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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모두가 알던 바로 그 권혁이 돌아왔다.
한화 이글스 좌완투수 권혁은 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에 구원 등판, 2이닝 동안 1안타 1사구를 내줬으나 삼진 4개를 곁들이며 무실점 호투했다. 한화는 권혁의 특급 구원에 힘입어 4-2로 승리, 시즌 전적 2승 2패로 승률 5할을 맞췄다.
권혁은 이날 전까지 3경기에 모두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 중이었다. 시즌 개막전인 지난달 28일 목동 넥센전서 1이닝 2피안타(1홈런) 2실점했지만 이후 2경기에서는 실점하지 않았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시행착오 속에서 권혁을 어떻게 쓸 지에 대한 답을 찾았다. 또 다른 좌완 계투 박정진보다 먼저 내보내기로 한 것.
권혁은 이날 5이닝 2실점 호투한 선발 미치 탈보트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출발부터 무척 깔끔했다. 6회초 첫 상대 김현수를 138km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잭 루츠와 홍성흔도 나란히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속고 최고 구속도 146km까지 나왔다. 속구와 슬라이더, 포크볼 모두 움직임이 좋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가다듬은 포크볼도 잘 통했다.
7회초 선두타자 오재원을 삼진 처리한 권혁은 이후 최재훈에 사구, 김재환에 안타를 맞아 1사 1, 3루 위기에 몰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타자 김재호와 치열한 승부로 지칠 법도 했으나 몸쪽 낮은 공으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3루 주자를 체크하고 타자를 아웃시키는 침착함도 보였다.
계속된 2사 2, 3루 상황에서는 정진호를 2루수 땅볼로 잡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포수 정범모의 요구대로 바깥쪽 직구를 정확하게 찔러 넣었다.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한 권혁은 크게 박수를 치며 기쁨을 표현했다. 8회 박정진에 마운드를 넘길 때까지, 35구를 던지면서 스트라이크가 25개였다. 이전까지 그의 발목을 잡던 제구 불안은 없었다.
권혁은 지난해까지 삼성에서만 뛰며 통산 512경기 37승 24패 11세이브 113홀드 평균자책점 3.24의 성적을 남겼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꾸준히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고, 2008년 43경기 6승 무패 15홀드 평균자책점 1.32 맹활약으로 그 해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만큼 삼성 불펜에서 존재감이 컸다.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계투 요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12년부터 조금씩 입지가 좁아졌다. 2013년 52경기에서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8경기 3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2.86으로 선전했으나 중요한 상황에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간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던 권혁이다. FA 자격을 얻은 그는 스스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에 가고 싶다"며 삼성과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한화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한화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권혁이다. 그는 FA 계약 직후 "한화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최대한 그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한화에 부족했던 2%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한화 이글스 권혁.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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