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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몇 년 전 그룹 빅뱅이 새롭게 부른 '붉은 노을'의 무대를 보면서 입에 착 달라붙는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에 어깨가 절로 들썩였던 기억이 난다. 빅뱅 특유의 역동적 생동감이 전면에 나섰지만, 그 뿌리에는 원곡의 힘이 있었다.
20대 미만의 젊은 세대들에겐 '붉은 노을'이 빅뱅의 것으로 각인 됐을 수 있지만 '붉은 노을'은 이문세가 낳은 음악이다. 지난 1988년 발매된 이문세의 원곡 '붉은 노을'은 20년이 넘은 세월을 살았고, 현재까지 또 다른 버전으로 새롭게 불려지며 사랑 받고 있다.
'붉은 노을'이 그렇듯 이문세의 음악적 특성을 'MSG 무첨가'로 정의하고 싶다. 보통 조미료가 강하면 그 이상의 맛이 나올 수 없듯 꾸밈이 많고 화려한 곡은 리메이크 되는 경우가 적고, 편곡해 부른다고 하더라도 빛을 보기 어렵다. 이문세의 음악은 조미료를 치지 않아 음표 하나 하나가 건강하게 힘이 있고, 진한 여운을 우려낸다.
이문세가 무려 13년 만의 정규 15집을 선보였다. 지난 3년 간 치밀한 준비 과정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녹음 기간만 1년 6개월에 이르며, 한국과 미국 2개국에서 동시에 작업을 진행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뚝딱 만들어 내는 패스트 푸드와는 달리 오랫동안 묵히기도 하고, 끓이기도 하면서 장인의 정신으로 음악을 빚어낸 느낌이다.
이번 이문세의 신보에는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 나얼이 피처링한 타이틀곡 '봄바람', 그룹 슈퍼주니어 규현과 듀엣으로 부른 서브타이틀곡 '그녀가 온다'를 제외하고 이문세 특유의 감성이 살아 있는 곡들 볼 수 있다. 이문세가 '80살이 넘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놓지 않겠다는 달콤한 사랑의 프러포즈 곡', '결혼식장에서 신랑이 신부에게 불러주면 좋을 곡'이라고 설명한 '그대 내 사람이죠'는 라틴리듬이 경쾌하면서도 이문세의 '로맨틱'이 가득 담겼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함께한 '사랑 그렇게 보내네'는 나지막히 읊조리는 이문세의 음색이 두드러진다. 바스락거리는 사랑에 아파하는 청춘의 감성이 그대로 살아 있다. 절제되고 투박한 감정 표현이 슬픔을 더 깊게 울린다. 이문세가 직접 작사한 '무대'는 '사람 가고 나는 남고 계절은 이렇게 오고 흘러가고'라는 한국적 가사와 재즈풍 멜로디가 묘한 시너지를 냈다.
이번 신곡들은 이문세만의 감성이 살아 있으면서도 조미료가 없어 담백한 오랜시간 사랑 받고 들려질 생명력을 갖췄다. 이 음악들을 20년 뒤 음악 무대에서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될 것 같은 기대가 되는 이유다.
[가수 이문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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