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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스릴러 영화에는 공식이 있다. 살인범(혹은 범인)의 정체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오는 긴장감과 피해자의 생사 여부를 감추면서 주는 긴박감을 살리는 것. '살인의뢰'는 스릴러의 공식을 모두 깨트렸다.
역대급 살인마 강천(박성웅)이 등장하는 '살인의뢰'는 살인자가 범행을 저지르면서 오는 긴장감 보다는 강천이라는 존재가 주는 공포감을 앞세웠고, 이미 죽은 피해자 가족들의 감정으로 먹먹함을 전한다. 여기에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제기한다. 이는 손용호라는 신인 감독의 손에서 태어났다.
"관점을 좀 달리 해서 가고 싶었다"던 손용호 감독은 살인자와 이를 잡으려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아닌 피해자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냈다. '살인의뢰'는 범인이 잡힌 이후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도 그럴 것이 '살인의뢰'의 시작은 바로 '밥공기'였다.
"피해자 가족의 밥공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우연히 '조두순 사건' 피해자 가족의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자식을 먼저 떠난 보낸 후 식탁에 여전히 따뜻한 밥 한 공기를 올려놓고 아파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피해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이야기 해 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미 범인과 피해자의 생사여부가 공개된 이유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장치가 필요했다. 결국 배우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극의 밀도감을 위해서는 연기력과 심리상태를 잡고 가야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손용호 감독은 배우들의 이미지 변신보다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극대화 시켰다. 처음엔 박성웅이었고 그 후 차근차근 라인업을 만들어갔다. 피해자들의 이야기였지만, 강천이라는 인물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박성웅 씨를 캐스팅 했어요. 강천이라는 인물이 없다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죠. 한 번에 오케이를 해 주셨어요. 그 다음은 김상경 씨였어요. '살인의뢰' 속 다른 형사 이야기를 봐줬죠. 승현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인물이라 두 가지 얼굴이 공존해야 했어요. 또 박성웅과 김상경이라는 배우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했죠. 그렇게 김성균 씨까지 캐스팅이 완료됐어요."
박성웅의 캐스팅은 신의 한수였다. 이미 공개된 살인마를 더욱 큰 공포를 주는 인물로 만드는 것에 있어서 박성웅은 최적화 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 이유가 없는, 100% 악인을 만들고 싶었던 손용호 감독에게도 숙제 같은 인물이었다. "박성웅 씨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켜서 만들었다"고 했다.
'살인의뢰'는 그저 영화로만 즐기긴 어려운 지점이 있다. '사형제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법정 최고형은 사형이지만 집행이 되지 않은지 17년이나 지났다. 결론을 내리긴 힘든 문제지만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손용호 감독은 사형을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저는 사형을 반대는 입장이지만 제도는 변화하는 것이고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사형에 대한 이야기가 멈춘 상태죠. 그래서 '살인의뢰'가 이런 논쟁을 만들어낸다면 좋을 것 같아요. 토론을 통해 발전될 수 있잖아요. 사형은 있지만 집행은 안 되고 있는데, 이럴 거면 아예 폐지를 하고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서 관리를 해야 하는 생각이에요."
[손용호 감독.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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