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천안 강산 기자] 새해 첫날, 프로배구 인기 팀 간의 맞대결에 구름관중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1일 '배구 특별시' 천안 유관순체육관서 열린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전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몰린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런데 이날 경기는 현대캐피탈 팬들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다름아닌 '임대 트레이드 사태' 때문이다.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 구단은 지난달 29일 베테랑 세터 권영민과 레프트 박주형, 레프트 서재덕을 맞바꾸는 임대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캐피탈 팬들은 팀을 지켜준 권영민과 박주형이 떠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틀 만에 트레이드는 없던 일이 됐다. 한국배구연맹(KOVO) 이적 규정에 따르면 국내 구단간 선수 임대차 및 원소속 구단 복귀는 정규리그 기간 중에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다 나머지 5개 구단도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결국 KOVO 측은 내부 정밀검토와 자문변호사의 자문 결과를 종합, 이번 선수등록과 공시가 잘못됐음을 확인해 트레이드를 철회했다.
권영민과 박주형, 서재덕 모두 이틀 만에 소속팀이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큰 혼란을 겪었을 터. 이 사태 이후 첫 경기에 나서는 권영민과 박주형, 그리고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마음은 편할 리 없었다. 김 감독은 "새해 첫날부터 웃어야죠. 선수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할텐데"라며 "(권)영민이와 (박)주형이의 팬이 많은데, 팬들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예상대로였다. 현대캐피탈 팬들은 경기 전 권영민과 박주형이 소개되자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돌아온(?) 둘을 너무나 따뜻하게 맞아줬다. 그뿐만 아니라 열광적인 응원으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김 감독은 "일단 이승원과 임동규를 먼저 내보내고 상황에 따라 영민이와 주형이를 내보낼 것이다"고 말했다. 웜업존에서 대기하던 권영민과 박주형은 동료들의 득점 하나하나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1세트 23-23 승부처에서 박주형이 이날 처음 코트를 밟았다. 팬들은 또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후 박주형은 끝까지 코트를 지켰다.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었지만 파이팅을 외치며 동료들과 하나됐다. 2세트 리시브 정확도 93.3%(14/15)를 기록하며 힘을 보탰고, 3세트서는 적재적소에 공격득점을 올리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아픔은 잊은 듯했다. 권영민은 경기에 투입되진 않았지만 웜업존에서 끊임없이 선수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천안 팬들은 웃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42.53%의 낮은 팀 공격성공률을 극복하지 못한 채 세트스코어 0-3(25-27 18-25 22-25) 완패해 3연패에 빠졌다.
[관중이 가득 들어찬 천안 유관순체육관. 사진 = 강산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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