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진풍경이었다. 투수 한 명이 지난주 3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주인공은 안영명이었다. 3경기 모두 3이닝도 채 버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으나 팀은 이겼다. 이게 달라진 한화다.
한화는 지난주 6경기에서 3승 3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12일과 14일, 17일 3차례나 안영명이 선발 등판했다. 12일 삼성 라이온즈전서 허리 근육통으로 2이닝 만에 강판된 그가 단 하루 쉬고 14일 선발로 나섰고, 이날 1⅓이닝을 소화한 뒤 이틀 쉬고 17일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야말로 진풍경. 이 기간에 안영명은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3.49(4⅔이닝 7자책)로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팀은 이겼다.
먼저 12일 삼성전. 안영명이 2이닝 만에 4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허리 근육통이 문제였다. 한화 선발진에서 비교적 확실한 카드였던 그의 조기 강판은 마운드 운용에 있어 상당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박성호와 임준섭, 정대훈, 김기현, 송창식, 박정진, 권혁까지 계투진 7명을 동원했고, 5-4 한 점 차 짜릿한 승리를 이끌어냈다. 타선이 잘해준 것도 있지만 불펜 물량공세로 7이닝을 3점으로 막아낸 게 컸다.
14일 삼성전도 마찬가지. 안영명이 이틀 만에 선발 등판했으나 1⅓이닝 만에 3실점(2자책)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3-3 동점 상황에서 타선이 5회초 5점을 뽑아냈고, 김기현과 박정진, 정대훈, 권혁이 7⅔이닝을 4실점으로 선방했다. 특히 3이닝을 1점으로 막아준 김기현과 박정진, 권혁 사이에서 버텨준 정대훈의 공도 무시할 수 없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김기현과 정대훈도 계산이 선다"고 했는데, 중요한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해줬다.
17일 넥센 히어로즈전이 백미였다. 안영명이 사흘 만에 선발 등판했으나 2⅓이닝(55구)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등판한 이동걸도 유한준에 스리런포를 맞는 등 1⅓이닝 2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김기현을 필두로 구본범, 정대훈, 박정진, 권혁이 차례로 등판해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6⅓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안영명이 무너진 3경기에서 김기현, 정대훈, 박정진, 권혁이 모두 제 역할을 해냈다. '정권 듀오(박정진-권혁)' 외에 믿고 맡길 투수가 나왔다는 게 큰 수확이다.
3경기에서 타선이 총 21점, 경기당 평균 7점씩 뽑아준 것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지난해 한화의 마운드가 어땠나. 팀 평균자책점 6.35로 프로 출범 원년인 1982년 삼미 슈퍼스타스(6.23)를 뛰어넘었다. 경기 초반 선발투수가 무너지면 무조건 지는 패턴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딛고 일어서는 힘이 생겼다. 타자들이 차근차근 추격하다가도 계투진이 실점하면 힘이 빠지게 마련인데, 이제는 불펜이 추가 실점 없이 버틴다. 타자들도 대량 득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안영명이 없이 잡아낸 3경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14일과 17일 경기에서 안영명에게 '첫 번째 투수'라는 의미만 부여한다고 해도 일찍 무너진 건 분명 타격이 있다. 하지만 뒤늦은 타선 폭발과 계투진의 무실점투 합작으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특히 16일 넥센전 역전승은 시즌 첫 3연패 위기를 날린 6점 차 뒤집기라 의미가 크다.
올 시즌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5.12로 리그 9위에 불과한데, 선발진이 흔들린 탓이 크다. 하지만 계투진이 기대 이상으로 버텨주면서 이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 특히 김기현, 정대훈, 박정진, 권혁 4명의 성적을 합산하면 8승 4패 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3.17(96⅔이닝 34자책). 뒤에서 얼마나 잘 버텨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많은 이들이 안영명의 '주 3회 선발'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게다가 조기 강판되니 아쉬움이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계투진의 힘으로 경기를 잡았다. 지난해까지 한화에서 볼 수 없던 모습이다.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김 감독이 겨우내 공들인 김기현, 정대훈이 '정권 듀오' 앞에서 막아내는 힘이 생긴 것도 고무적이다.
[안영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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