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지금 한화 이글스에는 확실한 주전 좌익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견수 이용규-우익수 김경언은 자리를 잡았는데, 좌익수는 아직 아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강점이다. 상황에 따른 기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인 2색'이라는 말이 딱 맞다.
한화는 전날(4월 30일) 송광민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팔꿈치 충돌 증후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좌익수 경쟁은 사실상 이성열과 송주호의 경쟁. 현시점에서 엔트리에 등록된 한화 외야수 중 이성열(13경기)과 송주호(18경기)가 좌익수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전날을 제외한 최근 7경기 중 6경기에서 송주호가 선발 좌익수로 출전했다.
이성열은 13경기에서 77이닝, 송주호는 19경기에서 70이닝을 좌익수로 뛰었다. 중견수(이용규, 129⅔이닝)와 우익수(김경언, 133⅔이닝, 이상 16경기)에 비하면 좌익수는 둘이 사이좋게 나눠 뛰었다고 보면 된다. 이용규는 나이저 모건(중견수, 83⅓이닝)이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뒤 우익수에서 중견수로 옮겼다. 29일에는 송광민이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5회초 대주자로 나선 송주호가 자리를 꿰찼고, 7회초 대타로 나선 이성열이 9회까지 자리를 지켰다.
즉, 확실한 주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황에 맞는 기용이 가장 현실적이다. 둘의 장단점이 확실하다. 이성열은 일발 장타를 갖추고 있다. 올 시즌 18경기 타격 성적은 타율 2할 6푼 1리 2홈런 7타점. 안타 12개 중 5개가 장타였다. 이미 지난 2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으로 장타력을 입증한 이성열이다. 야구에서 일발 장타만큼 분위기를 확 바꾸기 좋은 것도 드물다. 그래서 매력적인 카드다.
송주호는 23경기에서 타율이 1할 2푼 5리(24타수 3안타)에 불과하다. 전날 2안타로 타율 1할대에 진입했을 정도. 그러나 안정된 수비와 빠른 발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24일~26일 대전 SK 3연전 싹쓸이도 송주호의 수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김 감독은 "SK에 빠른 선수들이 많아 한 베이스를 더 주면 안 된다. 안타 하나보다 수비 하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수비에서 비중이 크다. 지난달 29일 KIA전서도 이범호의 2루타성 타구를 깔끔하게 처리해 한 베이스를 막았다.
모건이 1군에서 빠진 지 벌써 3주가 지났지만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한화가 올 시즌 현재 13승 11패로 순항 중인 이유에 백업 선수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주전 2루수 정근우가 복귀하기 전까지 이시찬과 강경학이 공백을 제대로 메워줬다. 송주호도 냉정히 말해 백업이었다. 하지만 출전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존재감을 뽐냈고, 김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애초 주전 좌익수로 생각했던 송광민이 빠졌지만 이성열과 송주호가 공백을 잘 메운 셈이다.
결국 이성열의 공격과 송주호의 수비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하는 셈이다. 둘 다 좌타자라 플래툰이 아닌 강점을 봐야 한다. 지금은 상황에 따른 선발 출전이 가장 현실적인 카드. 이성열은 올해 8경기, 송주호는 7경기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중견수 이용규, 우익수 김경언은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봐도 무방한데, 좌익수는 확실한 주인 한 명을 꼽을 수 없다. 김 감독은 "우타 외야수가 부족하다"며 송광민의 기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송광민과 모건이 돌아올 때까지 한화 좌익수 경쟁은 이성열-송주호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경쟁도 경쟁이지만 김 감독 성향상 상황에 맞게 둘을 기용할 전망. 예를 들면 이성열이 선발 출전한 뒤 소폭 리드 상황에서 송주호로 교체될 수 있고, 송주호가 먼저 나선 뒤 승부처에서 이성열이 대타로 등장해 수비까지 들어가는 식이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지금까지 김 감독은 둘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며 효과를 봤다.
확실한 주인이 없는 게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시즌 한화 좌익수 자리에 누가 나설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흥밋거리가 될 것 같다.
[이성열, 송주호(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