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작년보다 못 할 수는 없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에게 2014년은 최악의 한해였다. 모든 면에서 그랬다. 물론 부상에 시달렸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팔꿈치와 발목이 문제였다. 시즌을 일찍 마감하고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 2년째,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추신수는 지난 2013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154경기에 출전, 타율 2할 8푼 5리 21홈런 54타점 20도루, 출루율 4할 2푼 3리를 기록했다. 1번 타자로서 소임을 다했고, 장타력까지 뽐냈다. 2013시즌이 끝나고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 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텍사스가 기대한 건 그의 '출루 본능'이었다. 계약 직후 현지 언론도 "텍사스가 201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최고의 포지션을 갖췄다"고 극찬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초반 추신수는 훌륭했다. 지난해 5월 8일 콜로라도 로키스전까지 타율 3할 7푼, 출루율 5할을 찍었다. 시범경기 타율 1할 6푼 1리 1홈런 3타점으로 부진했던 얘기는 쏙 들어갔다. 5월까지만 해도 삼진/볼넷 비율이 1.48(46/31)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텍사스 홈 개막전에서 만난 존 다니엘스 텍사스 단장은 "건강한 추신수라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추신수의 2014시즌 전망은 장밋빛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지난해 5월 9일 이후 추신수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부진이라는 터널은 무척 길었다. 결국 시즌을 온전히 마치지 못했다. 부상에 의한 시즌 아웃이었다. 결국 123경기 타율 2할 4푼 2리(455타수 110안타) 13홈런 40타점 3도루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출루율도 3할 4푼으로 지난 2006년 이후 최악. 홈런 13개도 소위 말하는 영양가가 없었다. 6월 이후 추신수가 홈런을 때린 7경기에서 텍사스의 성적은 2승 5패였다. 엇박자였다.
'출루머신'이 아닌 '삼진머신'으로 전락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6월 이후 삼진/볼넷 비율이 3.14(85/27)에 달한다. 8월만 놓고 보면 7.25(29/4)로 그야말로 처참했다. 모두가 기대했던 '출루 머신'은 '삼진 머신'으로 전락했다. 공격 WAR은 1.4로 2013년 6.3에 비해 5 가까이 떨어졌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위험천만한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타구 판단과 펜스플레이가 엉망이었다. 올해 추신수의 수비 WAR(대체선수 승리 기여도)은 -2.1이었다. 2013시즌 텍사스 좌익수였던 데이비드 머피의 당시 수비 WAR(0.2)보다 -1.9 낮은 수치다. 쉽게 말해 수비로 팀의 2승을 까먹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전체 WAR도 0.1로 2013년 머피(0.2)보다 낮았다. 그런데 머피의 2013년 연봉은 577만 5천 달러였고, 추신수는 지난해 1,400만 달러를 받았다. 압도적으로 잘해야 하는데 그 반대였다.
자. 그럼 지난해 추신수의 부진을 FA 첫해 부담감과 부상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냉정히 말해 무리가 있다. 클리블랜드에서 뛴 2009~2010년 3할 타율-20홈런-20도루를 기록했고, 2013년 신시내티 리드오프로 제 역할을 했지만 슈퍼스타급 자원은 아니다. 7년 1억 3천만 달러라는 대형계약을 덜컥 안겨준 텍사스가 성급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추신수는 전날(8일) 미국 스포츠 매체 '그랜트랜드'의 조나 케리 기자가 발표한 최악의 계약 순위에서 4위를 기록했다. 케리 기자는 '아직도 텍사스는 6년간 1억 1600만 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 계약기간과 금액 모두 과했다(signed for waaay too long and waaay too much)'고 꼬집었다.
추신수가 부상을 완전히 떨쳐내고 반등에 성공한다면 추신수 본인과 텍사스 모두 윈윈이다. 그런데 당장 올 시즌 잘한다고 본 궤도에 올라섰다고 볼 수는 없다. 3년간 꾸준히 성적을 내야 평균치가 나온다. 불행하게도 추신수는 지금까지 3년 이상 꾸준하지 못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타율 3할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삐끗했고, 2012년~2013년 제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 무너졌다.
지금까지 패턴을 보면 추신수는 올해 잘해야 한다. 아니, 잘할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은 모든 게 최악이었다. 상대 투수가 아닌 구심과 신경전을 벌인 것도 원인이다. 발목과 팔꿈치 부상도 추신수의 발목을 잡았다. 이제 부상을 털어내고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만약 올해 추신수가 지난해처럼 부진하다면 '먹튀 논란'에도 할 말이 없어진다. 7년 1억 3천만 달러의 큰 돈을 덥석 안겨준 텍사스도 웃음거리로 전락할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프린스 필더도 이적 첫해 부상으로 이탈했기에 무척 민감한 사안이다. 추신수의 부활은 본인은 물론 제프 배니스터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는 텍사스에게도 필수다. 추신수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