다"

극중 김대현이 연기하는 진안은 재희와는 다르다. 불량스럽지만 귀엽고 순수하다. 재희의 꿈을 끝까지 응원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그는 "솔직히 지금에서야 얘기하는 거지만 어려웠다. 원래 내 성격 상 욕을 잘 못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나쁜자석' 때 대본에 욕 대사가 있어서 하긴 했지만 처음이다 보니 내가 생각해도 그저 읽는 느낌만 낸 것 같았고 '우노얘' 때 연출님과 선규형을 만나면서 상대 배우를 보고 반응하라는 디렉션을 많이 들었다"며 "그래서였을까. 그 땐 욕을 대사로 말한다는 느낌으로 무대에 올랐던 것 같다. 이번 작품도 연출님과 선규형 덕분에 욕을 자연스럽게 대사로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진안이는 싸움을 잘 하는 척 하지만 사실 싸움은 못하고, 오히려 건들거리고 내 안에 없는 면을 끌어내기 위해 끄적거리며 일기 같은 걸 쓰면서 접근하려고 애를 썼다"며 "이제는 진안이를 연기하는 게 편해졌는데 그걸 또 연출님이 알아채시고 건들거리는 부분을 줄이거나 좀 더 진지한 모습을 드러내는 등 날마다 캐릭터 안에서도 진화하려고 연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역을 원캐스트로 연기하는 것 역시 김대현을 진화하게 만든다. 그는 "한 작품에서 다역을 하는 게 처음이다. 그래서 처음에 대진에서 진안으로 바뀔 때 캐릭터의 포인트를 찾는 게 어려웠다. 지금은 그 포인트도 캐치해서 적응이 됐지만 의상이나 소품 등으로 내 몸은 바뀌는데 감정적으로 서로 다른 캐릭터에게 다가가는 게 어려웠다. 잠시 뿐이지만, 내가 나와 있는 동안에 대진이든 진안이든 그에 대한 캐릭터를 순간적으로 다 보여줘야 되니깐. 지금도 어렵다"고 고백했다.

"원캐스트의 가장 큰 장점은 대사를 절대 까먹을 일이 없다.(웃음) 뭘 어떻게 해도 대사가 술술 나온다. 이젠 상대방 대사가 다 들리니까 상대방이 잘못 해도 내가 잘 넘어갈 수 있는 요령이 생겼다. 원캐스트를 하면서 무대 위에서 배우들을 볼 수 있는 시선이 넓어진 것도 장점이다. 다역을 하면서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감에 있어 무대 위의 배우들을 좀 더 많이 보고 그러면서 무대 위에 올라가는 내 마음도 조급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그런 시각을 배우로서 많이 확장시킬 수 있다. "

▲ "내게 뜨거운 여름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것 같다"

김대현은 '우노얘'에 이어 '뜨거운 여름'에서 간다와 함께 하며 많이 배웠다. 그는 "선규형이 '우노얘' 때부터 늘 '무조건 연출님을 믿으라'고 한다. 이번 작품은 창작 초연이다 보니 공연 직전까지 서로 합을 맞추고 장면을 만드느라 바빴다"며 "그런데도 연출님이 단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코멘트도 많이 안했다. '우노얘' 때는 나한테 정말 얘길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얘기를 안 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확신도 서지 않고.. 그게 며칠 계속되니까 연출님이 이제 날 놓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공연을 올려 놓고 보니까 연출님은 내가 연출님을 믿듯이 나를 믿어줬던 것"이라며 "나만이 가진 독특한 무언가로 동료 배우들과 함께 이렇게 장면을 만들어 가겠지 하고 오히려 기다려 주셨던 거다. 그 때 깨달았다. 왜 선규형이 연출님을 믿으라고 했는지"라고 말했다.

'뜨거운 여름'은 김대현에게 초심과 열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는 "사실 나는 원래 꿈이 배우가 아니었다. 개그맨이 꿈이었다. 연출님도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꿈인데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나. 나도 어찌어찌 뮤지컬과에 진학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나도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저 앞만 보고, 단순하게 현재에만 집중해서 달려왔다. 주변에서 선생님들과 선배들이 하라는 것만 하고 나 스스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무언가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게 내 초심인 것 같다. 그냥 뭐라도 하자는 마음 그리고 주저하고 망설이지 않고, 힘들어도 어떻게든 하자는 마음. 그 초심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내게 주어진 일에 욕심 내지 말고 하면 되겠지 하고. 지금까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김대현은 자신의 뜨거운 여름에 대해 전했다. 그는 "내게 뜨거운 여름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것 같다. 나는 항상 뜨거웠는데 내 스스로 뭔가 해야겠단 생각을 아직 못한 것 같다. 아직도 배우고 싶은 건 많은데 무언가 배워서 즐겁게 뜨겁게 한 적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오는 12월 28일에서 내년 1월 11일까지 연장 공연을 확정한 연극 '뜨거운 여름'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배우 김대현, 연극 '뜨거운 여름' 공연 이미지. 사진 = Story P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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