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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펀치'가 악하지만 결코 한 가지 면만 지니지 않는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명품 드라마를 입증했다.
5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는 칡뿌리에 담긴 이태준(조재현), 이태섭(이기영) 형제의 애틋한 우애를 그리며 세상에 완벽한 악인이 없다는 것을 설득력있게 형상화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살해 혐의를 벗은 신하경(김아중)이 검사로 복귀해 세진자동차 비리사건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이태준, 이태섭 형제와 김상민(정동환) 회장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내용이 전개됐다. 이 가운데 비리 사건의 핵심인물이면서도 연민을 자아내는 형제의 모습이 중점적으로 그려졌다.
이태준, 이태섭 형제는 가난을 딛고 각각 세진자동차 및 오션캐피털 사장, 검찰총장으로 사회적 성공을 이룬 인물들이다. 곯은 배를 칡뿌리로 채우고, 부모님 묘지 이장비로 학비를 마련할 만큼 찢어지게 어려운 시절을 보냈지만, 성공에 대한 강한 욕망으로 불법과 비리를 온몸에 묻혀가며 현재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성공에 따른 그늘도 명백했다. 이들이 지금의 부와 명예를 지니기까지 세진자동차 부도로 해고노동자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추징금 10조 원이 사라졌으며 그로 인해 해체된 가정의 수는 부지기수였다.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제물로 삼은 명백한 절대악인 이들은 그로 인해 하경이 벼르는 칼날에 쫓기며 일생일대의 코너에 몰렸다.
추악한 범죄로 나락에 떨어지는 게 마땅한 이들이지만 돋보기로 들여다 본 두 형제의 모습은 누구보다 서로를 위하는 애틋한 우애로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칡뿌리를 동생에게 캐주려다 동생의 위급상황에 조금의 망설임 없이 위험을 자신에게 돌리는 이태섭의 결단이나, 영하 15도가 넘는 강추위에 검경에 쫓기는 형이 걱정돼 전전긍긍하는 이태준의 애달음이 만나 나쁘지만 수긍 가능한 가족애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감정은 이태섭이 동생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벼랑에서 몸을 던져 수사를 종결시키고 이를 목도한 이태준이 오열하는 장면에서 폭발했다. 마지막 순간 이태섭의 눈에 비친 나무로 만든 부모님의 허름한 묘비가 등장할 때는 뭉클한 정서가 극을 지배하며 진정으로 살아있는 캐릭터의 진가를 느끼게 했다.
악하지만 결코 한 가지 면만을 가지지 않은, 박경수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피와 살이 도는 인물들은 극을 살아 숨쉬게 만들며 '펀치'가 명품 드라마임을 재확인시켰다.
여기에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인물들에 숨결을 불어넣은 조재현, 이기영 등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펀치'를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한편 '펀치'는 매주 월, 화 밤 10시에 방송된다.
[SBS 월화드라마 '펀치' 6회. 사진 = SBS 방송 화면 캡처]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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