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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유오성이 기성세대를 대표해 청춘들을 위한 헌사를 들고 스크린을 찾았다. 배우 유오성으로서, 인간 유오성으로서 자신의 진심이 잔뜩 묻어난 영화 '내 심장을 쏴라'(감독 문제용)를 들고 말이다.
'내 심장을 쏴라'는 평온한 병원생활을 이어가던 모범환자 수명(여진구)이 시한폭탄 같은 동갑내기 친구 승민(이민기)을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유오성이 두 사람의 안내자 역을 하는 수리희망병원의 최기훈 간호사 역을 맡았다.
유오성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원작을 읽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야지'라는 동감이 있었다. 아이들이 커가니까 자식들에게 아버지로서 보여줄 수 있는 영화도 필요했다. 그런 타이밍에 '내 심장을 쏴라'를 만나게 됐다"며 출연을 제의 받았던 때를 회상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영화는 곧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잘 만들어져야 하는 영화로 바뀌었다. 유오성의 아들이 남긴 한 마디가 그의 마음을 쿵 치고 지나갔던 것.
유오성은 "아버지가 출연한다니까 소설을 봤더라. 쓱 지나가는 말로 책을 봤냐고 하니 '원작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고 이야기했다. 그 때가 중학교 2학년이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더라. 갑자기 찌릿하면서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친족, 관객 그런 것들을 떠나 청춘을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니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밝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영화로 완성된 '내 심장을 쏴라'는 배우들의 호연, 영화가 담고 있는 의미 있는 메시지 등으로 호평 받았다. 유오성의 중3 아들 역시 아버지의 작품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평소 시크한 유오성의 아들임에도 영화를 본 뒤 좋다고 말해줬다고.
유오성은 "아이가 뿌듯해 하는 걸 보니 좋았다. 아빠의 연기가 어땠어, 이런 문제가 아니라 작품이 좋다고 하더라. 우리 영화가 많은 걸 담고 있는 부분이 있다. 직접적 영화가 아니라 은유적 영화인데 15세 아이들이 더 직접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공감가게 잘 만들어졌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아들의 평이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 것은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책임감에서 기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70년대 80년대에 대학을 보냈던 세대를 기성세대로 놓고 보면 지금 후배들에 대한 반성문이라 생각한다"는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 바로 '내 심장을 쏴라'인 것.
유오성은 "현장에 가면 이제 나도 어느 정도 선배벌이 돼 있다. 이 작품을 반성문이자 친구들을 격려하는 제스처라 생각한다면, 현장에 가서 내가 먼저 인사를 하는 것도 어쩌면 최기훈을 연기하기 위한 하나의 준비과정이었다. 최기훈 역을 연기하는 유오성이 아니라 선배 유오성, 인생의 선배 유오성으로 다가가려 했다"고 회상했다.
유오성은 '내 심장을 쏴라'를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비트'(1997)와 비교했다. '21세기 비트'라는 것. 비록 38년 전 작품이지만 막다른 곳을 마주한 청춘을 그렸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닮아 있었다.
유오성은 "1990년대의 청춘과 2015년의 청춘이 처해있는 위치가 다르다. 90년대 이념적으로도 그렇고 풀릴 때쯤 '비트'가 만들어졌다. 박탈당한 꿈에 대해 일탈하는 행위를 담았다. 그것에 비하면 '내 심장을 쏴라'는 전망하는 태도가 들어가 있다. 현재 청춘들이 힘이 들어가는 현실에 대해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 탓으로 돌리게 만들어 놓은 현실도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선배로서 버티라는 이야기 밖에 못한다. 버티려면 자신의 존엄성에 대해 스스로를 북돋았으면 좋겠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자기 자신을 믿고 격려하고 존엄하게 생각했으면 한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배우 유오성.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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