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양동근 시리즈다.
모비스와 동부의 챔피언결정전. 양동근 시리즈로 압축되는 분위기. 29일 1차전서도 3점슛 2개 포함 18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 실질적으로 코트를 지배했다. 지친 동부는 지치지 않은 양동근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동부로선 2차전은 물론, 이번 챔피언결정전 잔여 경기서 양동근을 잡지 못하면 우승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모비스는 당연한 얘기지만, 양동근이 제 몫을 해내면 이길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따지고 보면 모비스는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양동근이 김시래와의 맞대결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했을 때 모두 이겼다. 모비스 특유의 공수 시스템 자체가 양동근이 중심이다. 그래도 LG는 성장한 김시래의 공격력으로 양동근에게 맞불을 놓을 수 있었다. 또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서 페이스가딩까지 하며 괴롭힌 양우섭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동부에는 양동근을 제대로 제어해줄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동부 가드진 현실
김영만 감독은 1차전서 허웅을 선발출전시켰다. 양동근 전담수비수로 붙였다. 박스 앤드 원 방식으로 양동근 수비에 초점을 뒀다. 젊은 허웅은 발은 빨랐지만, 수비 테크닉이 약간 부족했다. 허웅을 곧바로 교체한 김 감독은 이후 두경민 박지현 안재욱 박병우 등 가드들을 바꿔가며 양동근 수비를 지시했다. 하지만, 양동근은 스크린을 통해 발생한 공간을 절묘하게 활용했다. 슛, 패스, 드리블을 곧바로 판단, 손쉽게 견제에서 벗어났다. 또 직접 스크린을 걸어준 뒤 빠져나가면서 공간을 창출하기도 했다.
사실 동부 가드들 중에선 박지현이 수비력도 좋고 경험도 많아 양동근 봉쇄에 적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체력. 30대 후반인 박지현은 장시간 양동근을 막기가 힘들다. 그래서 젊은 선수들을 붙였는데 테크닉이 조금씩 부족했다. 정확히 말하면 체력적 여유가 있었지만, 양동근의 노련미를 당해내지 못했다. 안재욱은 스피드가 좋지만 키가 작고, 박병우는 발이 약간 느리다. 두경민도 수비력이 그리 인상적이진 않다.
이대성의 경기력 향상도 동부 가드들에겐 뼈 아픈 부분. 본래 수비력이 좋은 이대성은 플레이오프부터 컨디션이 급상승, 특유의 수비력을 발휘하고 있다. 동부와의 1차전서도 두경민 등 가드들을 잘 막았다. 동부 가드들은 이 대목이 신경 쓰인다. 기본적으로 골밑 공 투입과 양동근 봉쇄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대성의 강력한 마크로 체력이 떨어지면서 양동근 수비에 대한 집중력마저 떨어질 수 있기 때문. 동부로선 어떻게든 양동근 봉쇄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갖고 있는 무기가 많지 않다.
▲대단한 양동근
사실 양동근이 더 대단하다. 올해 만 34세의 양동근은 베테랑 대열에 접어들었다. 2013-2014시즌 중반 이후 양동근의 활동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양동근은 올 시즌 다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여름 스페인 월드컵, 가을 인천 아시안게임에 빠짐 없이 출전, 시즌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오히려 더 좋았다. 본래 자기관리가 뛰어난 선수로 유명하지만, 확실히 양동근의 활약은 단순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양동근은 지금도 과거 이상민 김승현처럼 번뜩이는 패스 센스를 갖고 있진 않다. 여전히 1번으로 나서면서도 2번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친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수준급 경기운영능력을 장착했다. 빅맨들의 스크린 활용 능력도 최상급. 또한, 10년전과 같은 활동량은 아니지만, 철저한 몸 관리로 스피드와 체력이 20대 시절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30대 후반으로 넘어가면 양동근이라고 해도 각종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당장 1~2년 내에 양동근을 제대로 상대할 가드가 쉽게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동부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서 양동근에 대한 근본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다.
[양동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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