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멘탈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두산 노경은은 2003년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사실 2011년까진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다.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건 2012년. 불펜으로 시즌을 출발했으나 시즌 도중 대체 선발로 투입,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본격적으로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12승6패7홀드 평균자책점 2.53으로 맹활약했다. 2013년에는 풀타임 선발로 뛰었다. 10승10패 평균자책점 3.84로 좋았다.
▲부진과 불운
그러나 2014년 다시 시련이 시작됐다.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본래 상체 위주의 피칭을 하는데, 뜻 모를 부진에 시달렸다. 굴곡의 늪은 깊었다. 시즌 중 불펜으로 보직을 옮겨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3승15패 평균자책점 9.03. 시즌 최다 패 투수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규정이닝만 채웠다면 최다 평균자책점 1위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 쓸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노경은에게 2014년은 야구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였다.
2015시즌. 김태형 감독이 부임했다. 김 감독은 노경은의 빠른 공에 주목했다. 마무리로 1이닝을 전력으로 막아내면, 여전히 그의 가치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감독은 노경은을 이용찬의 군 입대로 생긴 마무리 공백을 메울 1순위로 생각했다. 사실상 노경은을 마무리로 낙점하고 스프링캠프 일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노경은의 불운은 계속됐다. 지난 2월 15일. 라이브배팅 도중 타구에 턱을 맞아 관절에 부상했다. 엄청난 불운이었다. 결국 애리조나 현지에서 턱에 금이 간 부위를 와이어로 고정했고, 귀국 후 재검진을 받았다. 수술은 피했지만, 미야자키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턱을 고정하면서 음식물을 정상적으로 섭취할 수 없었다. 살이 쭉쭉 빠졌다. 26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만난 노경은은 "91kg였는데 88kg 정도로 뺄 생각이었다. 그런데 부상 이후 쭉쭉 빠졌다. 바지 벨트 구멍이 2개나 여유가 생길 정도"라고 회상했다. 죽만 섭취하면서, 80kg대 초반으로 빠진 것이었다. 투구 밸런스를 새로 잡아야 할 투수에겐 치명타였다.
▲복귀임박
팔꿈치 혹은 어깨를 다친 게 아니기 때문에, 복귀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불행 중 다행. 시범경기에 출전할 수는 없었지만, 턱에 고정된 와이어를 해체하자마자 이천 재활조에 합류, 빠르게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다시 살을 찌우면서 88kg에 맞췄고, 웨이트트레이닝과 투구 일정도 시작했다. 재활조 이광우 코치와 함께 등산을 하면서 체력도 향상됐다. 불펜피칭, 하프피칭, 라이브피칭을 거쳤고, 최근에는 퓨처스리그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결국 노경은은 26일 1군에 전격 합류했다. 아직 1군 등록시기는 알 수 없지만, 1군에 합류한 건 더 이상 퓨처스에선 할 게 없다는 의미. 김태형 감독은 이미 노경은의 보직을 불펜 필승조로 점 찍었다. 5선발은 진야곱이 임시로 잘 해내고 있고, 곧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되는 이현승이 합류한다. 노경은 대신 마무리로 시즌을 출발한 윤명준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윤명준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 노경은을 기존 김강률, 이재우, 함덕주 체제로 돌아가는 불펜 필승조에 합류시켜 두산의 최대약점인 불펜을 강화시키려고 한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
물론 노경은의 불펜 전환이 성공적으로 귀결될 것이지는 알 수 없다. 그가 2012년과 2013년 선발로 자리잡으면서 성공한 이유는 제구 난조로 불펜에 어울리지 않다는 당시 결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경기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는 선발로 등판할 때 부담감이 적었고, 제구 난조 약점이 상쇄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대해 노경은은 "올해의 운을 믿어보겠다"라며 초연한 모습이었다.
▲멘탈 트레이닝
노경은은 "이천에 있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항상 잠실 마운드에서 던진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보직이나 성적에는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 강률이나 명준이, 덕주가 정말 잘하고 있다. 이젠 후배들을 뒷받침해주는 위치에 있고 싶다. 좋은 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부진과 부상을 겪으면서 홀로 생각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노경은은 "병원 침실에서 야구 생각을 많이 했다. 작년에 왜 부진했는지도 생각해봤다. 결국 마운드에서의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 힘이 들어가고 들어가지 않고의 차이다. 재작년에 좋았던 걸 생각해보니 그렇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부진하면서 생각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올 시즌에는 성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멘탈적으로 강해지자는 결론을 내렸다.
노경은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마운드에서 140km으로 던지든, 150km로 던지든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던지면 맞지 않는다. 결국 그 차이다"라고 했다. 또한, 노경은은 이천에서 1군 경기를 많이 챙겨봤다. 두산 게임뿐 아니라, 다른 팀 투수들도 유심히 살펴봤다. 노경은은 "승부처에서 어떻게 마인드컨트롤을 하는지 지켜봤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공을 어느 코스로 넣을 것인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노경은은 "감독님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 보직은 상관 없다. 패전처리든, 롱 릴리프든 뭐든 다 하겠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그저 1군에서만 던지고 싶다. 잠실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것만 확인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더 이상 다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성도 많이 했다. 작년 성적으로 죄송했다는 말을 하는 것조차 죄송하다. 그저 욕만 안 먹고 1군에서 던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노경은의 멘탈 트레이닝 결과는 결국 실전서 확인할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은 아직 노경은의 1군 등록 시점을 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노경은의 불펜 필승조 합류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경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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